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00대 상장사 중 컨슈머 인터넷 기업이 딱 세 개 있다: 구글, 아마존, 이베이, +페이스북(127위로 꽤 근접). 대범주로 봤을 때 이들은 commerce와 distribution인데, 결국 인터넷 사업은 검증된 이 모델로 수렴하는 것 같다.(Takeaways From The 100 Largest Public Companies)
distribution이라 함은 백사장 모래알처럼 널린 정보/컨텐트를 나에게 맞게 제공해주는 것이다. 돈이 되는 이유는 정보량이 많을수록 ‘눈에 잘 띌 수 있는 권리’의 가치는 커지고, 따라서 기하급수적인 광고비가 몰리기 때문이다. 사실, distribution은 예로부터 미디어 사업의 핵심으로, 무엇을 보여줄지 시청자가 아닌 미디어가 결정하면서 적절한 광고의 기회는 훌륭한 사업이 되었다. 구글도 마찬가지다. 어떤 검색 결과가 나올지 구글의 알고리즘이 정하지만 퀄리티에 무리가 없는 한 광고 수익이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조율이 된다.
이제 성장보다 실적에 대한 압박때문일까, 전혀 새로운 모델 같던 트위터와 페이스북도 ‘distribution 모델’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트위터는 140자 마이크로블로그로써 등장해, 지진 소식을 어떤 매체보다 빨리 퍼뜨리고, 소수 운동가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고, 개인사업자의 브랜딩 창구도 되는 등의 신개념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었다. 허나 지금 트위터를 가입한다면 대중매체의 연장선처럼 아마 느낄 것 같다. 트위터가 미는 ‘디스커버’, ‘트렌드’를 보면 개인 유저가 트윗을 하는 것보다 기존 유명 브랜드/ 정치인/ 연예인 등 빅 어카운트의 마케팅 메시지 증폭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특정 트윗 노출의 컨트롤이 불가능한 써드파티 트위터 클라이언트를 막고, 선거나 올림픽 등 대형 미디어 이벤트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곧 ‘눈에 잘 띄는 권리 제공 =광고수익화’ 하려는 움직임. 최근, 뉴스코퍼레이션 COO 출신 미디어 구루 Peter Chernin이 트위터 보드멤버로 조인한 것에 대해서도 해석은 동일하다. (Twitter is pivoting) 페이스북 역시 스폰서 포스트 등을 푸쉬하면서 distribution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이미 많은 유저가 수백명 가까이 친구를 등록한 상태에서 페이스북이 알아서 걸러주는 ‘탑 포스트’를 보는데 익숙해져왔다. 여기서 그 걸러짐의 의미는 페이스북이 내 가족의 포스트보다 내 친구의 친구가 모 브랜드를 like한 것을 우선시하게 된다는 점이다. 나아가 아무런 ‘소셜’ 관계가 없는 정보도 브랜드가 돈을 내면 ‘추천포스트’로 타임라인에 뜨는 예(포브스 지 기사)도 등장했다. 물론 브랜드에게는 노출 만큼 광고비를 받는 구조다. 명망있는 기업가이자 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반과 테크크런치 편집장 마이클 애링턴이 이런 모델을 강하게 비난해 화제가 되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는 여전히 개인미디어임에 틀림없고, 내가 검색하고 내가 팔로우하고 내가 라이크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보게된다. 단, 시나브로 그 컨트롤의 주객이 전도되어 우리가 보게되는 것들은 결국 distribution 기업의 이해에 맞게 최적화되어가고 있다.
인터넷/ 모바일 혁신이 분명 엄청난 사업 기회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단, 돈버는 대전제가 결국 distribution 모델이라면 컨슈머 인터넷 스타트업들은 그 가능성을 염두해둬야 할 것이다. 아님, distribution/ commerce가 아닌 그 무언가를 아주 치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글 : 안우성
출처 : http://bit.ly/UVN2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