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로서 빙하시대에 지나치게 최적화된 결과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현생 인류와의 진화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이론이 있다.
자연 생태계와 시장 경쟁에서 수많은 성공 기업들이 도태되는 이유가 바로 성공의 함정이라는 이론이 있다. 우리 대한민국도 후진국에서 중진국 진입까지의 성공 전략이 바로 중진국에 머무르게 하는 함정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바로 빠른 추격자 전략(Fast Follower)과 최초 개척자(1st Mover) 전략의 차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성공 전략은 빠른 추격자 전략으로 요약된다. 아무 것도 없는 세계 최빈국에서 반세기반에 원조하는 국가 반열에 올라선 것은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기 소르망 교수는 “한국의 경제 정치 발전사는 인류의 문화 유산”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바로 한국의 핵심역량이었던 추격자 전략은 이제 새로운 도약을 저해하는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빠른 추격자 전략과 최초 개척자 전략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을 발전시킨 효율성 위주의 열심히 일하는 인재상은 이제 창조적으로 다르게 생각하는 인재상으로 변화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정답 위주의 일사불란한 교육 시스템은 창조적으로 협력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다양성 기반의 협동 문제 위주의 교육으로 변모해야 한다. 혼자 빨리 가는 경쟁 위주의 인재들이 이제는 더불어 같이 가는 협력 기반의 인재들로 변모해야 한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고 하지 않는가. 미래사회의 부가가치는 창조성과 협력성에서 창출될 것이라는 것이 여러 보고서들의 결론이다.
지금까지의 효율경제에서는 규모가 중요했다. 대기업이 이끄는 방향으로 중소기업들은 열심히 따라갔다. 추격자로서 한국은 신산업을 개척하는 모험이 아니라 기존 산업에서 더 빨리, 더 싸게 만들기 위하여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하는 엄청난 근무량으로 승부해 온 것이다. 대기업내에서도 방향 설정을 위한 토론은 시간낭비였다. 위에서 지시하는 데로 실천하는 것이 덕목이었다. 효율성 경제에서 군대식 ‘갑을문화’는 한국의 힘이었으나,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최초 개척자 전략으로 이행하기 위하여 중소기업들의 혁신역량이 가장 소중해지게 된다. 과거와 같은 일방적인 수탈구조에서 혁신의 싹은 꺽이고 결국 대기업의 세계 경쟁력의 아킬레스 건이 된다. 대중소기업의 공정거래가 바로 혁신으로 가는 길인 것이다.
추격자 전략에서 한국의 경쟁력은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에서의 원가 경쟁력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경쟁력은 중국을 비롯하여 우리보다 잘하는 나라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생산원가의 경쟁력은 물론 연구 개발비의 경쟁력에서도 중국은 한국과 대등한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추격자 전략에서 우리는 기존에 선두국가들이 간 길을 열심히 따라 갔다. 당연히 실패란 성실하지 않은 행동으로 치부되어 경원시 되었다. 그러나, 개척자전략에서 새로이 개척하는 길들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실패는 이제 혁신의 씨앗인 것이다. 실패를 지원하지 않으면 혁신은 사라진다. 바로 실리콘 밸리와 이스라엘의 벤처 활성화의 비결이다.
빠른 추격자는 모두가 정신없이 뛰어야 한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선두권과 후미의 간격이 벌어진다. 소위 양극화 현상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저해하는 사회통합 문제로 등장한다. 사회 갈등 비용이 이미 300조를 넘어서고 있다. 복지가 없으면 노동시장의 경직화를 피할 수 없다. 사회갈등이 심각해 지면 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가 등장하게 된다. 이제는 성장만큼이나 사회통합이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국가 발전 전략의 대전환 패러다임을 이끌 차기 지도자를 기대하는 이유다.
글 : 이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