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성장 산업인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을 한국, 일본, 미국 시장에서 경험하고 있자니 재미있게도 성장기 게임회사가 밟는 수순이랄까 패턴이 보이는 것 같다. 예상치 못한 너무나 큰 성공 이후, 다음엔 뭐하지? 어떻게 더 크지? 라는 답이 결국 비슷하게 수렴하는 듯하다.
1. 써드파티 퍼블리싱
내가 업계에서 첨 했던 일이 EverQuest였다. 당시 리니지를 성공시킨 엔씨로써 미국 최고 MMO의 아시아 퍼블리셔가 되어 다음 성장을 꾀했다. 비슷하게, 대박 온라인게임 하나씩 든 N사들이 포탈을 만들며 퍼블리싱에 힘썼었다. 사실 성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마치 MVP가 꼭 최고의 감독이 되진 않듯.. 요즘 보면 소셜/모바일 게임회사들이 같은 패턴을 보인다. Zynga, GREE, Pocket Gems, Kabam 등 선두 회사들이 너나 할 것이 퍼블리싱에 참여했다. 자사의 다음 대박게임까지 손만 빨고 있을 수 없고, 비싸게 내 유저를 확보했는데 떨어져나가는 걸 보느니 더 벌자는 전략이다.
2. 글로벌 확장
국내 시장 1등했으니 글로벌 가야지! 사실 핀란드처럼 내수시장이 작으면 무조건이겠지만 한국, 일본, 미국 같은 게임 시장에서 사실 글로벌이 필수라고 보긴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 초대박을 경험한 기업들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편이었다. 내가 엔씨 재팬 주재원으로 나갔을 당시, 4년된 지사는 CEO가 이미 세번째로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다행히 지사장님과 있는 3년간 회사는 흑자 전환 후 현재까지 건승하고 있지만 많은 회사들이 일단 사람 보내보고 삽질 끝에 접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온라인 기업들이 그래왔듯, 미국의 소셜게임사나 일본의 모바일 게임사가 답습하는 패턴이다. 한창 펀딩 받고 성장하면서 ‘해외 몇개국에 지사 존재’를 강조하던 징가나 GREE 등의 기업들이 지사 감원 및 철수, 서비스 종료하는 모습에서 일본, 미국서 본 여러 주재원들이 떠오르면서 참 낯설지 않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3. 쟝르 다양화
어쩜 가장 비합리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건 쟝르 다양화다. 온라인 게임에서 엔씨도 캐쥬얼 게임 했었고, 한게임도 하드코어 MMO를 만들었다. 하다보면 물론 소정의 성과가 있지만 기대만큼 유저가 한 회사에 로열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징가가 요즘 -ville을 벗어나 코어 게임을 내놓고 또 온라인 갬블을 시도하고 있다. Kabam은 좀 코어에서 좀 더 캐쥬얼한 쪽으로 넓혀가려 한다. 좋은 인재가 독립 의사결정권을 갖고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대중이 갖는 기대치가 참 무시하기 힘들다. 팀 버튼이 물론 웬만한 영화 감독보다 디렉팅을 잘하겠지만 로맨틱 코메디를 작업하면 어떨까 (혹은 닌텐도가 만드는 MMO?). 조직이라는 생명체는 큰 성공을 하면 그에 특화된 DNA가 꽤 깊숙-이 자리잡아서 세포 단위에서의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다시 하는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 같더라.
4. 머천다이징/ 트랜스미디어
Rovio라는 회사의 성공이 너무 좋아보였는지, 요즘 보면 많은 모바일 게임회사들이 장난감, 인형, 애니메이션까지 하겠다면서, 닉켈로디언에서 제휴 연락을 받곤 한다. 이쯤 되면 게임업계를 넘어선 얘긴데, 결론부터 말하면 남의 밥그릇 뺏어오기가 참 만만치 않다. 마리오나 스트리트파이터의 영화버젼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무엇보다 게임의 성공이 캐릭터와 스토리에 있는지 단계적 성취감인지 소셜 (싸움/ 협력)인지를 잘 되짚어 보고 생각해볼 전략이라 본다. 말한마디 없이 월드클래스 캐릭터로 군림하고 있는 헬로키티가 오늘에 이른 건 결코 하루 아침에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참고로 since 1974)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우리는 성공은 내탓, 실패는 남탓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내 생각에 기업의 성장과 다각화는 창업 자체 만큼 어렵고 또한 선택에 대한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타트업이 대박날때까지는 하나를 너무 잘했고, 그게 대기업보다 빨랐기 때문일텐데 성장모멘텀을 맛보곤 그게 좀 흐려질 때가 있다. 판단을 절대 믿고 완전 집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여러 기회에 우선 no하고 다시 한번 왜 우리 고객이 존재하는지 생각해보는게 좋다.
글 : 안우성
출처 : http://bit.ly/Zd0H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