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여러분! 에이프릴입니다.
저는 글로벌K–스타트업 팀과 함께 지난 2주간 런던과 실리콘밸리를 방문했습니다. 지난 주에 쓴 “[미국에서 스타트업하기(19)] 영국의 스타트업을 방문하다“에서는 런던의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소개해 드렸는데 이번에는 창업자들의 꿈의 도시 실리콘밸리 방문 후기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등지에는 미국 각지와 전세계에서 날아온 창업자들로 넘칩니다. 여기 있으면서 스타트업을 안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하네요. 때문에 직장인의 경우 낮엔 회사에서 일하고, 밤엔 자기 사업을 해 명함이 두 개인 경우가 많답니다.
실리콘밸리가 런던과 다른점
이제 막 성장 중인 런던이 어떻게 하면 전세계의 뛰어난 창업자들에게 구애해 창업자의 도시로 탈바꿈할까를 고민하고 있다면 실리콘밸리는 완숙하고 느긋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구애할 필요가 없던 것이죠. 이미 전세계의 창업자들은 창업자들의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이 곳에 발을 들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으니까요. 그리고 일주일 지내 본 결과, 왜 실리콘밸리를 창업자들의 천국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를 동반한 교육 모임이 열리고, 누구나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서로를 연결해 주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에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강좌의 깊이가 좀 다르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일주일간 저희가 그만큼 성장해서 일 수도 있겠지요.
실리콘밸리 일정 첫 날 들은 Explore International의 Michelle과 Jon의 강연은 “왜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열광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을만큼 좋은 컨텐츠가 많았는데, 마치 스타트업 메뉴얼 열 권 이상을 속독한 느낌이었어요.
이 중 인상적이었던 네 가지만 소개합니다.
하나. 아이디어를 소셜라이즈 하라
당신과 똑같은 아이디어를 가진 팀이 전세계에 최소한 열 팀은 있다. 그러니 아이디어에 목숨 걸지 말라. 아이디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필요한 도움을 구하라!
한국은 작은 땅덩어리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살기 때문에 파이 나누기에 급급한 감이 없지 않은데,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것은 전세계 사람들과 경쟁함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누가 내 아이디어를 훔쳐갈까봐 전전긍긍 할 시간에 차라리 내 아이디어를 사방팔방에 알려 어떻게 하면 도움을 이끌어 낼 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메시지였습니다.
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사람(팀)과 집중이다
100점짜리 아이디어에 50%를 쏟는 사람(팀)과 50점짜리 아이디어에 100%를 쏟는 사람(팀)이 있다면 투자자들은 누구에게 투자를 할까요? 백이면 백 후자에 투자한답니다.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력이 중요하다는 의미죠. 또한, 스타트업은 항상 해야할 일이 가진 리소스보다 많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나와 동일한 아이디어를 가진 팀이 최소 열 팀이기 때문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들이라도 자신들의 백퍼센트를 투자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셋. 경제적 가치를 줘라
좋은 비즈니스란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장 먼저 “당신의 비즈니스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묻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뭔지를 명확히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우리의 서비스/제품이 어떻게 차별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경제적 가치에 기준해서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간을 절약해 준다던가, 돈을 절약해 준다던가 하는 “경제적 가치”가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세상에는 제품은 많은데 비즈니스가 없다고 합니다. 제품을 만들기는 쉽지만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품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되려면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고 수익 모델이 검증되어야 합니다. 고객으로 하여금 기꺼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항상 돈을 따르라”고 말합니다.
넷. 외국인 창업자의 이점을 최대한 발휘하라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은 비슷한 그룹의 특징이 있어 문제 해결방식이 닮은꼴인데 반해 외국인 창업자들은 자라온 환경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 종종 유니크한 가치를 창출한다고 합니다. 때문에 실리콘밸리에는 이들 다이나믹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내는 외국인 창업자들에게만 투자하는 VC들도 있다고 합니다. 즉, 외국인 창업자의 이점을 부각시켜 자신의 장점을 한껏 발휘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창업 선배의 실패에 대한 생각
한편, 런던과 실리콘밸리 견학에서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관심이 많았던 타픽은 “실패를 대하는 문화”였습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실패(failure)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라는 것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독일이나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여정 중 만난 런던과 베를린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도 실패를 용인하고, 두번째 기회를 주는 미국의 창업 문화를 잔뜩 부러워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실리콘밸리 일정 마지막 날, 창업 선배 네 명을 모시고 패널 디스커션 시간이 열렸는데 실패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인상 깊은 내용이 있어 소개합니다.
MIT시절인 2007년 Y Combinator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줄곧 창업자의 길을 걷고 있는, Tsumobi의 창업자 Adam은 말합니다. “가능한 많이 실패를 하라”. 그에게 있어서 실패란 성공을 위한 가이드입니다.
스타트업을 하는 것은 불꺼진 캄캄한 방을 헤매이는 것과 같은데, 직접 방안에 있는 물체와 부딪쳐보지 않으면 방안의 구조가 어떻다는 것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많이 부딪히면 부딪칠수록 방안에 무엇이 있고, 어떤 길로 가야하는지를 스스로 습득하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저는 그의 설명이 아주 생생하게 와 닿았습니다.
창업자가 되는 것은 삶의 방식의 변화라고 말합니다. 이에 패널 중 누군가는 창업자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컨디션(condition)”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네 명의 선배 창업자를 만나 그들의 삶과 철학을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은 이번 여정 중 가장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하나가 되어서 말합니다. “항상 가슴의 소리를 따르세요”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할까요? 풋내기지만, 내가 창업의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고, 선배 창업자들을 만난 후, 내 가슴이 불이난 듯 뜨끈뜨끈 해졌습니다.
마무리
런던과 실리콘밸리에서의 정신없이 바쁜 일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강의 내용, 피치 코칭도 유익했고, 구글 본사 방문도 신났고, 멜린다 게이츠의 강연도 가슴을 뜨겁게 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이 여정을 통해 제 스스로 창업가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인식하게 된 점입니다.
저는 이제 다시 시애틀로 돌아갑니다. 10월 말 제 스타트업 채팅캣을 라이브 시켜 놓고 지난 2주간 신경을 많이 못썼는데, 이제 다시 풀타임 채팅캣 엄마로 컴백합니다.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많은 것을 채팅캣 사업에 적용해 보면서 앞으로의 칼럼에서 종종 공유해 드릴게요!
글: 에이프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