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김태희, 이소은, 성시경, 송중기…
흔히 알려진 엄친아 연예인들이다. 공부도 잘하고, 연예활동도 잘 하면서, 멋지게 생기기까지.
Eric, Jessica, Matt, Chris, katherine, Jeff, Sydney, Steven…
엄마 친구는 에반스톤에도 계시더라. 좋은 학부를 졸업하고 좋은 회사를 다녔으며 예쁘게 잘 생겼으면서 말도 잘하는 친구들.
된장 MBA들의 경우 유학생활 초반에 1) 낯선 환경에의 적응, 2) 모국어가 아닌 언어의 장벽, 3) 한국과는 다른 교육 방식과 시스템에다가 4) 미국 엄친아들에게 둘러싸인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더해져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피폐한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얼마 전 가수 싸이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한국말로 하면 10초만에 당신들을 웃길 수 있는데 영어로 하다보니 진지해져서 탈이라는 얘기를 하던데, 수업시간에 고급 영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120% 표현하지 못하는 된장 MBA들의 마음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었다. 특히나 100만큼 가지고 있는 지식을 현란한 말솜씨/글솜씨를 통해 120, 혹은 그 이상으로 만들어내는 미국 친구들과 생활하다 보면, 내가 이 친구들과 국제무대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에 MBA 합격 직후 한껏 부푼 자신감의 풍선은 이미 바늘로 콕콕 찍혀 더이상 빠질 공기도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단순히 언어의 불편함만이 부담감의 유일한 원인일까? 그러면 미국 친구들은 MBA 생활에 전혀 부담이 없을까?
미국 애들도 부담을 느낀다
내가 그들의 맘 속까지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그 친구들도 분명히 어느 정도 MBA 생활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 콜드콜 걸렸을 때 스마트한 대답을 하지 못할까봐 수업시간에 심장이 떨린다고들 하고, 그룹 미팅에서 기여를 하기 위해 주말에도 도서관에서 케이스를 분석하고, 동기들한테 잘 놀고 재밌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파티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번듯한 직장에 가기 위해 업계 사람들과의 네트워킹에 목숨을 건다. 이러한 노력의 원천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성취감 때문이 절반이라면, 적어도 나머지 반 정도는 내가 동기들한테 어떻게 보이는가에 상당히 신경쓰기 때문인 것 같다.
Peer pressure (또래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
옆 집 지호가 속셈학원을 다니면 나도 다녀야 하고, 옆 집 정미가 반장을 하면 나도 해야한다. 내 짝궁이 조기유학 가면 나도 가야하고, 아빠 친구가 서울대 가면 나도 가야한다. peer pressure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직업을 갖느냐를 결정함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고, MBA 에서도 써머 인턴과 풀타임 잡을 구하는 데에까지 쫓아 다니는 아주 끈질긴 녀석이다. 5살부터 함께 한 peer pressure. 언제까지 쫓아올까.
투자금 회수 vs. 자신의 열정
MBA = (2년) + (2억원)
MBA는 과연 가치가 있느냐 라는 주제는 늘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대부분의 MBA 졸업생/재학생들은 2년간의 경험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하고, 나 역시도 MBA 예찬론자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2년간 세계일주를 한 사람도, 봉사활동을 한 사람도, 그냥 백수로 실컷 논 사람도 자신의 경험은 돈으로 살 수 없을만큼 소중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므로, 아주 현실적인 관점에서 MBA를 위해 투자한 돈을 회수하여야 한다는 것은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는 합리적인 사고일 수도 있다. 그 때문인지 얼마만큼의 연봉을 받는 job을 구했는가 역시 MBA 생활의 성공여부를 측정하는 척도로 흔히 쓰이곤 한다.
그래서 꽤 유명하면서도 어느 정도의 연봉을 보장해주는 회사들의 설명회에는 언제나 학생들이 바글거리고, 설명회가 끝나고 난 후 리크루터의 눈도장을 한 번이라도 찍기 위한 학생들로 강의실 앞은 북적거린다. 그런데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의 학생들 사이사이로, 자신이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멍하니 회사의 프레젠테이션만 듣고 있는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내가 미칠만큼 좋아하는 일이라기 보다는 남들이 좋다고들 하니까, 이 정도 회사면 쪽팔리지 않으니까… 뭐 이런 생각들로 말이다.
기술발전의 흐름에 관심도 없고 그 업계 언어는 러시아말 같은데도 하이테크 회사에 관심을 보이고, 탁월한 숫자 감도 없고 엑셀을 한 시간만 보고 있어도 현기증이 나는데도 banking 에 갈거라고 말하고, 업무 출장이라면 지긋지긋한데도 컨설팅 하고 싶다고 말하고 (미국 컨설팅 회사의 경우 출장이 매우 빈번하다)… 2년간 함께 공부한 동기들은 IB다, 컨설팅이다, PE/VC다, 하이테크다 뭐다뭐다 하면서 번듯한 직장에 잘만 가는데, 나만 박봉의 업계로 가기에는, 나만 work life balance를 추구하기에는, 나만 듣도 보도 못한 회사에 취직하기에는, 취약한 수익모델로 창업을 고려하기에는, 고국으로 돌아가기에는 peer pressure 라는 놈이 어느새 다가와 자존심 있는 MBA들을 한없이 짓누르기 때문이다. (물론 서부 MBA 학교들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한국인들보다는 덜 하겠지만, 미국 애들에게도 분명 옆 자리에 앉아있는 엄친아들로부터 받는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부분 있는 것 같다.
Find it! 오늘 점심 때 학교에서 lunch session으로 열린 Donald Van de Mark의 강연을 들었다. 前 CNBC 리포터, CNN 앵커인 그는 자신의 20여년간 언론인으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가장 존경받고 창의적이며 행복한 사람들의 19가지 특성’ 이라는 부제를 단 <The Good Among the Great>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이번 강연은 장차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MBA들에게 이러한 19가지 특성들을 자신이 만나온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들려주기 위한 자리였다.
1시간 동안의 열정적인 강연과 Q&A를 마치고 그는 앞으로 리더가 될 여러분들께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다름이 아니라,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열정을 추구하여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해왔다면서, MBA들이 peer pressure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길을 나아가는데 주력하여 진정으로 성공하길 바란다는 당부로 끝을 맺었다. 지금은 믿기 어렵겠지만, 사랑하는 일을 하다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말과 함께.
“Life is a lot shorter than you think. Find something you love to do. And keep doing it. People will respond to a passionate person. It’s you… Again, life is short.”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