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인텔에서 일할 때 있었던 일이다. 그때 나는 회사내의 리더쉽 계발 프로그램에 속해 있었는데, 프로그램 과정중 한달에 한번씩 회사의 높은 사람이 와서 회사 이야기, 커리어 이야기등을 해주면서 자유롭게 질문도 주고 받는 그런 시간이 있었다. 그날은 회사의 법무팀을 총괄하는 중역 (General Counsel)이 오는 날이였다. 법률쪽은 내가 생각하는 커리어와 거리가 있으니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날 가장 도움이 되는 말을 들었다. 그분은 (편의상 B 전무님이라 칭함) 미디어 업계 변호사 출신으로, 역시 변호사답게 말도 조리있게 잘 했을 뿐아니라,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여러 흥미있는 주제들로 — 예를 들어 직장에서 포지션 네고하는 법등– 듣고 있던 우리 그룹 모두를 매료시켰다. 그 때 그분이 해 준 커리어 조언중에 특히 와닿은 말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
동료를 보스 대하듯 하고, 보스를 동료 대하듯 하라
언듯 잘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부연 설명을 듣고나니 정말 그럴 듯 했다.
1) 동료를 보스처럼 우대하기: 일을 하다보면 상사로부터 받는 일도 많지만, 같은 그룹의 동료가 부탁하는 일이나, 같은 레벨의 다른 조직에 있는 사람이 부탁하는 일도 많기 마련이다. B전무님의 조언은 이런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하고 그들을 보스 챙기듯이 하라는 것이다. 수평적인 관계이니 누가 누구에게 ‘지시’할 수는 없고 보통 ‘부탁’을 하게 되는데, 늘 마음 한 구석에 ‘저 사람이 이걸 성의있게 해줄까?’라는 의구심이 조금씩 있기 마련이다. 이런때 그 일을 정말 정성스럽게 챙겨서 해주면, 받는 사람의 감동은 그만큼 커지기 마련이다. 이런 조그만 감동이 쌓여서 그사람의 명성 (reputation)이 되고, 이런 명성이 커리어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2) 보스를 동료 대하듯 하기: 이말은 상사와 격의 없이 일을 논하고 나누어서 할 수 있는 사이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말이다. 즉, 상사에게 일을 지시받기만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그 상사의 입장에서 어떤 일이 도움이 될까 미리 생각해서 실천하고, 상사의 고민과 숙제를 가까이서 듣고 ‘같이’ 해결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런 관계가 형성되면 상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등의 이유로 기회가 생길때 그 상사의 추천을 받을수 밖에 없다. “이 사람은 직급상으론 내 밑에서 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 업무의 반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라는 추천만큼 강력한 것도 드물테니 말이다. 물론 상명하복/위계질서 같은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스들도 있지만, 보스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 문제를 같이 공감하며 해결해 가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든든할 수 밖에 없다.
글로 옮기고 보니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같이 좀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동료를 보스 대하듯 하고, 보스를 동료 대하듯 한다는게 말은 쉬워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위의 조언을 해준 B 전무님은 내가 인텔에 있는 동안 애플로 자리를 옮겼고 그곳에서도 같은 직책을 맡으셨으니 그 분 직속상관은 스티브 잡스였을 것이다. 가끔 그분은 스티브 잡스를 ‘동료처럼’ 대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
글 : 윤필구
출처 : http://liveandventure.com/2013/01/17/b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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