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규 커피 프랜차이즈 사업 계획서를 읽어본 후, 공부도 할 겸해서 관련 책들을 읽어보았다. 그 중에서 카페베네를 직접 성장시킨 대표들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카페베네와 관련해서 책이 두 권이 나왔었다.
한 권은 과거 할리스 커피를 성공시켰고, 얼마전 망고식스를 새로 만든 강훈 대표의 책 ‘카페베네 이야기’, 그리고 한 권은 최근에 나왔는데, 카페베네의 실제 CEO인 김선권 대표의 책 ‘꿈에 진실하라 간절하라’이다.
처음 생각부터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사업에 대해 두 사람이 풀어놨으니 보다 다각적으로 성장 과정을 살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강훈 대표는 할리스 커피를 매각한 후, 3년여간 자리를 못 잡고 있다가 김선권 대표가 시작한 카페베네에 합류하여 사업을 일으킨 실무 임원이다. 강훈 대표가 합류할 당시 카페베네는 부도심에 자리잡고 있었고,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강훈 대표는 할리스 커피 프랜차이즈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카페베네를 하나씩 변화시켜 나간다. ‘커피 빈’ 짝퉁으로 보이는 브랜드를 변경하고, 본점을 압구정으로 이동시켜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한다.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 싸이더스와의 제휴, 적극적인 광고,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본질 등 실제적인 전략들이 잘 나와있다.
카페베네 이야기 뿐만 아니라, 할리스 커피의 좌충우돌 성공기도 함께 나와있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있을 만한 부분들이 있어 보였다.
강훈 대표는 이 책에서 김선권 대표를 ‘감자탕으로 성공한 한식 쪽 프랜차이즈 경영자’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커피라는 패셔너블한 프랜차이즈를 일으키는데 많은 설득의 과정을 겪었다고 했다. 본인이 카페베네를 성장시키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는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김선권 대표의 책에서는 강훈 이사에 대한 표현이 딱 한 번 나온다. 아래와 같다.
“그리고 정훈탁 대표를 소개한 강훈 본부장도 내게 소중한 인재였다. 그는 처음에 이사로 입사하여 상무를 거쳐 본부장까지 역임하는 동안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한 부분들을 잘 알고 있어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가 전부다.
강훈 대표가 책에서 김선권 대표에 대한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앗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훈 대표에 대한 표현 역시 상당히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김선권 대표의 책은 사실 카페베네의 전략, 성장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게 되어있다. 두 권을 모두 읽고 느낀 것은 실제 진두지휘를 강훈 대표가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김선권 대표의 책에서는 본인의 사업 철학, 어린 시절 이야기, 본인의 프랜차이즈 성공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카페베네 성장 전략은 그렇게 구체적이지 않았다.
다만 김선권 대표의 글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본인의 논리와 행동간에 일치성이 의아한 부분들이 있어보이고, 지나온 결정들에 대해 좋은 것으로 포장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예를 들어 본인은 돈을 쫒지 않고 가치를 쫒았다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 출점을 예로 들었다. 세컨드 브랜드를 커피로 한 이유를 설명할 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한식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자신이 한식에 뛰어 들면 한식 사업자들에게 한숨과 눈물을 보태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한식에 뛰어든다는 것은 탐욕이다라고 표현했다. 장사든 사업이든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포화상태가 된 커피 시장에 뛰어든 것은 탐욕 때문이 아니라고 한다. 본인은 기존의 것들을 빼앗는 것이 아닌 시장을 키우면서 사업을 확장했다고 한다. 한식 프랜차이즈는 탐욕이고, 커피 프랜차이즈는 시장을 키우는 것이라는 표현이 그렇게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한식 프랜차이즈에서는 커피 시장을 키우듯 시장을 키울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말인가?
1호점의 위치 역시 그랬다. 김선권 대표는 1호점을 강남에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강훈 대표의 책을 보면 1호점은 반드시 강남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김선권 대표는 비싼 강남에 매장을 내는 돈이면 다른 곳에 10개를 내는 게 낫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해놓은 강남 매장이 계약하려고 하자,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천호동으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여기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강남에 가능한 매장이 한 군데만 있었던 것이 아닐텐데 왜 그곳과 계약이 틀어졌다고 본인의 생각대로가 아닌 천호동으로 가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김선권 대표는 애초에 강남의 중요성을 확실하게는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도 명확히 알았었는데, 어쩔 수 없이 천호동으로 정한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약간 삐뚤어 보면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여러군데 보인다. – 이런 게 같은 일을 한 두 사람이 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김선권 대표의 책은 카페베네의 성장기보다는 김선권 대표의 철학, 생각을 읽는데 주안점을 두는 것이 나아 보인다.
물론 카페베네는 강훈 이사와 김선권 대표의 합작품이다. 김선권 대표가 강훈 이사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카페베네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해도 카페베네의 대표는 김선권 사장이다.
다만 두 대표의 책에서 서로에 대해 보다 긍정적이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의 표현만으로만 보면 단순히 사장, 본부장의 관계였지 않나 싶다.
이제 카페베네는 해외로 진출하고, 또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강훈대표는 망고를 주제로 한 프랜차이즈 사업을 새로 하고 있다.
이들 프랜차이즈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글 : 조성주
출처 : http://bit.ly/Xy22q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