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열심히 ‘어떻게(How)’ 하는 것에만 집중했지 ‘왜(Why)’와 ‘무엇을(What)’에 대한 생각이 결여돼 있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에서 거둔 대성공에는 ‘빨리빨리’ 정신이 바탕에 있었다. 빨리 가야 하는데 무엇이 옳으냐에 대한 토론은 시간 낭비라고 여겼다.
하라면 한다는 투철한 상명하복의 갑을(甲乙) 문화가 한국을 최단 시일 내에 세계 최빈국에서 최초의 원조하는 국가로 끌어올렸다. 분명 이 시대 전 세계적인 경제적·정치적 성공의 표상일 것이라고 기 소르망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교수가 설파한 바 있다.
그러나 세상만사가 빛과 어둠이 있듯이 빨리 가는 성공 전략에 많은 문제점들이 드디어 노출되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방식으로는 일류 국가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의 효율성은 창조성의 결여와 다양성의 실종으로 나타난다. 최초 개척자(First Mover) 전략에 필수적인 창조 정신이 모자라게 된다. 우리는 열심히 ‘어떻게(How)’ 하는 것에만 집중했지 ‘왜(Why)’와 ‘무엇을(What)’에 대한 생각이 결여돼 있었다.
이에 따라 빨리 가는 대열의 일사불란함이 깨지면서 앞은 전진하지만 뒤는 뒤처져 중간 허리가 잘라지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모든 문제의 근간이다. 지방 중소기업 종사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결혼을 위해서라도 대기업에 취업해야 되고 공무원 시험에 집착해야 한다.
사회 통합은 악화되고 있고 중산층은 축소되고 있다. 대·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세대 간의 단절도 심화되고 있다. 소위 사회 통합의 문제가 심각히 대두된 것이다. 이제는 같이 가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추정하듯이 연간 300조 원이 넘는 사회 갈등 비용을 안고 일류 국가가 될 수는 없다. 여성 취업, 자영업 지수, 취업 안전망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사회 통합 지표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이다.
혹자는 사회 통합이 성장을 옥죌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사회 통합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다. 물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퍼 주기 식 사회 통합은 장기적으로도 단기적으로도 국가의 지속 성장 기반을 약화시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복지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면서 재교육과 재도전의 기회를 활짝 열어 주는 것이다. 북유럽과 남유럽 복지의 차이가 바로 선순환적 복지에 있다는 것은 매우 소중한 교훈일 것이다.
사회 통합은 인간 생명의 비밀과 같이 음양의 선순환에 있다. 순환되지 않으면 양극화가 심각해진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지켜지고 투명하게 집행돼야 한다. 사회의 신뢰적 구축이다. 여기에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결합돼야 한다. 가진 자에게 베풀 때 대중은 그들에게 명예를 제공해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순환될 것이다.
일방적인 가진 자의 희생을 요구하면 당연히 반발하게 된다. 가진 자의 조직적 반발은 대단히 강력해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미국은 국가 차원의 복지가 취약하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따른 사회 기여와 효율적 구현을 이룩하는 사회적 벤처가 발달돼 있다. 사회적 벤처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구현을 한국 사회 통합의 중요한 방향으로 제시해 본다.
글 : 이민화 카이스트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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