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Quake(1) 시청률이 바뀐다 .. 닐슨과 빌보드
지난 2월 4일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미식 축구 ‘슈퍼볼(SuperBowl)’을 봤다. 샌프란시스코(SF) 49ners가 올라왔기 때문인지 우리 동네에서는 슈퍼에 맥주가 동나고 슈퍼볼 시간에는 차도 잘 다니지 않았다. (SF 49ers는 홈구장을 우리 집에서 5~10분 거리로 이전할 계획이어서 더욱 애착이 간다) 결과는 아쉽게 졌지만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게 경기가 진행되서 재미있었다.
유명한 중간 공연(비욘세)과 기업들이 슈퍼볼에 맞춰 내놓는 광고까지 1년내 미국의 최대 이벤트로 불릴만 했다. 미식 축구 경기 자체보다 주변 이벤트(공연, 광고)까지 즐겨야 슈퍼볼임을 실감.
슈퍼볼 이벤트를 모멘텀으로 가져 가기 위한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면 이 경기는 SF와 볼티모어만의 경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경기는 미국에서 과연 몇명이 봤을까? 미국 최고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1억1300만명에 달한다. 시청률이 무려 48.1% 였다. 미국에서 TV를 가진 시청자들의 절반가까이 이날 슈퍼볼을 지켜봤다. 포티나이너스가 막판 추격을 한 4쿼터에는 시청률이 52.9%에 달했다.
미국인들은 이 경기를 TV만으로 봤을까? 아니다. 아이패드나 인터넷으로 시청한 사람도 상당할 것이다. 실제 닐슨에서는 이날 아이패드 등 스트리밍으로 경기를 지켜본 사람도 300만명에 달한다고 조사했다.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한 TV 시청 경험이 늘어나고 있는 최근 추세를 봤을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TV를 켜놓고 아이패드를 동시에 시청한 것일까? 아니면 아이패드만으로 시청한 것일까?
스마트 디바이스가 널리 보급 돼 있고 유튜브가 보편화 되면서 미디어 소비 방식은 크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대답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TV와 아이패드를 동시에 보면서 시청하는지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TV와 온라인으로 동시에 시청하는지, 시청하면서 SNS를 하는지, 오직 온라인으로만 시청하는지 , (한국의 경우엔 DMB로도 시청을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아직 정확히 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답이다.
이 것은 글로벌 미디어 업계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팩트다.
광고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해 방송 광고비는 750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이 광고비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미디어 기업의 생존이 갈린다.
광고주들은 광고주대로 시청자들이 TV로만 슈퍼볼을 보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얼마나 많은 수가 TV를 이탈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광고주들은 보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TV 시청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닐슨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18~24세의 TV 시청률은 8%나 하락했다.
광고의 핵심 타깃은 젊은 층이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마케팅에도 즉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기업들을 움직일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TV를 아예 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태블릿, 스마트폰, PC 등을 통해 볼건 보고 있는지, 얼마나 많이 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략 짐작해서는 안된다. 정확한 ‘팩트’가 필요하다.
글로벌 미디어, 특히 뉴미디어 업계에서는 전통적인 ‘시청률’ 산정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시청 경험이 늘어나는 만큼 이같은 방식도 ‘시청률’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닐슨은 시청률을 ‘피플미터’ 방식으로 조사해 왔다. 표본으로 선정된 2만2000개의 가구의 TV 수상기에 셋톱을 달아 시청률을 자동으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한국을 포함, 세계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시청률을 조사한다. 닐슨은 인터넷 방송 시청을 추적하기 위해 20만대의 컴퓨터를 추가 패널러 사용했는데 이 것은 그동안 시청률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
렇다면 프로그램을 DVR로 저장해놨다가 보는 것은 어떨까? 넷플릭스는? 훌루는? 로쿠는?
패널 가구에 있는 모든 디바이스에 추적 장치를 달아서 미디어 소비 패턴을 분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만 샘플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사례가 전세계 보편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각국이 미디어 소비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 태블릿을 보유하고 있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90%에 육박하는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의 사례보다 미디어 소비 경험이 진일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방식으로는 이 변화가 반영이 안됐다. 뉴미디어 종사자들은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만들었는데 수익을 만들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들어 ‘시청률’ 산정 방식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소비를 더이상 ‘측정 기술 부재’의 이유로 외면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커넥티드 라이프’가 어느순간 전통적인 미디어 소비 방식을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 LA타임즈 등 미국 언론은 최근 “닐슨이 시청률 산정 방식과 개념을 바꾸기로 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새로운 디바이스를 수용, 2013년 가을부터 새로운 데이터를 공개하기로 했다.
