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기술과 인문의 교차점에 있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주장은 한국 교육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문이 필요성을 제기하면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창조경제의 기본적인 구조다. 이제는 이러한 인문과 기술이 결합되는 속도가 가속화되어 이를 융합할 인재육성이 한국 교육의 현안 과제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기술과 인문은 달라도 너무 다른 세상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 최초 개척자 전략으로 국가 전략을 대전환해야 한다. 전략적 변화의 핵심 단어는 창조와 혁신이다. 이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빠른 추격자 전략에서는 항상 앞서간 국가들에서 제시해온 문제를 따라 갔기에 우리는 문제 풀이 교육만 치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에 최적화된 교육 제도중 하나가 바로 문과 이과의 구분 교육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전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의 한국 과학기술자에 대한 다음 평을 주목해 보자. ‘한국 기술자들의 문제 해결능력은 미국 일류 대학보다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를 찾는 능력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문과 이과의 구분 체계는 흔히들 한국과 일본에만 있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빠른 추격자 전략의 효시인 일본에서 문과 이과의 구분이 시작된 이유는 서구 문물을 신속히 받아 들이기 위하여 메이지 유신이후 서구 유람단을 두 팀으로 나눈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도 더 이상 문과 이과 구분을 하지 않는다.
필자는 고교 졸업을 문과로 하고 대학은 이과인 전자공학과로 진학하였다. 그런데 이 사실 자체가 한국에서는 이야기꺼리가 된다. 한번 생각해 보자. 연구 보고서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는 기술자가 새로운 연구과제에 대한 설득력이 있겠는가. 과학기술에 대한 문외한임을 자랑하는 정책 담당자가 국가 기술정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필자의 경험으로는 지금 한국은 문과와 이과의 분리에서 얻는 효율성보다 훨씬 더 많은 창조성의 손해를 보고 있다.
창조경제는 혁신과 시장의 결합력에 의하여 경쟁력이 좌우된다. 상호 대화가 통하지 않는 교육 체계가 창조성을 저해한다는 것은 비단 스티브 잡스만의 주장이 아니다. 창조경제는 융합경제다. 학문간의 융합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상에서 문과 이과의 구분은 한국의 아킬레스 건이 되고 있다. 글을 못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공대생, 과학의 원리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제학도, 기술을 무시하는 인문학도가 아직도 용납되는 국가에는 미래 선도 국가의 자격이 주어질 수 없다.
한국의 미래 성장과 고용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일한 대안인 벤처 창업을 보자. 기업가는 문과가 되어야 하겠는가, 아니면 이과가 되어야 하겠는가. 당연히 이를 융합하여 인문학을 통한 시장 기회의 발굴과 기술을 통한 핵심 역량을 융합하는 것이 기업가적 창업 과정이다. 한국식 절름발이 교육으로 기업가정신을 함양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과제다. 이미 유럽은 2006년 오슬로 선언을 시작으로 초중고에서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을 필수 과목화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중소기업청, 교육과학부가 대학에서의 기업가정신 함양에 나서고 있다. 특허청의 지원으로 카이스트에서는 인문학과 융합기술을 결합한 중등학생 기업가 육성 프로그램을 세계 최초로 운용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가정신 교육 촉진을 위하여 문과 이과의 구분을 없애는 교육 개혁은 절대적인 전제 조건이다. 서울대는 앞으로 이러한 구분을 없앤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서울대의 시도에 이어 전국 대학 입시체계의 일대 개혁이 요구된다. 창조경제의 선도 국가가 되기 위한 융합적 인재의 육성을 위하여 이제는 역할을 다한 문 이과 분리제도의 완전 폐지는 물론 청년들의 인식에서 이분법적인 절름발이 인재상을 지우는 대대적인 활동을 촉구하고자 한다.
글 :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