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의 변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IT산업 시가 총액 상위 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1990 년대는 일본의 HW 완제품 업체가 주도하였고 2000년대부터는 PC 생태계를 주도한 MS와 Intel의 등장이 눈에 띄고 현재는 플랫폼과 핵심 모듈 기업이 주도하는 현상을 살펴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은 1990년대에 일본 기업이 IT 산업의 중심에 있었다면, 현재는 거의 미국 기업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핵심모듈 확보기업으로 삼성을 제외한다면 전부가 미국 기업이다.
IT산업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서 한 세대만에 2개에서 9개로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IT 산업을 주도해 온 국가이기도 하지만 플랫폼과 핵심 IT 기술을 장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혁신생태계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혁신 생태계
혁신을 통한 성장은 주로 한 기업에 국한된 과제였다. 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가는 그 기업의 R&D 투자와 역량, 인재 확보, 기업전략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되었다. 그러나 정보기술 발전과 함께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으로 인하여 개별 기업의 역량과 더불어 상생과 협력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 한 기업이 R&D, 부품, 디자인, 생산, 마케팅, 물류 등 모든 기업활동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애플도 R&D, 디자인, 마케팅을 제외하고 제조는 아웃소싱을 활용하고 있으며 구글도 플랫폼을 제공하고 제조, 콘텐츠, 앱과 같은 영역은 외부 생산자를 활용한다.
이처럼 기술혁신에서 개방과 상생이 중요해짐에 따라 혁신적 아이디어가 탄생하고 제조되어 제품 및 서비스로 완성되어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구성 요소간의 가치 사슬 네크워크를 구축하고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혁신 생태계의 역할이 요구된다.
혁신생태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실리콘밸리라고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라는 명칭은 1971년 신문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최초로 사용되었지만 일반적으로 1939년 휴렛패커드 창립을 기점으로 잡는다. 실리콘밸리는 뛰어난 엔지니어들, 혁신적이고 다양한 기술력, 풍부한 벤처캐피탈, 스탠포드와 같은 명문대학, 회계와 법률과 같은 기업인프라, 개방적이고 활발한 네트워크, 창의적 괴짜 문화 등을 주요한 특징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미국처럼 IT를 주도하는 나라에 혁신생태계는 오직 실리콘밸리밖에 없을까? MIT와 하버드와 같은 명문 대학을 가지고 있는 보스톤에도 Route 128라고 불리우는 혁신생태계를 가지고 있으나 실리콘밸리에 주도권을 넘긴 상태이다. 실리콘 밸리는 보스톤과 어떤 차이점을 통하여 성공하게 된 것일까?
산업시대의 성공에 기반한 자본과 대량생산 인프라, MIT와 하버드와 같은 명문 대학을 갖추고 있었던 보스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로 인하여 1970년대들어 활력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HP와 페어차일드와 같은 핵심 기업들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비교적 작은 기업들로 이루어진 활발한 협력 관계를 지향합니다. 군수산업 중심이던 보스턴이 급격한 경기부침에 시달린 반면 실리콘밸리는 PC와 네트워크와 같은 민간 산업에 초점을 두어 인터넷 발전과 함께 벤쳐기업들의 요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울러 스탠포드 대학은 SUN, 실리콘 그래픽스, 넷스케이프, 야후, 구글과 같은 선도기업의 CEO를 배출하며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 우수한 엔지니어 풀을 제공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혁신 생태계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
구글코리아의 정재훈 변호사는 글로벌 K-스타트업, 실리콘밸리를 느끼다에서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이루게 한 특별한 비법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창업가 정신, 빠른 실패, 네트워킹, 다양성이라는 4가지 요소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전해주는 혁신 생태계를 이루기 위한 조언은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여 스마트한 인재를 확보하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천 그리고 활발한 커뮤니티 네트워킹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IT 산업구조를 살펴보면, IT 생산 세계 4위와 수출 5위라는 글로벌 IT 강국의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대기업에서의 HW 완성품을 중심으로 소재와 부품, SW를 제공하는 중소기업간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혁신은 새로운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가치사슬의 변화을 수반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본질은 개별기업의 차원이 아니라 어떻게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조직이 커지면 혁신이 저하되는 반면에 조직이 작아지면 확산시키는데 어려움이 따르게 됩니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선순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기업은 글로벌 마케팅의 역량을 제공하고 중소벤처기업은 혁신의 효율성을 통해 혁신적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스탠포드와 같은 우수한 엔지니어의 풀을 갖추기 위해서 대학에 파격적인 처우로 세계적 수준의 교수진을 초빙하고, 과감한 투자로 글로벌 인재들을 끌어 모아야 합니다. 관료적이고 책임만 묻는 행정적인 벤쳐지원에서 경험 많은 엔지니어가 벤처기업을 선별하고 투자하여 교류를 통해 벤쳐기업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페이팔 마피아로 불리는 페이팔 출신 투자자들이 오늘날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고 있는 것처럼, 성공한 기업가들이 다시 벤처기업에게 투자하고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정부에서 수없이 강조해오던 상생은 잘되지도 못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폐쇄적인 결합에서의 윈윈이지 개방된 생태계를 구축하자라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산업계를 열심히 이끌어 왔습니다. 덕분에 네크워트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플랫폼에서 밀린다고 하자, 대기업과 플랫폼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망신만 당했습니다. 이제는 생태계가 문제라고 하자, 글로벌 IT 생태계 강국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제시합니다. 실리콘밸리가 미국 정부의 야심찬 기획으로 육성한 것이 아니었듯이 생태계 조성을 정책을 통해 이루어내겠다고 앞장서는 것도 우려부터 만들어 냅니다. 실리콘밸리가 건물이나 자금을 지원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 : 황순삼
출처 : http://swprocess.egloos.com/2907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