우선 ‘가구(Household)’의 개념이 바뀐다. 닐슨은 그동안 TV를 설치한 가정을 ‘가구’로 인정했으나 이제는 초고속 광대역(Broadband) 인터넷을 TV에 설치한 것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IPTV나 애플TV 등 별도의 셋톱박스를 TV에 달아 놓은 TV도 포함한 것이다.
여기에 ‘시청’의 개념도 바뀐다. 앞으로는 아이패드 등 태블릿, PS3나 엑스박스 등의 게임기, DRV 등도 시청(TV Viewing)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 훌루 등의 오버더톱(Over the top) 서비스도 시청률에 포함시키기고 케이블이나 미디어 회사들의 아이패드나 태블릿을 통한 시청 확대(TV Everywhere)도 포함시키기로 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이나 판도라의 에브리온(EveryOn), 지상파 방송사의 N스크린 서비스 푹(Pooq)의 시청률이 닐슨의 산정 방식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제는 TV라는 단어 보다는 오랫동안 미디어업계에서 써왔던 ‘스크린(Screen)’이란 개념이 더 어울리게 된 것이다.
이에 앞서 닐슨은 트위터와 공동으로 ‘닐슨 트위터 TV 시청률’을 조사해 2013년 하반기부터 공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방송을 보고 트윗을 날리는 이용자뿐만 아니라 방송에 관심있는 사용자의 트윗도 분석, 종합적인 시청률을 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TV를 보면서 트윗을 날린다. 이 같은 이용자는 최대 33%에 달한다. 1/3이 TV를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트윗을 날려 프로그램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슈퍼볼, 월드시리즈,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나 대통령선거 등의 정치 이벤트,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그래미 등이 시상식에서는 ‘공유심’이 폭발, TV를 보며 트윗을 날리거나 페이스북에 감정을 공유한다.
이 같은 ‘소셜TV’ 현상은 시청률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의 CBS, NBC, ABC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 CNN, 폭스, MS NBC 등의 케이블 뉴스 채널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끌어 안으려 노력 중이다. 닐슨은 이 같은 ‘경험’을 과학적으로 분석, 광고주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계산이다.
TV뿐만 아니라 ‘음악’ 차트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권위있는 음악 차트 ‘빌보드(Bilboard)‘가 순위 집계 방식을 바꾼 것. 그동안 빌보드는 닐슨(BDS)에서 조사한 1000여개 방송사의 방송 횟수와 유료 스트리밍, 음원 판매 순위를 합산으로 순위를 매겼다. 하지만 여기에 최근 ‘유튜브’ 조회수를 포함시켰다.
싸이는 2012년 강남스타일로 빌보드 7주 연속 2위를 기록한 바 있는데 만약 빌보드가 좀 더 일찍 유튜브 조회수를 포함시켰다면 싸이는 ‘빌보드 1위’라는 전무후무할 기록을 세웠을지 모른다.
물론 빌보드의 이 같은 결정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최근 유튜브에서 또 다른 패러디로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뮤지션 바우어의 ‘할렘 쉐이크’가 싸이효과를 톡톡히 봤다. 순위에 진입하자 마자 빌보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닐슨과 빌보드의 결정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매우 빠르고 전격적이어서 미디어 산업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플랫폼(케이블, IPTV, 위성 등)은 N스크린이나 TV에브리웨어 서비스 확대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고 콘텐츠 제작사(PP)도 스크린을 넓히고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뉴미디어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 사람은 물론 사물까지 연결시키는 커넥티드 흐름은 미디어 업계의 중심으로 파고들어서 미디어 기업의 생존 여부를 갈라놓을 것이다.
*미디어퀘이크 시리즈는 인터넷이 가져온 미디어 산업 및 경험의 지각 변동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이 글은 케이블TV협회의 ‘인사이드케이블‘에도 실렸습니다.
글 : 손재권
출처 : http://jackay21c.blogspot.kr/2013/0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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