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기업가정신에 주목하는가?
지난 글에서 창업은 ‘기업가정신’이라는 나무의 열매(최종 결과물)라고 비유한 바 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경제 발전은 기업가정신의 발현에 기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사회 발전에 따라 기업가정신은 확산과 쇠퇴의 부침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세대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가정신의 발현을 시대별로 나누어 살펴보자면,
-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제1세대 기업가정신
- (1990년대 이후) 모방에서 혁신으로 발전하면서 벤처붐을 만든 제2세대 기업가정신
- (2010년대 이후)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다양한 주체들의 결합 및 협력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제3세대 기업가정신
우리나라 기업가정신은 산업발전기의 제1세대와 벤처육성기의 제2세대를 거쳐 현재 제3세대 기업가정신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성장이 정체하는 등 경제 및 사회적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내외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위험회피적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무겁게 내려앉아 위축된 제3세대 기업가정신이 열매를 맺을 수 있게끔 지원하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 왜 소셜벤처인가?
제3세대 기업가정신의 특성은 경제·기술의 발전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창출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자리와 복지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맞물려 있기도 하다. 혁신을 통해 지속성장하고 융합을 통해 문제해결을 이루어낸다. 소셜벤처는 이와 같이 혁신을 통해 사회적 문제해결을 추구하는 벤처기업, 즉 혁신적인 사회적 벤처기업을 말한다. 따라서 높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일반적인 벤처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사업 성공 시에 사회적 가치 또한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제3세대 기업가정신의 핵심에는 기존 영리기업의 기업가정신에 추가적으로, 사회적 기업가정신, 소셜벤처(Social Venture),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다양한 목표(Triple Bottom Line)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이 사회적 분야로 확산된 것은 정부 예산의 제약과 기존 기업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영역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셜벤처를 육성해야 할까? 소셜벤처 육성을 통한 제3세대 기업가정신의 확산 추구 및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조성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소셜벤처 육성방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가정신은 그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과 과제들에 대한 대응 및 솔루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진화를 거듭한다. 따라서 시대별 정부의 역할도 이에 따른 ‘맞춤형’으로 변모하여야 한다. 제1세대 기업가정신 발현에 있어 주도자로서 역할을 수행하였고 제2세대 기업가정신 발현에 있어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면, 제3세대 기업가정신 발현에 있어서 정부는 든든한 지원자(Facilitator/Supporter)가 되어주어야 한다.
1. 사회적 기업가 육성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신발을 무료로 기부하는 탐스슈즈(Toms Shoes)의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 적정기술로 아프리카에 저가 농업용 양수기를 공급하는 킥스타트(Kick Start)의 설립자 마틴 피셔(Martin Fisher) 등 소셜벤처의 중심에는 사회적 가치 창출 및 문제 해결의 비전을 가진 사회적 기업가가 있다.
사회적 기업가 발굴 영역은 크게 대학 기업가정신, 사회적 기업가정신, 대기업 기업가정신, 벤처기업가정신 부문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터, 1인창조기업, 소셜벤처 관련 교과목 개설, 멘토링 등을 통해 사회적 기업가를 양성하는 방안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이해관계자가 관여하는 국가적, 세계적, 지역거점 수준의 소셜벤처 기업가의 커뮤니티 조성이 필요하다.
2. 소셜벤처 사업기회 발굴
지구촌 곳곳에서 환경파괴를 일으키는 공해와 자원 고갈, 빈곤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바로 이 위협 요인에서 소셜벤처의 사업 기회가 있다. 지난해 9월 서울시는 ‘공유도시(Sharing City) 서울 선언’을 발표하며 공유경제 활성화 정책과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 행사를 추진해오고 있다.
한편, 이러한 기회의 대표적인 것이 BOP 시장에서의 기회이다. BOP(Bottom of Pyramid)란 1인당 연간소득 3,000달러(1일 8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경제적 빈곤층을 뜻한다. BOP 비즈니스는 BOP 계층을 원조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의 잠재시장으로 간주한다.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존 시장과 다른 방법으로 제공하여 기업은 수익을 확보하고 빈곤층의 후생수준은 향상되는 효과를 목적으로 한다.
3. 소셜벤처 창업/육성을 위한 자원 조달 확대
소셜벤처는 사회적 문제해결과 경제적 가치 창출의 새로운 기회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필요한 자금, 설비, 인력, 외부네트워크, 관계자산 등의 다양한 자원을 원활하게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소셜벤처를 위한 자원조달 지원 정책은 크게 재무적 자원조달(자금)과 비재무적 자원조달(인력, 기술, 조직 등)로 구분할 수 있다.
(1) 재무적 자원조달
기업의 성장단계 및 재무구조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투자 매커니즘 발굴이 필요하다. 국내 대기업의 사회기부금 및 사회공헌활동 투입금의 일부를 사회적 기업에 대한 투자로 유치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 또한 필요하다.
(2) 비재무적 자원조달
정부는 전문 소셜벤처 투자기관에 대한 세제 지원과 설립을 유도하고 소셜벤처 자본시장 조성에 힘써야 한다. 기존 벤처생태계의 자원 인프라와 소셜벤처 생태계의 연계 또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업발행 카드 사용액의 일정비율을 소셜벤처 투자펀드에 출연하는 것도 방안 중 하나이다.
4. 소셜 벤처 생태계 조성
시장원리는 소셜벤처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원리이며, 그 자체로 생태계의 진화 원리인 변이, 선택, 복제의 원리가 작동한다. 소셜벤처 활성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 혁신이 일어나려면, 개별기업에 대한 지원보다도 <변이-선택-복제> 과정을 거쳐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셜벤처 생태계 조성 정책은 이러한 생태계의 진화 원리가 시장기구를 통해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5. 소셜벤처 육성 및 인증제도 도입
소셜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단기적인 정책대안으로는 소셜벤처 인증제도 도입이 있다.
벤처특별법 개정으로 소셜벤처 지원의 근거, 인증기준 및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소셜벤처창업지원센터’를 설립하여 창업과 초기안정화를 지원하도록 한다. 벤처특별법에는 소셜벤처의 정의와 유형, 지원근거를 추가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벤처특별법 개정에서 소셜벤처를 수용할 수 있는 인증기준의 항목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다음 주에는 ‘벤처확인제도 개선방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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