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The Living and Learning with New Media” 라는 제목의 중요한 리포트가 UC 버클리 연구진에 의해서 발표되었다. 그 내용은 포스트 하단에 링크하였다.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새로운 소통의 시대에 대처하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 담겨 있지만, 그 중에서도 결론 부분에 이런 언급이 있다.
현재 네트워크로 연결된 대중들이 서로 배우는 현상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배움과 참여의 초점은 어떤 기관의 책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흥미와 매일매일 어떻게 사회적인 소통을 하는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그런 효과가 학습과 배움에 있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다지 대단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교육과 배움에 대해서 생각하는 그 근본적인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엇인가 정해진 교육과정이 있고, 그것을 이수하고, 평가해서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위 인력보급의 객체로서 학생들이 취급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동료들과 연결된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이들과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고 협업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비전을 명확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지에 대한 차이이다. 또한, 사회 네트워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생들은 “동기(motivation)”라는 강력한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우 성장의 과정은 일제고사나 교사가 매기는 성적에 의해서 평가될 수 없다. 학교의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이 전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 이상으로 교실을 넘어선 사회와의 교감을 통한 개인의 독립적인 사고와 능력이 성장하는 것이 보다 배움이라는 것의 근원적인 원리에 근접한 것이 아닐까? 학생들을 교실이라는 꽉막힌 틀에 가두고, 이 곳에서 주어진 것을 학습하도록 하는 현재의 배움의 방식에는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이들에게 교실을 넘어선 사회와의 소통의 방식을 가르치고, 연결을 통해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며, 자신들의 열정을 나누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런 만남과 연결이 훨씬 쉬워진다. 학생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서 자신들의 역할을 찾고, 친구를 만들며, 협업을 할 수 있는 대상들과 무엇인가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활동들이 자신들의 학생으로서의 성장과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이 리포트의 또 다른 내용으로 학생들이 “열정적인 취미가이자 창작자(passionate hobbyists and creators)”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는 부분이 있다. 이를 위해서 자신들이 작업한 것들을 공유하고, 서로가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기에는 권위를 가진 사람들보다는 경험이 있는 동료들에게서 교육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않된다. 그런 측면에서 어쩌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이 최근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소셜 도구를 잘 활용하는 교육적인 도구나 방식들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좀더 의미를 가지려면 자신들의 온라인 정체성을 안전하게 만들어내고, 잘 관리할 수 있는 그런 기초적인 부분에 대해 인지하는 것이 과거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한글”부터 공부하고 들어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어떤 콘텐츠에 대해서 공부하고, 암기해서 평가받는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집단의 구성원이나 자격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별적인 인간으로서 세상에서 자신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가치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것이 미래의 배움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던져진 과제이다.
참고자료
Living and Learning with New Media: Summary of Findings from the Digital Youth Project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