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대기업이 M&A를 해주지 않아서이다.”
이 말은 개인적으로는..
“구글도 페이스북도 매년 얼마나 많은 인수를 하는데, 네이버 다음은 왜 인수를 안 하냐? 다 너 때문이야!”
로 들린다. (
하지만 생각해보자.
구글/ 페이스북 경영진은 벤처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 혹은 긴 시각을 보고 손해를 감수하고 M&A를 하지만, 네이버 / 다음 경영진은 벤처 생태계에는 관심 없고 다 자기 혼자 다 해버리려고 M&A를 안 하는 건가?
‘사업의 영속성’ 과 ‘이윤’을 생각하는 기업가의 기본적인 속성이 나라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일까?
난 아니다! 에 한표를 건다.
그럼 왜, 무엇이 다른 거지?
#1. 한국에서 M&A가 적은 첫 번째 이유는 제대로 된 기술기반 기업이 적어서이다.
실리콘벨리에는 “스탠포드 박사 3명이 모이면 무조건 투자받는다” 는 말이 있다. 몇몇 (시니컬한) 글들을 보면 이걸 인용하면서 한국에서는 “서울대/카이스트 출신 개발자 3명만 모이면 무조건 투자받는다” 라는 말이 있다고들 한다.
조금 이상한 점은, 미국만해도 ‘박사’ 급인데, 한국에서는 그냥 ‘출신’ 이다.
구글만 봐도 스탠포드의 박사과정출신이 나와서 사업을 시작했고, 구글의 M&A 도 자세히 살펴보면, google docs, google earth, google analytics 등 기술기반 기업을 많이 인수했다.
한국에서 기술기반 기업을 표방했던, 첫눈이나, 올라웍스, 엔써즈와 같은 기업들은 이미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M&A가 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대부분 스타트업은, 페이스북 /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보고, 혹은 (진짜로) 창업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대학생 벤처로 시작한다. 학부에 졸업한 정도의 지식의 개발자로 기술기반 기업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라도 꽤 힘든 일임은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대부분 기업들은 기술기반 기업보다는, 서비스 기업을 창업한다.
기업가 입장에서도, 기업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내부인력이 만들 수 없고, 혹은 만들 수 있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이유로 M&A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경우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다.
세계적인 석학이 많고, 또 그들이 많이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스탠포드) 미국과, 대부분 학부생이 서비스 기업을 창업하는 한국을 비교하기에는, 조금 안타까운 면이 있다.
#2. 두 번째 이유는 시장 크기의 차이이다.
그렇다면 한국 스타트업의 대부분이 지향하는 서비스 기업은 어떠한 경우에 인수가 될까?
서비스를 인수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현재 일정수준 이상 증명된( 유의미한 회원수를 모으고 지표가 잘 나오는 ) 서비스’ 인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실리콘벨리 등 한 지역이나 몇몇 회사 등에서 증명되기만 해도명, 유의미한 volume 이 나오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서비스가 된다. 또한, 향후 발전할 수 있는 부분도 (타지역/ 다른회사) 확실하기 때문에, 조금더 안정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이나, 기존사업의 지역적 확장을 꿈꾸는 기업들의 M&A 가 이루어지곤 한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는 분명 있었다. 소셜커머스의 확장시절, 국내 각 지역에서 소셜커머스가 생겼었고, 지역적 확장을 이유로 ( 물론 영업인력 등 다양한 다른 이유도 많긴 하지만 ) 많은 소셜커머스들의 M&A 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그러지 못한다. 왜냐하면, 미국의 한 지역이 한국전체의 시장규모를 가진 상황에서, 한 지역만을 우선 공략하기에는 (서울은 제외), 그것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기업의 매력도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B2B 비즈니스의 경우에도, 미국과는 다르게, 영업대상 기업들이 지극히 한정되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들을 공략하지 않는한 일정규모 이상의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주어 매력적인 M&A 매물로서 보여지기는 힘든 면이 있다.
#3. 세 번째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다.
위의 두 가지 중 하나의 조건이 맞는 기업일지라도 국내에서의 M&A가 미국보다 조금 더 힘든 이유는 낮은 개발자 인건비 때문이다.
개발자로 인턴만해도 5~6천의 연봉을 받고, 정직원으로 들어가면 1억이 넘는 고소득이 보장되는 미국의 대기업 개발자와, 정직원이 되도 4~5천정도인 한국의 개발자와 단순 비교를 하기는 조금 힘들다. (그렇다고 한국 개발자의 연봉을 낮다 혹은 높아져야 한다 등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M&A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이든 서비스이든 인수를 하는 비용이, (시간적인 요소를 같이 고려했을때) 자체 개발하는 것 보다 더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건비가 낮으면, 그만큼 인수를 하려는 금액이 낮아지고, 인수를 하려는 금액이 낮아지면, 한껏 눈이 높아진 스타트업들이 수긍하기도 힘들 뿐 아니라, 대기업으로서는 M&A를 위한 부대비용과 인건비, 사후관리 등의 고려해보았을 때, 낮은 인건비의 자체 개발자로 개발해 버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렇기에 한국의 서비스업은, 그것이 (‘시장’ 이 작아 증명이 완벽하게는 되지 못했지만) 미투데이더라도 22억이 불과했던 것일 수도 있다.
#4. 결론은?
첫 번째 기술기반 기업이야 그렇다고 치고, 두 번째, 세 번째 이유는 어쩌라는 거냐?
어쩔수 없다. 한국의 시장이 그만큼 안 좋은 것이고, 그만큼 가능성이 적은 시장이라는 것이다. 사실 기술기반 기업도, 세계적인 석학이 창업을 할 수록 기술 개발이나, 그것으로 인한 M&A에 유리한 것이며, 상대적으로 인력풀이 약한 한국으로써는 불리한 조건일 것이다. (사실 위의 이유들도, 그리고 이유에 든 사례들도, 몇몇 가지 사례에서 기반한 괘변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단순히 대기업들에게 “M&A 많이 해주세요.”라고 부탁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의 많은 석학들이 국내외 대기업의 유혹을 뿌리치고 창업전선에 뛰어든다면, 혹은 뛰어난 개발자 / 기획자들이 많이 창업을 해 ‘인력이 탐나서’ 인수하게 만들 수 있다면, 국내에서 활성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국내에도 카카오 등의 기업에서 ‘인력이 탐나서’ 혹은 성장에 따른 급격한 ‘인력채용의 불가능’ 으로 인해 M&A를 한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대기업이 아니라, 창업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벤처 생태계를 위해 인수해주세요~라고 쪼르기에는, 혹, 그렇게 해서 대기업이 M&A를 한두 건 하더라도, (그런 경우가 눈에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대기업에 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이것은 선순환이 아니라, 악순환의 고리를 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글 : 이동표
출처 : http://www.dongpyo.com/blog/?p=3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