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회사 엔씨에서 리니지 프랜챠이즈의 초대박 이후 사업 다각화 시도가 늘 있어왔다. 하드코어 MMORPG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오픈마루, 포탈, 캐쥬얼게임 등을 준비했고, 아마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프로젝트가 있었을 거다. 지나서 돌이켜보면, 그래서 얼마 벌건데? 10만 동접 정도 해야지. 라는 ‘성공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고, 이후 기업의 색깔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있다고 본다.
글로벌 기업 디즈니와 바이어컴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단기 수익에 더욱 민감한 전문 경영구조인 만큼, 탑프로젝트는 더 부풀리고 투자 명분을 더하는 반면 작고 시의적절한 실험에는 인색해진다. 디즈니 때 내부에서 가장 주목받던 에픽 믹키란 콘솔게임은 탑 IP가 들어가는 초대작인 만큼 수차례 내부 스크리닝을 거듭, 연장되곤 했었다. 믹키마우스로 쉽게 도전해볼 만한 소셜/ 모바일 게임은 그사이 나오지 않았다. 콘솔이 진부화된 최근 그 프로젝트는 중단되고 개발 스튜디오는 문을 닫았다.
핀란드는 최근 보면 실리콘 밸리만큼이나 창업 환경이 발달했다. 실제로 글로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상위권 상당수가 핀란드 기업이다. 노키아라는 하나의 기업에 의존도가 너무 높았던 핀란드는 이를 경계한 젊은 층의 주도와 정부의 빠른 협조로 몇년 동안 적극 벤쳐 육성에 주력했다. 이제 노키아는 많이 저물었지만 핀란드는 노키아 출신 창업가들이 세운 300개의 벤쳐가 있고, 특히 게임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 로비오와 슈퍼셀을 만들어 냈다.
대기업 중 예외적으로 아마존은 이런 작은 혁신에 주목해왔다. 이미 세계 최대 온라인 커머스 왕국에서 전혀 다른 사업 영역- 클라우드 서버, 하드웨어, 광고 등에 뛰어든다면 주주의 반발과 내부 저항이 엄청 거셌을 거다. 제프 베조스는 이런 실험을 적극 지원하며, 발벗고 나서서 주주와 시장에 이를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주력했다. 왜 지금의 혁신이 아마존을 살리는 길인지.. (그의 애뉴얼리포트는 워렌버핏 이후로 평판이 훌륭하다.) 그리고 현재 아마존은 AWS, Kindle, 광고에서 조단위 매출을 기록하며 각 분야 선두에 있다.
누구든 위기가 눈앞에 닥치면 변한다. 아쉽게도 그때까지 시장과 주주의 인식, 경영진의 인식은 ‘자기에 걸맞는 대박’이라는 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 성공 공식에 의존도가 높을 수록, 그로 인해 넘어지는 속도 역시 빠를 수 있다. 대기업이 하나의 대박을 또 만들기 위해 거대자본과 시간, 거듭되는 내부 결제를 반복하는 사이, 시장이 변하고 그 새 환경에서 수십회 이미 실험을 거듭한 스타트업(로비오는 50회 이상 모바일 게임을 낸 후 앵그리버드를 만듦, 슈퍼셀은 5인 1팀이라는 ‘셀’ 형식 조직 경영으로 다양한 실험작을 시도)이 결국 판도를 바꾼다. 유도의 기술처럼 결국 상대는 제 힘에 고꾸라져 지는 셈이다. (MBA 전략 케이스- How to Compete Like a Judo Strategist)
급변하는 시장은 실험 정신을 요하고, 승부는 90%의 실패를 감내할 자세에서 나온다. 1,000억을 지원하고 사내 창업을 한다한들 결국 가부를 위에서 결정하는 계층구조에서 혁신이 나올 수 없다. 대박 마인드를 경계하고 리틀 벳이 만들어지는 문화가 이제 생존의 길이다. (좋은 책-Little Bets: How Breakthrough Ideas Emerge from Small Discoveries)
글 : 안우성
출처 : http://bit.ly/YyMT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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