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비디오의 세상은 유튜브 천하가 될 것인가? 신영섭(@ideafurnace)님의 ‘유튜브 천하 통일’이란 글을 보고, 그리고 인디 컨텐트에 특화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계시다는 한 독자분의 편지를 받고, 온라인 비디오 유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유튜브는 결국 메이저 컨텐트 유통망까지 장악하는 괴물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될까요? 그건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비디오를 대하는 시청자의 태도는 항상 같은 것이 아닙니다. 그 비디오의 성격에 따라 시청의 마음가짐도 달라집니다. 러닝 타임에 따라 이렇게 나눠 봅니다.
- 장편
- 단편
- 초단편
또는 반복성에 따라 이렇게 나눌 수도 있겠죠.
- 시리즈/주기적 프로그래밍
- 일회성
초단편은 말하자면 유튜브가 제일 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시청 시간 평균 3분 안팎, 이걸 통해 제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일회성 시청이죠. 사실은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데, 무료인데다 임베딩 방식으로 퍼 나르기 때문에 접근성이 아주 뛰어나서 이를 통해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합니다. 이렇게 저렴하게 최소한의 니즈만 해결해주고 트래픽을 극대화한 후, 검색 광고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불편함은 상관없이 트래픽에만 기반을 둔 아주 저렴한 포맷의 광고를 쉽게 붙여 돈을 법니다. 그게 현재 유튜브를 버티게 하는 힘의 원동력이자 본질입니다.
유튜브 같은 캐주얼 비디오와는 달리, 리추얼(ritual) 비디오인 장편은 시청자의 마음가짐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호흡이 길어서, 시청자들은 오랜 시간을 투자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청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런 비디오는 시리즈물이나 주기적 프로그래밍 같은 포맷도 일반적이죠. 비디오 제작에는 큰 비용이 들어가고, 비용 회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마케팅도 필수입니다. 직접적인 유료 모델밖에는 답을 찾기 어렵습니다. 넷플릭스가 이 분야에선 가장 선두주자입니다. 월 8달러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컨텐트 소싱 전략도 우수하고, 다양한 멀티 플랫폼 전략을 통해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뛰어납니다.
그런데 유튜브는 최근 오리지널 컨텐트 채널을 새롭게 구축하고, 린백 UI를 정비하고 있으며, 유료 구독 모델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캐주얼 비디오가 아니라 리추얼 비디오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미약하나마 이미 건당 과금을 하는 프리미엄 컨텐트 서비스를 하고 있긴 하지만.)
유튜브의 사용자와 트래픽 규모를 봤을 때, 이런 리추얼 비디오 전략은 다른 메이저 컨텐트 유통 업체에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 현재 유튜브 사용자와 트래픽의 본질은 이것과는 조금 다른 것입니다. 이 기반이 그대로 리추얼 비디오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캐주얼 비디오가 아닌 리추얼 비디오 시장에서의 유튜브의 장점은, 단지 브랜드 파워 말고는 딱히 찾을 수 없습니다.
유튜브는 코드 커터로서의 위상도 없습니다. 넷플릭스처럼, TV에서 볼 만한 내용을 ‘대체’할 수도 있는 컨텐트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물론 앞으로 유튜브가 그런 컨텐트를 유통하기 시작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그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의 본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입니다.
제 생각엔, 유튜브는 그런 전략으로 가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리추얼 시장에 진입을 하려는 것은 맞는데, 정면 돌파가 아니라 틈새를 노린다고나 할까요. 대표적인 움직임이 바로 오리지널 컨텐트 채널 전략이죠. 이는 기존의 메이저 컨텐트가 아니라 유튜브만의 새로운 컨텐트의 흐름을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입니다. 조악한 시청자 비디오가 아니라 고급스런 인디 컨텐트 채널을 만들어 구독료를 받아보겠다는 것이죠.
프라임 타임 경쟁에선 TV나 영화같은 리추얼 비디오와 경쟁하지 않고, 포스트 프라임 타임을 노리는 세미 리추얼 정도랄까. 포스트 프라임 타임의 시간 여유가 그리 많지는 않으니, 아마 중∙단편 이하로 승부를 보겠죠. 특히 인디 제작자들에겐 유튜브의 이런 오리지널 채널/유료 구독 모델 전략이 반가울 것입니다. 인디 제작자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는 비메오(Vimeo)나 제작 단계에서부터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비자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킥스타터(Kickstarter) 같은 새로운 실험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영향력 있는 유통 플랫폼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튜브가 시청자에게 제대로 도달할 수 있는 채널 시스템만 구축해 준다면, 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까요? 어렵습니다. 현재 유튜브의 개방 시장형 오리지널 채널 전략으로는 시청자 도달율이 극히 미미할 것입니다. 채널별로 브랜딩 파워가 없기 때문이죠. 아마 이 시장이 잘된다면, 브랜딩 파워가 있는 메이저 채널들이 역시나 대중적으로 성공을 하게 될 겁니다.
물론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유튜브가 프로그래밍을 하는 여러 장르의 유튜브 브랜드의 채널을 만드는 거죠. 말하자면 현재 케이블의 TV네트워크 채널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 아까도 말했듯, 이 새로운 시장에서 유튜브가 가진 장점이라곤 브랜드 파워 뿐이니까요. 그것도 보장할 순 없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업이니까.
같은 온라인 비디오 시장이지만 유튜브와 넷플릭스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트래픽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그것이 넷플릭스를 위협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앞으로 달라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유튜브가 넷플릭스와 동일한 전략으로 추격을 할 때 뿐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제 결론입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YyJyVn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