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북 픽셀(Chromebook Pixel) 포지셔닝은?

lean-forward구글이 크롬북 픽셀(Chromebook Pixel)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시끄럽습니다. 삼성도, 에이서도, HP도 크롬북을 만들었지만, 구글 당사자가 만든다니까 이목이 더 집중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 말고도 크롬북 픽셀은 다른 크롬북과 차별화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무려 아이패드 레티나 디스플레이 급에 육박하는 239 PPI 해상도입니다. 또 해상도만큼이나 놀라운 가격 $1,299. 이해되지 않는 구글의 몇 가지 프로젝트 중의 하나입니다.

크롬북은 $200~300 수준의 비교적 저렴한 클라우드 전용 노트북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1,299짜리 크롬북 픽셀을 들고 나왔습니다. 프로세서만 보면, 듀얼 코어 인텔 코어 i5(1.8GHz)로, 풀 버전의 PC OS를 갖춘 애플의 11인치 맥북 에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프로와 같은 급입니다. 이 성능으로만 보면, 크롬북 픽셀이 노리는 포지셔닝 타겟이 어디인지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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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북 픽셀의 경쟁자들

하지만 엔트리 모델을 기준으로 보면, 크롬북 픽셀이 맥북 에어 $999보다 높고, 키보드 액세서리를 포함한 서피스 프로 $1,019보다도 높습니다. 게다가 다른 것들은 메모리가 64GB이고 와이파이 버전의 크롬북 픽셀은 32GB인 것에 비하면, 너무 높은 가격입니다. 그 이유는 크롬북 픽셀의 디스플레이 때문입니다. 크롬북 픽셀은 12.85인치에 2,560 x 1,700 해상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인치 당 픽셀수가 무려 239개에 달합니다. 이는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마케팅되고 있는 227 PPI의 맥북 프로보다도 높습니다. 이 정도 해상도가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Notebook-Workspace-vs-PPI
노트북 레티나 해상도와 작업 환경

보통 노트북은 데스크탑과는 달리 키보드 일체형이기 때문에, 모니터와 더 가깝게 대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책상 위에 놓고 사용할 때 편안한 거리는 대략 손을 뻗어 모니터가 닿는 20~28인치(50~70cm) 정도입니다. 시청 거리가 이보다 더 가까워지면, 오래 작업하기 어려운 자세가 됩니다. 16인치(40cm) 정도 되려면 거북목[turtle-neck]이 되고, 12인치(30cm) 정도로 가까이 가려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야[lean-forward] 합니다. 반대로 28인치 이상 거리에선 의자를 뒤로 젖혀[lean-back] 앉아야겠죠.

정상 시력(1.0=30CPD)을 기준으로 보자면, 크롬북 픽셀의 239 PPI는 몸을 앞으로 숙여 35cm 정도 거리까지 가야 픽셀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최상의 시력 1.5(50CPD)를 기준으로 24인치(60cm)에서 인지할 수 있는 PPI입니다. 생산성 도구인 PC에서 해상도가 중요한 요소가 되는 작업들이 있습니다. 주로 그래픽, 비디오 등 시각적 작업들이 그렇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해상도라기보다는 작업 공간입니다. 어느 정도 시청 거리를 유지해 준다면 픽셀 밀도가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놓아야 하는 작업이 많아서 화면이 더 크길 원하죠. 화면이 커지려면 당연히 해상도는 거기에 비례해 커져야 하고요.

하지만 크롬북 픽셀 같은 콤팩트 노트북들은 이동성 때문에 화면 크기가 마냥 커질 수는 없습니다. 화면 크기는 제한이 되면서 픽셀 밀도, 즉 PPI만 커지게 되면 작업 공간의 극대화 측면에선 별 실용성이 없습니다. 공간을 활용해 많은 것을 띄워 놓으면 그만큼 표현되는 사이즈가 작아서 시청 거리가 짧아질 수밖에 없겠죠. 자세가 린 포워드나 거북목이 되겠죠. 그리 편한 작업 환경이 아닙니다.

그럼 비디오 같은 미디어 소비 환경에선 어떨까요? 고품질 비디오를 시청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런 비디오를 시청하는 자세는 생산성 작업과는 다릅니다. 린백하고 최대한 편한 자세를 취하게 되겠죠. 시청 거리는 자연스럽게 멀어집니다. 그럼 그 높은 PPI는 별로 소용이 없게 됩니다.

자, 크롬북은 클라우드 PC입니다. 물론 클라우드로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가능하겠지만, 많은 부분이 텍스트 작업일 것입니다.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할 것이고, 코딩할 것이고, 이메일을 쓸 것이고, 블로그 글을 올리겠죠. 이런 작업에는 그렇게 높은 해상도가 필요치 않습니다. 유튜브로 강남스타일을 보는데도 필요 없죠. 구글 행아웃으로 영상회의를 할 때? 카메라 얼굴 나와야 하니까 어차피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왜 구글은 굳이 비싼 비용을 감수하며 고해상도 크롬북 픽셀을 만들었을까요. 미스터리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클라우드 OS의 가능성은 고성능에 있지 않습니다. 최대한의 비용 효율성을 가져가야 합니다. 그게 클라우드 OS에 기대하는 바 아닌가요? 파이어폭스도 모바일 OS를 만들고, 오페라도 TV 플랫폼을 만듭니다만(그러고 보니 브라우저 3인방인 모바일, TV, PC 시장을 사이좋게 나눠 공략하고 있네요), 그 지향점은 고성능이 아니죠. 저사양 시장을 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시장 반응은 없지만 졸리클라우드(Jolicloud)같은 업체의 방향이 맞죠.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아이패드도 나오기 전인 2008년도에 마이클 애링턴이 테크크런치에 있을 때, 크런치패드(Crunchpad)라는 컨셉을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200 이하의 인터넷 태블릿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애석하게도 테크크런치와 제조사와의 불화로 프로젝트는 중단되었고, 제조사 단독으로 주주(JooJoo)라는 형편없는 디바이스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제조사는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크롬북이 그런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렴하지만 인터넷 브라우저에만 최적화되어 있는 인터넷 태블릿이 크롬 OS로 나온다면 어떨까요? 많은 사람이 PC를 인터넷 브라우징용으로만 사용합니다. 이북 리더가 저가 전용 단말로서 공략을 할 수 있듯이, 인터넷 브라우저 전용 단말도 그렇게 공략할 수 있는 겁니다. 크롬북은 맥북 에어나 서피스와 경쟁할 것이 아니라, 무적 아이패드의 태블릿 시장에서 틈새를 찾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ZCIR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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