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플릿이라는 퍼스널 디바이스의 포지셔닝에 대해 고민을 하다 보면, 이것이 과연 온전히 소비성의 디바이스인지, 아니면 생산성의 도구로서 정말로 PC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인지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습니다. 제가 전에 결론을 낸 태블릿류(조금 큰 스마트폰인 패블릿을 포함)의 포지셔닝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미디어 그룹(media group), 둘째는 창조성 그룹(creativity group), 셋째는 생산성 그룹(productivity group). 하지만 그 영역이 태블릿 이용의 전체를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뭐가 빠졌나요. 그 고민을 해보죠.
그 빠진 조각들은 이런 것입니다. (사실은 빠진 조각 정도가 아니라 사용량이 가장 많은 그룹이죠.)
- 카메라
- 트위터(Twitter)
- 페이스북(Facebook)
- 텀블러(Tumblr)
- 포스퀘어(Foursquare)
- 인스타그램(Instagram)
- 패쓰(Path)
- 페이퍼(Paper)
소셜, 마이크로 블로깅, 사진, 페인팅, 위치기반 등 여러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는 서비스들입니다. 이 서비스들은 미디어 서비스라 하기도 뭐하고, 창조성 서비스(물론 창조적인 자세가 필요하긴 해도)라 규정할 수도 없고, 생산성 서비스는 또 분명 아닙니다. 예를 들어 푹(pooq), 킨들(Kindle), 플립보드(Flipboard), 옴니그래플(OmniGraffle), iA 라이터(iA Writer) 같은 앱들은 이 포지셔닝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데 말이죠.
소비성(consumptivity)도 아니고 생산성(productivity)도 아니고, 꽤 귀찮고 수고스럽지만 뭔가 즐기고는 있는 그런 서비스들. 이런 서비스들을 ‘라이프(life)’ 서비스라고 분류해 볼까 합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라이프 로깅(life logging)’ 서비스라고 할 수 있겠죠. 나의 라이프를 어떤 형태로든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요? 이런 거 아닐까요?
나는 내 삶이 항상 궁금하다. 난 도대체 잘살고 있니?
그걸 기록하고 확인하고 싶습니다. 글이든, 사진이든, 그림이든. 이걸 겉으로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도 있고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비교해 보고 싶고. 그래서 소셜이 기능하는 거죠.
철저히 소비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이런 서비스들은 언뜻 보면 말이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트위터 초기에 제가 트위터에 대해 얘기를 하면 비사용자들 대부분은 도대체 왜 그런 서비스를 쓰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사실은 어떤 형태로든 라이프 로깅을 하고 있습니다. 일기가 될 수도 있고, 사진 찍기가 될 수도 있죠. 스스로 자각을 못 할 뿐입니다.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이런 서비스들은 정말 고마운 서비스입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자신의 개인 정보를 드러내기 때문이죠. 사용자의 행태를 알게 모르게 기록하고 분석하여 자동으로 개인화를 해준다는 환상이 매번 프라이버시라는 심리적 장벽에 부딪혀 깨지고 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런 서비스들은 신천지같은 영역입니다.
그래서 이런 서비스는 소위 SoLoMo(Social-Location-Mobile)라 불리며, 마케터들의 강력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잘 생각해보면, 소셜과 위치 기반이라는 것은 바로 위에서 말한 라이프 서비스의 강력한 기능 요소들이고, 모바일이라는 것은 그런 라이프 로깅을 가장 잘할 수 있게 하는 디바이스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 우리가 주목을 해야할 부분은 소셜이나 위치, 모바일이라는 기능적, 환경적 요소가 아니라, 바로 라이프, 라이프 로깅이라는 소비자의 니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기반이 바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같은 퍼스널 디바이스에 가장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되겠죠.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VDVw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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