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널리즘의 배후엔 낙후된 CMS 있다

기자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활용법 교육을 가끔 다녀올 때가 있습니다. 주로 한국언론재단의 요청에 의한 것입니다. 대략 2~3시간의 강연을 마치고 나면 늘 듣게 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어느 언론사건 관계 없이 한결같이 제기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적용할 수 있죠? 개발자에게 이야기하면 늘 안된다고만 말합니다.”

온오프라인 언론사를 경험하면서 늘 답답함을 토로할 때가 있었습니다.

‘왜 기본적인 스크립트조차 블로그처럼 심을 수 없을까’
‘왜 우리 관리자툴은 좀더 기자 친화적으로 바뀔 수 없을까’

사실 이 모든 고민은 한 곳으로 모이게 됐습니다. 조직 내부에서 쓰는 용어로 ‘집배신 시스템’ 입니다. 정확히는 언론사 내부의 콘텐츠 관리시스템 즉 CMS인 것이죠. CTS에 특화된 모델입니다. 기사(사진, 영상 등)입력 및 전송기, 신문사의 경우 조판시스템, DB 관리, 송출에 이르는 제작 라인이 모두 솔루션화 되어 있습니다. 국내에선 양재미디어와 서울시스템스가 양분하고 있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들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습니다. 신문 시대에 적합한 솔루션을 소셜과 모바일 시대에 적용하려다 보니 끊임 없이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들 솔루션이 업데이트를 진행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됩니다. 외부의 지원이 없이는 자체적인 예산으로 진행하기가 상당히 버거운 상황이 지속됩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기술 개발을 게을리하면 국내 언론사의 디지털 대응 능력은 떨어지게 됩니다. 사실상 한몸처럼 운명을 같이 하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슬픈 현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생한 변종이 신문 제작용 CMS와 온라인 CMS를 분리하는 모델입니다. 온라인용 기사 관리 시스템과 신문 제작용 기사 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궤도를 걷게 됩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한계에 봉착합니다. 신문에 게시된 기사를 온라인으로 보낼 때, 요즘에 이에 더해 모바일로 퍼블리싱 할 때, 여러 충돌 요소가 발생하게 된 것이죠. 이를 총체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요구되기 시작했습니다.

독립 인터넷 언론사는 그나마 나은 형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CTS용 솔루션을 굳이 도입하지 않아도 됐고, 이들의 기사입력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입니다. 기사를 입력하고 전송하고 배치하는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거나 특정 관련 업체가 제공하는 시스템을 호스팅해서 쓰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물론 이마저도 관련 업체들의 기술적 대응력은 심각할 정도로 떨어집니다.)

당연히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욕심을 내는 기자들은 이들 시스템의 업데이트를 의사결정자들에게 요청하거나 개발팀에 주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개발팀의 답변은 냉랭합니다. ‘기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우리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게 됩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이기도 합니다. 개발팀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CMS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게 뒤에서 엉켜있기에 그렇습니다.(물론 언론사에 터 잡은 다수의 개발자는 시스템 유지/보수 역할만을 안고 있기 합니다.)

소셜미디어 활용법을 일선 기자들에게 전파해봐야 직접 적용할 수 없는 현실. 짧은 스크립트 코드 하나 삽입할 수 없는 시스템 속에서 해외 언론의 다양한 실험을 늘 구경만 해야 하는 현실. 언론사의 기술적 진화 경로를 늘 이들 두 개 업체에 의존해야만 하는 현실. 이것이 현재 한국 저널리즘의 오늘입니다.

십수년 동안 자체 CMS를 스스로 개발해 상시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있는 해외 언론사의 사례는 국내 기자들에겐 정말 꿈과 같은 얘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대응 능력을 국내 언론사에 요구하는 것조차도 이젠 사치스럽게 느껴지고 있답니다. 이 국면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도 개별 언론사의 능력일 것입니다. (사실을 답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답을 실행할 의지와 예산이 부족할 뿐이긴 합니다.)

최근 한국언론재단이 외부 용역을 통해 모바일용 CMS를 개발해 발표했습니다. 향후 이 시스템이 얼마나 적용될지, 그래서 스토리텔링의 다양한 실험으로 이어질지는 두고봐야 알 것같습니다. 돌파구가 되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습니다.

글 : 몽양부활
출처 : http://bit.ly/Zw5u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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