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et: 지독히 편파적인 내향적 사람의 항변

Quiet 이 책은 무엇보다도 내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을 위해 쓴 성격 사용 매뉴얼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는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을 향하여 외치는 내향적 사람의 항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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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님의 서평을 보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 며칠 동안 푹 빠져 살 정도로 몰입도가 높은 책이었다. 수잔 케인은 내향적 성격 때문에 (아마도 약간) 괴로워하던, 그것 빼고는 아주 잘 나가던 하버드 법대 출신의 월 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변호사였다. 사실, 협상의 자리에 나가 보기만 하면 내향적 사람이 얼마나 불편해할지 금방 알 수 있다. 이건 성과나 결과와는 상관 없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미국이 왜 그렇게 외향적인 사람 중심의 사회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근대화(산업화) 이후 미국의 자기계발은 대체로 인품(character) 중심에서 성격(personality) 중심의 사회로 옮아가게 된다. 그 이유는 당연히, 농업 사회에서야 언제나 아는 사람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함께 생활하게 되니까 인품이 중요하지만, 산업화 이후에는 일단 모르는 사람에게 자기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핵심은 인격이 아니라 성격이라는 것이다. 아무도 인품이 훌륭한 사람에게서 물건을 사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아무도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장사를 할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덧붙이자면 산업화사회가 되었다고 해서 굳이 성격이 중요해질 이유는 없다. 이것은 세일즈 중심으로 경제가 옮아 가면서 생긴 현상이다. 공장에서 물건 찍어 내는 사람이 외향적이면 어떻고, 내향적이면 어떤가. 문제는 이렇게 대량생산한 물건들이 실제로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더 많아질 때 생긴다. 이제는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장땡이 아니라, 물건을 팔 수 있는 사람이 장땡인 시대가 오는 것이다. 그러면, 물건 만드는 사람은 물건 파는 사람에게 쩔쩔매고, 굽신거릴 수 밖에 없는데, 물건 잘파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인격이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 성격 좋고 활달한 사람인 것이다. 나 역시 내향적 사람이라, 물건 잘 파는 성격 좋고 활달할 세일즈멘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물건 만드는 사람을 포함해서) 모든 공을 다 채 가는 현상은 전혀 반갑지 않다.

그렇다면, 수잔 케인과 같은 내향적인 사람이 이제 (이렇게 약하게나마) 항변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대량생산이 좀 덜 중요해지고, 이제는 창의성이 과거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수잔 케인은 말한다. 이렇게 성격 좋고 활달한 사람들이 모여서 성격 좋고 활달하게 다 같이 모여서 떼거지로 뭔가를 만드는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고 구상하고 창조하는) 일을 하면, 성과가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나온 현상이 바로 집단사고(New Groupthink)라는 것이라고… 맬콤 글래드웰이나 클레이 셔키나 집단지성이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라고… 그런데, 수잔 케인에 따르면 이 사람들이 뭔가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표적인 집단사고의 성공 사례는 리눅스나 위키피디어처럼 오로지 인터넷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결국은 인터넷을 통한 협업에는 그렇게 떼거지로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떼거지로 하는 것 같지만, 리눅스 코드를 디버깅할 때, 블로그 글을 쓸 때, 위키피디어를 편집할 때, 누구도 떼거지로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집단적인 노력이 들어간 것 같지만, 그것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서 작업한 것들이 집단적으로 취합된 것일 뿐이지, 떼로 모여 창조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수잔 케인은 덧붙인다. 이렇게 외떨어져서 코드나 짜고, 위키피디어에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성격 좋고 활달한 사람들이겠는가?) 외향적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허구에 속지 말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내향적 사람이었지만, 그리고, 지독하게 편파적이지만(꼭 필요한 비교를 위한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외향적인 사람에 대해서 길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만약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종류의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저자는 역사를 좋아했고, 지금도 아주 좋아한다는 것을 알겠다. 덤으로 저자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아주 높다는 것도 알겠다. 글쓰기도 아주 좋아하고, 잘 쓴다는 것도 알겠고, 그렇지만 여성의 감성으로 자신의 색깔과 선호를 전혀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철저하게 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수다스러운 (물론 내향적 사람 답게 깊이 있게 가십적인) 책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경이롭다.

글 : lawfully
출처 : http://bit.ly/U2NY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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