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그랬는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아르키메데스는 목욕 중에 금관의 진위 여부를 밝혀내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 기쁨에 못이겨 목욕탕을 뛰쳐 나와 환호성을 쳤다고 한다. 케쿨러는 오랫 동안 벤젠의 분자 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그 분자 구조를 연구실에서 알아낸 게 아니라, 잠을 자는 동안 자기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꿈을 꾸고, 거기서 벤젠 구조의 힌트를 얻어냈다고 한다.* 푸앙카레의 추측이라는 세기의 난제를 만들어낸 푸앙카레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푹시안 함수(Fuchsian)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앞서 설명한 사례 이외에도 시대를 놀라게 한 수많은 발견이나 이론은, 대개 우연처럼 생겨난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공통점이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다가, 케쿨러는 잠을 자다가, 푸앙카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세기의 발견을 했는데, 말하자면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다가 이런 업적을 이뤘다.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쾰러는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는 종종 3B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버스(Bus), 목욕(Bath), 침대(Bed)다. 우리 과학의 위대한 발견들이 탄생한 곳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위대한 발견을 있게 한, 신성한(?) 장소와 시간인 3B가 위기에 처한 것 같다. 세기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 때문이다. 사람들은 사색의 시간, 휴식의 시간으로 보내던 3B에서도 뇌를 쉬지 않게 한다. 양치를 하면서 네이버 인기 검색어를 클릭하고 골목 골목을 누비는 지선 버스를 타고 가면서 친구들과 카톡 삼매경으로 워프를 체험하며 잠을 청할 침대에서 꿈의 세계로 접속하지 못하고 인터넷 바다로 여행을 다시 떠난다.
어느날 뮤즈가 찾아와도, 스마트폰에 과몰입한 당신은 자신의 존재를 알아채주지 않는 그녀를 실망시켜 떠나게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잔 당신에게 뮤즈 따위는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5인치 정도 크기의 스마트폰 창으로 우리는 무한대의 세상과 접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창으로 만나는 세상의 생생한 경험 때문에, 우리 속에서 얻을 수 있는 더 큰 깨달음을 놓치는 게 아닐까?
* 벤젠 구조는 오우로보로스라고 불리는 자기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의 형상을 닮았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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