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논문 : 박선희(2012)_SNS 뉴스 소통.pdf
1. 소셜네트워크와 여성 상위 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여성 상위’의 공간이다. 인터넷 등장기와 성장기를 거치며 넷(Net)을 수놓았던 검색, 홈페이지, 게시판, 뉴스사이트 등에서 목격되지 않았던 현상이다.
대체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기엔 남성 주도 현상이 나타나다 확산되는 국면에서 여성이 이를 뒤따르는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여성 이용자가 주도하는 서비스가 보편적이고 주류를 차지하는 현상은 여전히 낯선 풍경이다.
통계를 보면 보다 명쾌하게 드러난다. 퓨인터넷이 지난 2011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여성 이용자의 비중은 2008년 53%에서 2010년 56%로 3% 증가했다. 반면 남성 이용자의 비중은 여성 이용자의 증가량만큼 감소했다.
플랫폼별로 살펴보면,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의 여성 이용자 비중은 각각 58%, 57%로 남성 이용자 비중 43%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트위터는 여성 이용자 비중이 64%로 남성(36%)을 크게 압도했다. 기타 SNS에서도 여성 이용자 비중은 60%대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 이용자가 압도적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들이 비즈니스로 성공하는 케이스들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핀터레스트닷컴(Pinterest.com)과 카카오스토리를 비롯한 사진 기반 모바일앱이다.
핀터레스트닷컴은 가장 빠른 시간에 1000만 사용자를 확보한 서비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초고속 성장을 상징하는 이 인터넷 서비스는 2011년 12월 17일 현재 이 사이트의 방문자 58%는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인터넷 IT 전문지 <블로터> ‘여성이 사랑하는 서비스 핀터레스트’) . 더욱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핀터레스트닷컴 페이스북 팬페이지의 여성 회원 비중이 97%일 정도로 여성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사진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여성 이용자 잡기에 혈안이다. 국내 사진 기반 모바일앱에서 52%의 사용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카카오스토리는 30대 여성이 주요 고객이다. 30대 여성 이용자들은 이들 서비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진 공유라는 행위를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인터넷 초기 온라인에서 여성의 지위사실 여성들이 인터넷 서비스에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암탉이 울면 사이트가 망한다’는 속설이 국내 인터넷 산업을 지배했다.
이용자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유익한 정보의 생산-재생산 체계가 구축돼야 하는데, 여성 이용자의 증가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목소리의 배경에는 여성들의 커뮤니케이션 문화의 한 축인 수다 문화가 이용자에게 유익성을 전달하지 못한다는 폄하적 맥락을 포함하고 있다.
2006년 당시 이 논란을 주도한 한 블로거는 “(사이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공의 관심사에 적중하는 콘텐츠가 많아야 한다는 뜻이고 Web 2.0과 UCC의 시대에 여자 회원들이 사이트에 득실거린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라며 그 근거로 여성포털 ‘마이클럽’의 폐쇄를 들기도 했다.
이 속설은 수많은 비판을 불러왔지만, 앞서 언급한 여성 포털 마이클럽의 폐쇄, 싸이월드의 하락세와 맞물리며 마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도 일부에서 나타났다. 특히 수다 문화의 공적 확장성을 외면하면서 여성 이용자의 유입을 경계하는 인식을 낳기도 했다.
이처럼 인터넷 성장기, 여성 이용자의 증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남성 중심적이었다.(<Television Culture> p.78)
“남성들은 여성들의 수다를 제어되지 않는 문화적 형태로 지속적으로 간주해왔던 현상으로 폄하해왔다”는 기존의 시각이 인터넷에서도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보의 공공성, 유익성, 흥미성 등을 인터넷 비즈니스 성공의 필수 요건으로 규정하고 이를 남성의 전유물로 확정하는 시선을 담아냈다.
남성과 다른 여성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특성
인터넷 서비스의 성공을 남성 이용자 유입과 결부시키는 접근법이 최근 들어 자취를 감추면서 여성 이용자를 향한 구애라는 정반대의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SNS에 여성 이용자들이 주목을 받고 있을까. 5~6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찬밥‘ 대우를 받던 여성성이 획기적인 반전의 기회를 얻게 됐을까. 웹의 속성이 변화하면서 등장한 경향일까, 웹에서 재현되는 여성성의 변화가 만들어낸 모멘텀일까. 또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일까 혹은 지속적일까.
인터넷에서 ‘여성 이용자’의 위상 변화는 무엇보다 소셜웹의 안착 및 확장과 관련이 깊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인 소셜웹은 현재 웹을 구성하는 서비스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셜웹의 대표 서비스인 페이스북이 웹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소셜웹이 전체 인터넷 구성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는 방증이다.
사실, 1990년대 등장한 대다수의 웹사이트는 읽기 전용이거나 일방향 커뮤니케이션 구조(One way conversation)를 채택했다. 오프라인 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웹이라는 공간에 기계적으로 재구축하면서 나타난 조류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는 일방적 수용자의 지위에 머물렀고, 개인과 개인, 조직과 개인 간의 상호작용성은 깊이 반영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1세대 웹 혹은 웹1.0이라고 부른다.
이 같은 인터넷 1세대 웹과 달리 소셜웹은 개방성(openness), 수평적(탈위계적) 상호작용성, 연결성(connectivity) 등에 기초하고 있다.
