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분야에 모바일을 필두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일례로 올해 처음 생긴 창업경진대회, 창업 인큐베이터, 스타트업 콘퍼런스 등이 무수히 많으며 대학가에서는 창업 동아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창업 붐은 역량 있는 기업가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일뿐더러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IT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벤처투자를 하는 사람으로서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막 시작을 한 기업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예비창업자들이 필자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창업을 하려고 하는데 무엇을 준비하면 되나요?” 그러면 매번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창업하지 마세요.”
본인ㆍ대중 불편 해결에서 출발을
벤처투자하는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대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start-upㆍ신규 업체 특히 인터넷 기업)들을 지켜보면 항상 어떤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람들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어떠한 것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서비스가 되는 것이다. 야후ㆍ이베이ㆍ구글ㆍ페이스북ㆍ드롭박스 등 대부분의 성공한 IT기업들은 창업자가 스스로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에서 출발했고 대중적으로 공감을 받았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위대한 글로벌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창업을 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가들은 창업 준비를 위해 회계ㆍ법무ㆍ마케팅을 공부할 것이 아니라 해결할 경우 사람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문제를 자신이 가장 잘 풀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일례로 ‘키즈노트’라는 어린이집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개발자인 창업가는 어린이집에서 자신의 딸의 모습을 종이 공책으로 받아보는 시스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개선돼야 하는 문제라고 믿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가장 발달된 국가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사진을 프린트하고 풀로 종이에 붙이고 아이가 집에 도착해야만 종이 알림장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키즈노트의 대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스마트폰으로 아이의 모습을 찍고 내용을 그 자리에서 입력해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고 그 결과 월 평균 200%대의 성장률과 재방문율 99%라는 경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창업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첫 번째 단계로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본인이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그 일이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개의 교집합으로 잡은 사업 아이템이 ‘시장이 원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 아이템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인다고 확신한다.
내가 좋고 잘 하고 시장도 원해야
창업 열풍이 불고 있어 최근 접수되는 사업계획서의 수가 많이 늘었다. 대부분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공 모델을 카피(copy)한 한국형 모델이다. 카피가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논의는 제쳐두더라도 카피한 서비스 분야가 창업가가 진심으로 믿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의 차이로 인해 성공과 실패가 갈릴 수 있는 데다 성공한 서비스의 기능(feature)만 베껴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경쟁자가 들어오더라도 1%의 차이를 만들어내 결국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런 1%의 차이는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의 차이에서 갈리게 된다.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골라 해결해보기 바란다. 그런 사업이 잘 되는 사업이고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길이다.
글 : 임지훈
출처 : http://www.jimmyrim.com/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