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EBS에서 재미있는 심리 실험을 소개했다. 링크가 바로 이 실험이다. 간단히 실험을 소개하면 길거리에서 실험 대상자에게 2만원을 그냥 준다. 그렇게 돈을 준 다음에 당첨 확률 50퍼센트인 룰렛 게임을 해서 이기면 3만원을 더 받고 지면 받은 2만원을 돌려 주는 게임을 하겠냐고 제안한다. 2만원을 미리 받은 실험자들은 과연 이 게임을 할까? 대부분의 실험자들은 2만원을 받는 것으로 만족하고 게임을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실험은 실험 조건을 조금 바꾼다. 실험자에게 처음부터 5만원을 준 뒤에 잠시 후에 3만원을 가져 간다. 그리고 동일한 룰렛 게임을 해서 이기면 다시 3만원을 돌려주고 지면 남은 2만원마저 가져간다고 한다. 실험 참가자는 게임을 하지 않으면 결국 첫 번째 실험처럼 동일하게 2만원을 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게임도 역시 첫 번째처럼 참가자들이 참여하지 않을까?
아니다. 링크를 건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부분의 실험 참가자들이 이 게임에 참여한다. 왜 이런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 실험은 사실 행동경제학에서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자유시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들은 새로 얻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원래 소유한 것을 잃었을 때 더 큰 상실감을 느낀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손실을 최대한 회피하려는 경향이 보인다. 그래서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그다지 얻는 게 없을 때, 즉 매몰비용으로 간주하고 더 이상 투자를 진행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도 사람들이 무모한 투자를 고집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요즘은 직장인들의 13월의 보너스라는 연말정산의 시기다. 미리 세금을 적게 낸 탓도 있고 세금 공제 범위가 줄어든 이유도 있기에, 여기저기서 연말정산으로 많은 돈을 더 내야 하는 직장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금을 많이 내고 연말정산으로 돌려 받는 것이나 세금을 덜 내고 모자란 것을 더 내는 것이나, 전형적인 조삼모사로 같은 것이란 이야기를 위로 차원에서 서로 건넨다. 물론 현금 흐름의 관점에서 보면 조삼모사이지만, 조삼모사의 현금흐름 속에서 겪는 상실감을 화폐로 산출할 수 있다면 조삼모사가 아닌 조삼모삼이다.
회사가 어려워지다 보면 어느새 직원들에게 주는 작은 복지 혜택 같은 게 줄어든다. 정말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공감대가 형성되겠지만, 이런 비용 절감은 대개 일방향이다. 그러다보니 그 취지에 호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회사 사정을 잘 모르는 직원 입장에서 줄어드는 복지 혜택으로 재정적으로 위기가 극복되지도 않아 보인다. 요약하자면 직원 입장에서 비용적인 측면에서 효과보다 전시행정과 비슷하다.
돈만 보자면 이런 과정에서 비용이 줄어드니 그 줄어든 복지 헤택에 비해서 얻는 게 많은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람은 손실에 민감하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런 비용 절감 과정에서 직원사기도 많이 꺾이니 사실 비용 절감과 이런 사기 저감을 더하면 더 손해일 수 있다. 따라서 복지 혜택을 줄일 때는 우선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신중해야 한다.
조삼모사나 조사모삼이나 도토리 7개라 하지만, 사람들은 조사모삼에 기분 나빠하지만 조삼모사에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존재다. 원숭이와는 다른단 뜻이다.
*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진들이 전망이론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즐거움보다 손실에 대해 1.5~2.5배 정도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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