소셜웹은 5가지 공통적인 특징(‘Characteristics of Social Networks’ 참조)을 포함하고 있다. ▲ 사용자 기반성 ▲ 인터렉티브 ▲ 커뮤니티 주도성 ▲ 관계망 ▲ 감성적 콘텐트(Emotion over content)이 그것이다.
소셜웹의 진화는 일반적으로 사용자 제작 콘텐트(UGC)와 함께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개인 웹사이트나 포럼, 온라인 채팅은 웹2.0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이보다는 블로그, 소셜네트워킹(Twitter, Facebook, Myspace), 북마킹 서비스(Digg, Reddit), 위키(위키피디아, 구글 놀) 등을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동의어로 통용되고 있다.
소셜웹에 보편적 특성은 젠더로서 여성성이 지닌 강점과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여성들은 상의하달형의 위계적 커뮤니케이션보다 관계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하다. 또한 일상적 기록을 구술적 형태로 드러내고 표현하면서 친밀감과 정서적 교감을 강화한다.
김명소, 김혜원(1998)은 ‘컴퓨터 사용과 관련된 정서경험의 성차’에서 남성은 정보 지향적이고 활동 지향적인 욕구충족을 위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반면, 여성은 대인관계 지향적인 욕구충족을 위해 이용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여성의 관계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뇌과학의 관점으로 분석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루안 브리젠딘(Louann Brizendine)은 저서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에서 “여성은 아이를 낳고 키워야 하는 오랜 세월동안 자신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남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면서 “때문에 여성은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관계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여자는 자신이 남들과 연결된 존재로 느끼기 때문에 관계 지향적이고, 언어력을 관장하는 두뇌가 발달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남자보다 월등히 우수하다”고 강조한다. 소셜 웹의 특성과 여성성 간의 흡착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관계 지향적 여성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소셜웹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여성 커뮤니케이션을 상징하는 ‘수다 문화’는 소셜웹에서 재평가의 대상이 된다. 수다 문화에 내재된 일상적과 친밀성, 상호작용성, 관계 지향성은 소셜웹을 성장시키는 핵심적 가치가 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성 이용자 비율이 높은 트위터에서는 ‘수다‘형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마케팅 분석 업체인 피어 애널리틱스 LLC(Pear Analytics LLC)가 2009년 진행한 조사결과 트위터에서는 ‘의미없는 수다’(pointless babble)가 전체 트윗의 40.5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의미없는 수다가 40%를 넘어섰지만 트위터의 성장이 정체 혹은 하락하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수다의 효과로 소셜웹 콘텐츠가 양적으로 증대되고, 관계 맺기 과정에서 추적되는 데이터로 인해 콘텐트 노출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수다성 콘텐트는 위치 정보, 시간 정보, 관계 맺기 대상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와 맥락적으로 결합되면서 유익한 정보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소셜네트워크에서 ‘여성 다수‘ 흐름을 띠는 것은 아니다. 젠더에 따른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차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구별된다. 예를 들어 정보 지향적, 목적 지향적 소셜네트워크의 특성이 뚜렷한 링크드인(Likdin)은 여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달리 남성 이용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대화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성 다수성’이 링크드인에서는 목격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 다수성’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목적 지향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하는 남성성이 재현된 경우라고 짐작할 수 있다. 구술 문화보다는 위계적, 목적 지향적 커뮤니케이션을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서는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소셜웹의 여성 주도, 일시적 현상일까
소셜웹에서의 ‘여성 다수성’을 일시적 현상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선 좀더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www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의 언급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웹은 기술적 창조보다 사회적 창조(Social Creation)로서의 성격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나는 웹을 사회적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설계했다. 즉 사람들이 함께 일하도록 도움을 주기 위함이지, 기술적 장난감으로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다. 웹의 궁극적인 목적은 세상에서 웹과 닮은(weblike) 우리의 존재를 지원하고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가족으로, 위원회로, 기업으로 모이게 된다. 우리는 저 모퉁이에서 먼 거리(miles)와 불신을 가로지르는 신뢰를 개발했다. 우리가 믿고, 지지하고 동의하고 기대는 것은 웹에서 재현 가능하며 점진적으로 웹에서 재현돼왔다.“
팀 버너스 리의 기술적 기획에 따라 웹의 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오류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웹이 궁극적으로 협업과 관계, 커뮤니티의 형성을 목적으로 설계된 만큼 여성성이 소셜웹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남성적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일부 변형되면서 적응되거나 소셜웹에서 이탈할 확률도 존재한다.
소셜웹에서 재평가되는 수다 문화의 가치
대표적인 페미니즘 문화 연구자인 피스크(Fiske)는 여성의 수다문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재평가한다.
“구술 문화는 호응적 성격을 지니면서 동시에 직계 공동체(Immediate Community)의 한 부분이다. 집중화와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거부한다.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한다.” (<Television Culture>)
소셜웹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다 문화의 보편화는 그것이 지니고 있는 탈권위적, 탈위계적, 전복적 에너지의 일상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피스크의 평가를 수용하면 수다는 웹 내에서 이데올로기적 통제를 거부하고 공동체성을 복원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신뢰 기반의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는 소셜웹에서 여성성에 대한 진단, 수다 문화가 가진 잠재력의 재해석은 웹의 미래를 전망하는데 있어 필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웹의 내일을 전망하면서 여성성의 가치를 폄훼해왔던 그간의 인식과 접근법은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글 : 몽양부활
출처 : http://blog.ohmynews.com/dangun76/4870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