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 검색은 페이스북의 미래다
오늘(1월 15일, 현지시각) 페이스북이 대규모 프레스컨퍼런스를 열고 ‘그래프 검색(Graph Search)’ 서비스를 공개했다.
- 연합뉴스 기사(임상수 특파원) : 페이스북, 소셜검색 ‘그래프 서치’ 발표
- 블로터닷넷 기사(정보라 기자) : 인맥 정보가 곧 검색
오늘 나는 현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는데 페이스북이 본사 이전후 갖는 첫 간담회여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마크 저커버그는 실제로는 처음 봤다(스캐치 : 새로운 시작)
그래프 검색이란 무엇인가?
그래프 검색이란 말을 들었을때는 즉각 “어? 그래프를 검색해?”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프란 단어는 우리에게 ‘표’나 ‘그림’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소셜 검색이라고 하면 더 쉬웠겠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그래프 검색’이라고 명명했다.
왜일까? 왜 그래프 검색이었을까? 주커버그는 이 서비스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프’란 말만큼 이 서비스를 잘 표현하는 말이 없다고 봤다.
그는 와이어드 스티븐 레비와 인터뷰에서 “이 것은 검색이다. 그리고 그래프는 정말 큰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구글이 원래 웹에서 숨겨진 보물을 검색으로 찾아내려 했듯 우리가 소셜 그래프에서 찾아 내려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즉, 그래프 검색은 ‘소셜 그래프 검색(Social Graph Search)’ 이란 뜻이다. ‘소셜 검색’이라고 하면 쉬웠겠지만 저커버그는 ‘소셜’의 의미가 다양하게 쓰이는 만큼 자신들이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표현한 말은 아니라고 본 것 같다.
소셜 그래프를 우리말로 하면 ‘인맥 관계도’를 말하는데 그래프 검색을 우리말로 표현하면 ‘관계도 검색’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 그림이 바로 ‘소셜 그래프’다.
소셜 그래프에는 관계의 중심(노드)이 있고 그 사이는 선(관계)으로 연결된다. 이 그림에서 가장 크게 그려져 있고 많이 연결된 이가 중심 노드다. 이 사람은 1차(친구)로 10명과 연결 돼 있고 2, 3차 관계(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까지 포함하면 30여명과 연결 돼 있다.
페이스북의 오늘 발표는 이 관계도를 검색해주겠다는 뜻이다.
오늘 저커버그는 그래프 검색이 1차적으로 ‘사람(People)’ ‘사진(Photos)’ ‘장소(Places)’ ‘관심(Interests)’ 등 4가지에 집중해 결과를 보여준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이나 장소, 영화 음악 등 취미, 인맥 등을 검색해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실제로 A가 페이스북에 올린 기본적인 개인정보(이름, 성별, 결혼 여부, 출신 학교, 사는 곳 등 약 50개)와 좋아요(Like)를 누른 페이지 등을 종합해서 검색 결과로 보여준다.
예를들어 페이스북 상단에 위치할 ‘파워바(Power Bar)’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 “서울 종로구에 사는 친구” “친구들이 파리에서 찍은 사진” “소녀시대를 좋아하는 친구” “강남스타일 비디오를 본 친구들”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결과를 보여주게 된다.
페이스북에는 계절에 따라 사진이 많이 올라오는데 예를들어 서울에 눈이 많이온 날 ‘첫눈 사진’이나 가을 단풍이 장관을 이룬 ‘단풍 사진’ 등을 찾으면 페친들이 올린 사진이 검색 돼 올라온다.
이 서비스는 일단 영어권에서 베타 서비스를 한 후 언어를 넓힐 예정이다. 그래프 검색 서비스를 발표한 라스 라스무센(Las Rasmussen)에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등 아시아 언어로는 언제 되느냐?”고 물으니 “점차 될 것이다(Eventually)”라고 대답했다.
‘점차’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영어도 베타 서비스인데 ‘그래프 검색’의 한국어 서비스가 ‘완성’ 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금도 한국어 페이스북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1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검색어를 인지하고 만족스런 결과를 내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구글도 처음 한국어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때 우스꽝스런 결과를 많이 내놨다.
