국민게임이 된 애니팡. (그러고 보니 ‘국민게임’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카트라이더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모바일게임의 역사를 새롭게 썼죠. 2천만명 이상의 다운로드, 일 1천만명 유저, 동접 300만명 이상, 매출도 대단하고. 논게이머를 게임세상으로 이끈 게임. 정말 대단한 수식어들이 따라붙는 그런 역사적인 게임입니다.
제가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를 초기에 발굴하고 2010년, 정직원이 겨우 5-6명일 때 적지 않은 금액의 투자를 집행한 사실 때문에 최근에 많은 분들로부터 (게임업계 분들, 기자분들, VC분들,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많은 질문들을 받았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결국 아래 3가지 질문으로 정리되더라고요.
- 투자 당시에 이렇게 잘 될줄 알고 투자한 것인가요?
- 애니팡은 카카오덕에 대박이 난 것인가요? 그렇다면 운이 좋은 것인가요?
- 애니팡은 지속될까요? 만일 아니라면 선데이토즈는 어떻게 하나요?
동일한 질문을 하도 많이 받다보니 한번 정리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또 투자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선데이토즈가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해서 선데이토즈가 만든 ‘애니팡’이라는 게임이)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소셜게임개발사를 투자한다면 당연 선데이토즈라는 확신은 갖고 있었고 (이유는 다음 섹션에서) 소셜게임(쉽게 얘기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임) 시장은 올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당시에는 네이트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이 존재했고, 여기에서 성장을 하면서 나중에 모바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는 믿었습니다.
하나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카카오가 없었다면 국민게임 애니팡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니팡은 운만 좋았던 것일까요? 뭐, 운도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고, 운도 실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저는 실력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동일한 시기에 게임들이 많이 오픈했는데 왜 애니팡이 가장 큰 성과를 냈을까를 보면 ‘가장 잘 준비된 팀’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또 사람인 것이죠)
시간을 돌려, 2010년에 제가 소셜게임회사들을 검토하고 있을 때로 돌아가보면, 당시 이정웅 대표 이하 선데이토즈팀만큼 ‘소셜’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많은 게임회사들이 ‘개발력’과 ‘그래픽 및 퀄러티’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이정웅 대표는 소셜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셜을 이해하는 인사이트’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소셜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이었냐고요? 한마디로 얘기하긴 힘들지만, 당시 선데이토즈팀은 매주 회의를 할 때 한 사람이 당시 페이스북의 주요 소셜게임을 플레이해보면서 분석한 ‘성공요인’들을 발표했고, 또 ‘소셜요소’가 포함된 기능들을 화면캡쳐해서 ‘이러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좋다, 나쁘다’ 같은 것을 항상 논의하면서 ‘내공’을 키웠습니다. (저는 그 회의가 참 인상적이더라고요.) 그리고 PC기반 소셜게임 애니팡, 윷놀이, 아쿠아스토리 등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떤 기능/아이템을 추가했을 때 유저 반응들을 어떻게 나오는지 모두 트래킹 했었죠. 그러다 보니 소셜게임에 대한 선데이토즈만의 ‘노하우/관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어떤 수준으로 경쟁요소를 자극할지, 어느 정도까지 무엇을 요구하면 유저가 반감을 갖게 되고, 어느 정도까지라면 유저가 좋아하는지 등 (결국 이런 요소들이 viral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죠)
그리고 이정웅 대표가 최근에 ‘카톡게임, 내가 제안’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저도 그 때가 기억납니다. 투자 검토를 하면서 회의실에서 이정웅 대표와 “사실 전화번호부가 진정한 친구관계의 소셜네트워크인데, 여기에 게임을 붙이면 대박일텐데. 카카오에 게임이 붙으면 정말 좋겠다”라고 둘이 한참 얘기를 했었더랬죠. 그리고 이정웅 대표는 이제범 대표와 논의를 하기도 했지만 당시 카카오는 게임을 붙이기보다는 유저를 빠르게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었고요 (결국 카카오의 판단도 맞은 것이 증명되었죠. 그때 게임을 오픈했으면 너무 일찍이었을 것입니다)
어쨋던 전 2010년에 선데이토즈에 투자를 했고, 2011년에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네이트 해킹 사건이 터지면서 대한민국의 거의 유일한 소셜게임 플랫폼이었던 ‘네이트 앱스토어’가 주춤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자체가 어려워지니 최고의 소셜게임사인 선데이토즈도 예전과 같은 성장을 할 수가 없었죠. 그래서 선데이토즈는 재빠르게 모바일 소셜게임을 만들면서 시장 상황에 대응을 했더랬죠.
그러다가 올해 3월 말인가 4월초쯤, 제가 케이큐브벤처스를 막 설립할 때 이정웅 대표가 저희 사무실에 놀러왔습니다. 카카오 게임센터에 올인할 예정이라고 하시면서. 저는 이제범 대표 이하 카카오 게임팀과 소셜게임 관련해서 말씀을 자주 나누고 있었고, 카카오의 힘과 선데이토즈의 소셜 역량을 잘 알고 있었기에 너무 좋은 결정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한참 수다를 떤 기억이 나네요. 지금이야 카카오게임에 올인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게임업계에서는 카카오를 보는 시선이 냉랭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들 주저주저했고, 심지어는 잘 안될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 게임회사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카카오라는 플랫폼에 올인하고, ‘소셜’을 가장 잘 붙인 것은 결국 선데이토즈의 인사이트와 실력이라고 말할 수 밖에요.
결론적으로 카카오의 힘이 매우 중요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선데이토즈는 ‘가장 잘 준비된 팀’이었기에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는 많은 기업들에게 제공되었지만, 선데이토즈는 그것을 잡았고, 또 그 안에서도 가장 ‘잘’한 것이죠.
모바일게임의 life cycle이 온라인게임 대비 짧지 않냐면서 위와 같이 묻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뭐, life cycle 얘기는 어느 정도 맞다고 보여지고요, 선데이토즈 걱정은 안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애니팡’이 대박조짐이 보이면서 수백만, 1천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을 때에도 이정웅 대표와 창업멤버들을 만나서 말씀을 나눴는데 ‘대박’이 났기에 의기양양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미 다음단계들을 고민하고 있었고, 또 실제 개발을 하고 있었고요. 그리고 애니팡 덕분에 많은 자금과 브랜드가 확보되었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다 호명하긴 그렇지만, 업계의 top-tier 인재들을 많이 채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회사의 레벨이 몇 단계는 더 레벨업 된 것이죠. 모바일 소셜게임 시장은 이제 시작이고, 내공이 많은 선데이토즈는 브랜드, 자금, 인재를 확충했기에 앞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애니팡도 ‘국민게임’ 레벨이 되었기에 한순간에 확 꺼지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천천히 내려가겠죠)
마지막으로 모바일 소셜게임 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저는 당연히 앞으로 이런 ‘팡’류의 게임들만이 득세하지는 않을 것 같고요, 결국 각 게임분야별로 히트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퍼즐류, 레이싱, RPG, 슈팅, 스포츠 등) 그리고 점차 하드코어하면서 게임성이 중시되는 게임들도 나올 것이고, 그런 게임들은 ARPU가 높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이기에 라이트(light)한 게임들만의 시장도 분명히 크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게임의 역사를 한번 돌아보거나, 화면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닌텐도DS 게임들도 살펴보면서 모바일에 가장 잘 맞게, 그리고 소셜을 잘 붙인다면 앞으로도 대박 게임들을 계속 나오지 않을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회사들 화이팅입니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