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에서 명의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저자 친구의 노모가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여러 병원을 다녀도 잘 낫지 않다가 관절을 무척 잘보는 의사를 추천을 받아 노모를 진료받기 위해 예약을 했다. 환자가 많이 밀려서 한참을 기다리다 예약일에 노모를 모시고 병원을 찾았다. 대기실에는 의사의 진찰을 받으려는 환자로 넘쳐났다. 오랫동안 기다리다 차례가 되자, 제대로 걸음을 걷지 못하는 노모를 업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업혀서 들어오는 노모를 보자 나이가 상당히 들어보이는 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모를 마중했다. 의사는 노모에게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떻게 아픈지 상당히 친절하게 이것 저것 물었다. 관절염이라는 게 관리만 신경 써서 하면 증상이 상당히 좋아지는데, 환자는 병을 방치했기 때문에 상태가 더 안 좋아졌다고 진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아침 저녁으로 어떻게 마사지를 해야 하는지 손수 보여주면서 꼭 잊지 말고 마사지를 하라고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관절 주사를 맞으면 증세 호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직접 주사도 놓아주었다. 처방 내린 약과 마사지를 반드시 따를 것을 진심어리게 부탁하고, 다음 진료일에 다시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신기하게도 진찰실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아들에게 업혀서 들어온 노모는, 진찰이 끝나고 힘들지만 자신의 발로 진찰실을 걸어 나갔다. 대기실에서 아들의 등에 업혀서 진찰실을 들어간 걸 본 환자들은, 두 발로 걸어나오는 환자를 보자 놀랐다.
인터넷의 발달로 지식의 민주화가 되었으며 교육 수준의 향상은 왠만한 상담 업무를 컨설팅 업으로 전환했다. 바야흐로 전문가 시대다. 지식이 포화되다 못해 넘치는 세상에, 전문가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식의 크기만으로 전문가라고 이야기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하다.
앞에서 소개한 명의의 사례와 일반 의사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관심이다. 급성질환이 아닌 만성질환의 경우, 처방도 중요하지만, 그 처방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쉽게 말해서 치료에 지름길이란 없다. 오랜 시간 동안 낫지 않더라도 처방대로 실천을 한다면, 나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같은 처방전이라도 나그네 손님 대하듯이 진료하는 의사와,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듯이 묻고 처방전을 써주는 의사의 처방전의 효과는 다를 것이다.
전문가를 규정하는 요소가 많을 것이지만, 지식의 민주화가 된 요즘에 상대적으로 희소하고 가치 있는 능력은 바로 ‘관심’일 것이다. 같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전문가가 제시한 해결책을 믿고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런 의미에서 디지털 시대 오히려 감성적인 ‘관심’이 전문가의 중요한 자질일 것이다. 이것은 의료계뿐만이 아니라 전문성을 담보로 한 모든 분야에 적용될 것이다.
* 관계는 단방향이 아니다. 환자의 신뢰도 중요하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