또 향후 ‘모바일’에서도 검색할 수 있도록 하고 ‘광고 검색’과 서드파티 앱이나 뉴스 등 페북에 올라온 정보(포스트)와 오픈 그래프도 검색이 가능하게 할 예정이이라고 페이스북은 오늘 밝혔다.
일단 현재 수준에서는 MS의 검색엔진 ‘빙’과 협력을 통해 그래프 검색이 아닌 일반 웹 검색 결과를 보여줄 예정이다(지금도 페북에서 검색을 하면 빙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든’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해서 구글 검색을 필요업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래서 그래프 검색은 페이스북의 미래다.
실제로 저커버그는 ‘그래프 검색’이 구글의 3가지 기둥 중 마지막 하나라고 소개했다. 뉴스 피드, 타임라인 그리고 그래프 검색이다.
구글 검색과는 무엇이 다른가?
이 같은 검색은 궁금한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가장 빨리 최적의 웹 페이지를 찾아주는 ‘문제해결’ 중심의 구글 검색(페이지 링크)과는 다르다. 저커버그는 구글 검색을 ‘웹 검색’이라며 자신의 ‘그래프 검색’과 차별화 했다.
구글의 미션은 “과거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도서관에서 책이나 신문, 잡지를 보고 정보를 찾았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이것을 인터넷으로 (누구보다)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구글의 미션은 창업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최적의 정보를 0.00001초 라도 더 빨리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화면이 백지장과 같이 하얗다. 구글 초기 검색 화면에 조그맣게 광고를 달게 되면 구글은 해마다 엄청난 수익을 광고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광고는 구글을 유지하는 핵심 재원이고 햐안 초기 화면에 달아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돈으로 투자를 해서 구글의 검색 결과를 더 좋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면 초기 화면에 조그맣게라도 광고를 달면 검색 결과가 0.00001초라도 늦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최적의 정보를 찾아주서 링크를 걸어주면 빨리 구글 밖으로 나가게 해주는 것이 구글의 미션이기 때문에 그들은 초기 화면에 광고를 달지 않는다.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방식(알고리즘)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구글의 핵심 역량이기도 하며 해마다 최적의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한다.
‘내가 원하는 최적의 정보’를 찾아주는 구글 검색에 비해 페이스북 그래프 검색은 ‘친구들의 정보’다. 아직은 친구들이 ‘올린 정보’가 아니다. 구글 검색은 ‘정보’에 초점을 맞춰져 있다면 페이스북 검색은 ‘친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주나?
‘검색’은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면 우리가 정보를 찾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보를 찾는 활동이 바로 ‘미디어’다. 그래서 페이스북의 검색 시장 진출에 세계가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페북의 그래프 검색을 잘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구직활동에 좋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예를들어 내가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싶다면 삼성에 다니는 사람을 아는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인들이야 삼성에 다니는 사람 한두명 알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학생이나 전자회사와 아무 연관에 없는 사람들은 ‘의외로’ 쉽지 않다.
이럴 경우 페북에 ‘삼성전자에 다니는 친구’를 검색하면 삼성전자 또는 삼성계열사에 직접 다니는 사람이나 아니더라도 그런 사람을 알고 있는 친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또 여행을 갈때도 활용이 가능할 것 같다. 예를들어 여수밤바다에 가고 싶으면 ‘여수 사진’으로 검색하면 친구들이 최근에 여수에 다녀온 사진이나 친구의 친구가, 친구의 친구의 동생이 여수에 가서 찍은 사진들을 검색해서 볼 수 있다.
비즈니스에 주는 영향은?
페이스북의 검색 시장 진출은 오랫동안 예견 돼 왔다. 방식과 시기가 문제였을 뿐이다. 친구들이 올린 정보를 모두 검색한다. 구글이 무서워할일 아닌가?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구글 검색과는 종류가 다른 ‘그래프 검색’을 선보였다. ‘검색 기술’만 놓고 봤을 때 오늘 페이스북의 검색 수준은 구글을 100%이라고 보면 2%에 불과하다.
