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회원기반 서비스입니다. 즉, 이메일로 페이스북에 가입해서 이용할 수가 있고..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는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사용 가능합니다.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메시징 서비스인 페이스북 메신저도 예외가 아닌데, 지금까지는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자신의 친구들과 채팅을 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물론 페이스북에서는 친구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메시지는 보낼 수가 있고..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페이스북은 안드로이드용 메신저 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페이스북 계정뿐만 아니라 이름과 전화번호만으로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 사람은 기존처럼 사용해도 되는 것이고.. 페이스북 계정이 없는 사람도 카카오톡이나 라인, 왓츠앱처럼 이름과 전화번호를 이용해서 휴대폰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이런 행보는 스마트폰이 많이 보급되지 않은 국가 및 지역을 노리는 것과 함께 20주년을 맞은 통신사 중심의 문자메시지(SMS)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Mary Meeker가 발표한 2012년 인터넷 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모바일 이용자는 50억명인데.. 스마트폰 이용자수는 10억명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폰의 보급 속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향후 몇 년동안 흔히 말하는 피처폰 이용자수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행보는 전화번호로 이용할 수 있는 국가로 인도, 인도네시아, 베네주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를 선정하고 향후 다른 국가로 점진적 확산을 하겠다는 계획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일반 피처폰에 대한 페이스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스냅투를 인수했는데.. 조만간 피처폰용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왓츠앱이나 카카오톡, 라인 등 전화번호 기반의 메시징 서비스가 큰 폭으로 성장하며, 기존 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는 모습을 보며, 페이스북 계정이 아닌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계정을 버린 것이 아니라 전화번호만으로도 메신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했다는게 정확한 분석입니다.
페이스북 회원이 10억명에 이르고 있지만.. 아직도 전 세계 인구를 고려하면 페이스북이 확장해야 할 영토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페이스북 회원 가입을 하지 않고도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고.. 향후 페이스북 가입자로 전환되게 할 수도 있는 다목적 카드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10억명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이용자를 페이스북 회원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죠.
페이스북은 지난 9월에 메신저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일부 단말에 한해 메신저앱 내에서 휴대폰 주소록에 등록된 친구에게 일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바 있습니다. 이것은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페이스북 친구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까지 포함해서 스마트폰내 메시징을 페이스북 내에서 해결하도록 해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였던 셈인데.. 페이스북 ‘계정’이 약간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얼마 전에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는 점입니다. 페이스북이 메시지를 소셜메시징으로 포장하며 이메일을 대체하는 것처럼 가다가 벨루가 인수를 통해 모바일 메시징으로 완전히 선회했던 적이 있습니다. 전화번호 기반으로도 페이스북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왓츠앱과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인데.. 왓츠앱의 가입자 1억명과 유료 정책 등 서비스를 인수하려는 것일까요? 아니면 왓츠앱의 모바일 메시징 경험에 대한 재능을 페이스북에 접목하려는 것일까요?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모바일 메시징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국내 서비스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두 서비스가 주된 기반을 두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타 국가에 비해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크지 않고..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페이스북 메신저가 전화번호 기반을 채택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데, 양사의 글로벌 확산 전략에는 빨간불이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와 라인은 모바일 메시징 분야에서의 성공을 발판삼아 소셜 서비스로 확장을 꾀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반대의 전략을 택했으니, 모든 분야에서 경쟁을 하게 되는군요. 1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궁금합니다.
글 : 버섯돌이
출처 : http://bit.ly/TINm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