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리더를 중단할 것이라는 소식이 소셜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작은 소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서비스 하나가 왜 이리 대수냐 하시겠지만, RSS 개념의 중요성과 구글 리더의 이 분야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고려한다면, 어떤 이들에게는 핵폭탄 같은 선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동안 DIGXTAL LAB에서도 구글 리더를 중요한 정보 입수의 도구로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당황스러웠고, 왜 구글이 구글 리더를 중단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십중팔구 사업적 관점의 결정이었겠죠. RSS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나아가 데이비드 겔런터(David Gelernter) 예일대 교수가 주장한, 정적인 검색의 웹 시대가 가고 모든 정보가 월드스트림(worldstream)을 통해 흘러간다는 정보 스트림 시대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곱씹어 봅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업적 수익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용자의 정보 소비 문화에 관한 문제입니다.
지금은 정보 스트림의 시대
RSS(Rich Site Summary, 또는 Really Simple Syndication)는 인터넷 정보 흐름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정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구독을 통해 여러 사이트의 내용을 모아서 받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겔런터 교수의 주장이 그런 것입니다. 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또는 링크를 통해 정보를 찾던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RSS 피드나 트위터의 타임라인,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같은 여러 라이프스트림(lifestreams)이 시간 순서로 혼합된 월드스트림(worldstream)의 시쿼스를 쫓아가는 시대가 되리라는 것입니다.
충분히 동의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실제 그렇게 흘러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현상’만을 가지고는 모든 문제를 설명할 순 없습니다. 여전히 검색의 수고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정보 스트림의 홍수에서 도대체 어떤 채널에 튜닝을 할 것인가, 바로 디스커버리의 문제가 지상 과제입니다. 디스커버리의 솔루션은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1단계: 검색
- 2단계: 매체 브랜드
- 3단계: 소셜
- 4단계: 개인화
먼저 정보 소재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는 수고스럽지만 사용자가 직접 검색을 해서 정보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 정보에 대한 소비가 이루어지고, 마케팅이 작동을 하게 되면 이제는 정보 소스의 브랜드화가 이루어집니다. 즉 뉴욕타임스, 네이버, 뭐 이런 식으로 매체 브랜드가 형성됩니다. 사람들은 정보 소스의 평판에 바탕을 둔 브랜드 신뢰도를 가지고 정보 채널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정보 소스의 시장이 거대해지고 선택의 폭이 지나치게 넓어져 분별력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바이럴 채널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자동으로 필요할 것 같은 정보를 수집해 전달해주는 개인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직접 찾아내야 하는 첫 번째 단계의 검색이나,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홈페이지에 정보를 제공하는 2번째 단계의 인터넷 매체나 포털은 겔러터 교수의 정의에 따르면 기존 웹의 방식입니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구글 플러스 등 3번째 단계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바이럴 채널이나, 구글 나우 같은 서비스가 개인화를 바탕으로 적시 적소에 정보를 자동으로 전달해주는 4번째 단계는 새로운 스트리밍 시대의 방식이 되겠죠.
RSS는 가장 효과적인 정보 스트림 도구
RSS는 말하자면 2단계(매체 브랜드)에서 기존 웹 방식을 조금 비틀어 스트리밍 시대의 방식으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브랜드를 탐색하는 방식-평판, 신뢰도, 마케팅 등-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구독 행위를 통해 매체 브랜드를 수집[aggregation]하고 자동으로 배달되는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3단계 소셜이 신뢰도와 브랜드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증대시킨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4단계 개인화는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의 수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에서는 분명 진보된 디스커버리 방식임은 틀림없으나, ‘믿을만한’ 네트워크(소셜) 또는 데이터베이스(개인화)를 구축해야 하는 완결되지 못한 숙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RSS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정보 스트림의 강력한 핵심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RSS 도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나는 구글 리더 같은 단순한 RSS 리더이고, 다른 하나는 플립보드, 펄스, 구글 커런츠 같은 뉴스 앱입니다. 사실 전자는 더는 발전할 것도 없습니다. 단순히 RSS 피드의 타임라인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후자는 태블릿이 등장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수려한 시각적 디자인이 강조된 UI와 매체 브랜드의 카테고리화를 통해 새로운 뉴스 포털로서의 입지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단순한 RSS 리더는 너무나 단순해서 피드에 배너를 붙이는 방법 말고는 딱히 수익 모델이 없는 반면, 뉴스 앱은 매체들이 새로운 마케팅 채널로 인식하면서 가능성 있는 수익 모델로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은 수익성이 없는 구글 리더를 중단하고, 대신 구글 커런츠라는 뉴스 앱에 보다 힘을 싣는다는 전략으로 선회하였다고 예상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는 구글 플러스 같은 소셜을 강화하기 위해 구글 리더를 그전부터 없애려고 했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글이 간과하고 있는 것- 큐레이터의 도구
그럼 정보 스트림의 측면에서 볼 때, 구글의 매체 전략은 다음과 같이 브랜드, 소셜, 개인화의 모든 단계를 공략하는 것이 됩니다.
- 매체 브랜드 에그리게이션: 구글 리더 → 구글 커런츠
- 소셜: 구글 플러스
- 개인화: 구글 나우
하지만 구글이 간과했을지도 모르는 사실이 있습니다.
첫 번째, 구글 리더와 구글 커런츠의 타겟은 다릅니다. 구글 리더는 그야말로 정보를 소비하는 헤비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반면 구글 커런츠는 시간을 소비하는-마치 신문을 읽듯-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두 번째, 구글 커런츠, 구글 플러스, 구글 나우의 정보 스트림의 주요 원천은 바로 정보의 헤비 사용자들입니다.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걸러서 큐레이션하고 소셜 네트워크에 퍼 나르는 역할을 이 사용자들이 합니다. 구글 리더는 바로 이 헤비 사용자들의 핵심 도구입니다.
세 번째, 구글 커런츠는 RSS 피드를 유일한 창 안에 가두는 또 하나의 ‘포털’일 뿐입니다. 반면 구글 리더는 RSS 구독 목록을 개방형으로 관리하는, 플립보드, 펄스 같은 다른 창으로 확대할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근래 보기 드문 반플랫폼적 행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겔런터 교수의 월드스트림 개념도를 조금 억지스럽지만 이렇게 그려봅니다.
구글 리더, 구글 커런츠, 구글 플러스, 구글 나우. 이 모두 정보 스트림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입니다. 구글 커런츠는 매체 마케팅 측면에서, 구글 플러스는 소셜 측면에서, 구글 나우는 개인화 측면에서, 더 진화된 스트림의 형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보의 원천은 여전히 야생입니다. 야생을 길들여 가공하는 역할을 잊으면 안됩니다. 백날 큐레이션이 중요하다, 소셜이 중요하다고 떠들지만, 도대체 그 소셜 큐레이터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이죠. 구글 리더를 통해 하루 천 개를 훌쩍 넘는 기사를 넘겨가며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가공하여 전파하는 그런 소스가, 말하자면 정보 스트림의 연료가 됩니다.
물론 구글만이 꼭 리더를 만들어줘야만 이 생태계가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대안은 얼마든지 있겠죠. 하지만 구글이 개별 사업적인 관점만으로 이런 연료를 역으로 공짜라고 생각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굳이 잉여스러운 구글 플러스 같은 제품을 사용해 보는 이유는, 구글 리더 같은 생태계를 꾸준히 유지해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도 안 되겠지요.
글 : 게몽
출처 : http://bit.ly/YeHH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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