아주 드라이하게 봤을 때 오늘 페이스북의 그래프 검색은 ‘Like 버튼과 10억 이용자의 프로필을 빅데이터로 분석해놓은 결과’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검색이라고 한다면 ‘단어의 의미’를 분석해서 최적의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래프 검색은 단어의 의미를 검색하지는 않고 ‘상태’와 ‘관계’를 검색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전문 용어로 ‘깎인면 검색(Faceted Search)’라고 한다. 보석의 다양한 면이 깎여 있듯 개인 정보나 검색어를 필터링을 한번씩 추가해서 분류한 방식이다.
이는 검색의 세계에서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은 방식이다. 국내 검색엔진처럼 수작업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고도화된 방식은 아니다.
그래서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은 오늘 발표를 보고 아마 “별거 아니네. 저런 기술 발표에 CEO가 나와서 대규모 프레스 컨퍼런스를 하나”라고 평가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구글 출신이 나와서 페이스북의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것을 보고 흐뭇해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소셜 마케팅을 하려는 회사들이 일단 그래프 검색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페이스북 안에서 검색하는 결과에 광고를 노출시키면 몰입도와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발표를 보고 “각 회사들이 페이지를 더 열성적으로 만들고 검색 결과에 노출이 되기 위해 사활을 걸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구글은 스폰서 링크 등 검색 광고를 통해 돈을 벌지만 페이스북은 ‘관계망 광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면서 소셜 비즈니스의 세계의 돈을 빨아들일 것이다.
페이스북은 그래프 검색을 통해 이용자를 추적하는 행위가 더 쉬워졌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10억명의 사용자, 2400억장의 사진, 1조개의 관계, 이용자 추적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맞춤형 광고를 해왔다.
내가 페이스북에 ‘라스베가스’란 단어를 쓰거나 올리지 않았음에도 만약 구글 검색을 했거나 여행 사이트에서 찾아봤다거나 하면 페이스북에 ‘라스베가스’ 광고가 뜬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인터넷 사이트에 추적장치를 달아놓고 계속 이용자의 클릭 행태를 추적한다.
오늘 발표한 ‘그래프 검색’은 여기에 ‘검색’이라는 새로운 추적 장치를 하나 더 달아놓은 결과다. 페이스북은 광고주에게 더 관련있는 타깃 광고를 한다고 홍보를 할 것이고 매출은 늘어날 것이고 이용자들의 짜증과 공포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사회적 의미는?
인간은 ‘연결된 존재’다. 혼자서는 살지 못하며 더불어 같이 살아야 인간이다. 인간이라는 한자 자체가 사람의 사이란 뜻이다. 그래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친구따라 강남간다’ ‘끼리끼리 논다’ ‘그 나물에 그 밥’ ‘바늘 가는데 실간다’ 등은 모두 관계를 뜻하는 속담이다.
실제 사회(오프라인) 에서는 6단계를 거치면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3단계를 거치면 나의 행동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생기면서 6단계가 아닌 1~2단계 만으로도 직접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예를들어 내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은밀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오프라인에서는 미국 대사관에 아는 사람을 찾거나 대기업 유력자를 찾겠지만 SNS가 오면서 팔로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된다. 물론 필터링이 존재하겠지만 실제 사회에서도 필터링은 존재한다.
실제 사회에서는 ‘관계’를 검색하거나 데이터를 저장할 수가 없다. 모두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누가 친하다던가 누가 무엇을 좋아한다던가 하는 것은 기억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관계’를 저장해놓고 검색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이 찾는 것은 ‘정보’가 아니다. ‘관계’다. 연결성은 강화될 수밖에 없고 서로 더욱 의존하게 되면 이성적인 판단은 물론 감정까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내가 ‘똥을 밟아’ 기분이 더러우면 나만 ‘뭐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도 기분이 나쁘고, 친구의 친구도 기분이 나쁘고, 친구의 친구의 동생도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 나와 별로 상관없어 보이는 ‘내 친구의 친구의 동생’도 내가 똥을 밟았다고 기분이 나빠지게 된다? 이는 사실이다. 이 것이 소셜의 세계다. (똥 밟은 것을 예로 들었지만 지난 대선때 투표 행위와 결과 그리고 그 반응을 생각해보자)
글 : 손재권
출처 : http://jackay21c.blogspot.kr/2013/01/blog-post_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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