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에게도 몸짱 열풍이 올까?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1983년 창간된 국내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전문잡지이다. 최신 IT 컨텐츠가 인터넷에 널려있는 현실에서 지금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탄탄한 컨텐츠로 개발자들을 만족시켜주고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2013년 3월호에서 깜짝 놀라게 만든 기사가 있었다. 바로 “굿모닝! 헬스|네 시작은 하나였지만 끝은 여섯 개이리라”이다. 주인공은 N사에 근무하는 옥상훈 팀장으로 한국자바개발자협회장을 역임했던 지인이다.
대한민국의 몸짱 열풍이 프로그래머에게도 전해질 수있을까 싶었다. 전형적인 개발자의 이미지는 몸짱과는 거리가 멀다. 아니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며 컴퓨터 화면에 달라붙어 한밤중까지 일하는 배 나오고 지저분한 이미지에 좀더 가깝다. 저자는 개발자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 크게 동의한다. 집중과 끊임없는 학습을 필요로하는 개발자에게 체력은 중요한 능력이다. 20년 가까이 IT 분야에 근무하면서 재능은 많은데도 건강상의 이유로 IT를 떠나는 동료나 후배들을 종종 봐왔다.그런 점에서도 개발자도 기술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목표와 인식들
다만 우려되는 점은 건강보다 외모 치중과 운동에 대한 잘못된 인식들이다. 남자는 식스팩, 여자는 다이어트(체중감량)가 목표가 되고 짧은 기간에 연예인 몸매를 얻을 수 있다는 광고가 판을 치는 왜곡된 현상이다. 경력이 있는 개발자라면 무리한 개발일정이 주는 악영향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일정과 앞 단계의 지연으로 막판 밤을 세워 날코딩한 프로그램이 온전할 리가 없다. 화면상으로는 멀쩡해보여도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정보다 차라리 다시 개발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코드 속에 악취가 가득하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짧은 기간에 무리한 목표를 쫓다보면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다. 원하던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아 시들해지거나,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입거나 혹은 솔깃한 약물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운동자체에 재미가 없고 그만두게 마련이다.
누구나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럼 건강하다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는것인가? 식스팩이 있다면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식스팩은 체력보다는 체지방에 따라 좌우된다. 일반 성인 남자는 15~20%, 여자는 20~25%의 체지방을 가지고 있으면 정상 범위이다. 식스팩이 잘보이기 위해서는 체지방을 10%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 즉, 정상 범위 아래이고 체지방이 부족하면 근육 성장과 체온 유지가 힘들어지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나 골다공증 문제가 생길 수 도 있다. 물론 그 정도 수준까지 체지방을 낮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훈련을 요구한다. 설사 힘든 훈련과 고된 다이어트로 식스팩과 체중감량에 성공하더라도 이를 유지하기 위한 숙제가 남는다. 지속가능하지 못한 몸은 결코 건강하지 못한 것이다. “아시아의 물개”로 유명하였던 고 조오련 선수의 아들 조성모씨의 요요 현상이 작년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조성모씨는 아버지 죽음 이후 우울증으로 100kg가 넘는 체중으로 증가한 뒤 한 TV 프로그램 참여하여 100일 만에 78kg으로 감량에 성공했으나 다시 본래 체중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의 경우 일부러 체중을 늘린 경우라고 하지만 단기간에 체중감량을 하는 경우 요요나 후유증이 남기 쉽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함은 몸매가 아니라 체력에 있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체력장으로 학생들의 체력을 평가했던 시기가 있었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표어 아래 100미터 달리기, 턱걸이,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 펴기, 제자리 멀리뛰기 등을 조금이라도 잘하기 위해 꽤나 노력을 했다. 이런 운동은 모두 일상 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이다. 떠나는 버스를 잡기 위해 달릴 때, 짐을 선반에 올릴 때, 집안에 화분을 나를 때, 아이를 업어줄 때, 계단을 오를 때 우리는 이런 근력을 필요로 한다.. 이런 운동들에서 멀어질 때 체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나빠진다. 몸매는 체력이 좋아지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다양한 운동에 재미를 붙여 운동은 나의 삶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한다. 이제는 운동을 조금만 쉬어도 근육량 감소로 체중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체력과 창의성이 향상되고 조직 변화 및 개선의 방법을 체득한 것도 나에게는 소득이다. 트레이닝 원칙과 운동 경험이 프로세스 혁신과 조직역량 개선을 이해하고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가령, 웨이더 훈련원칙에 점진적 과부하(progressive overload)라는 것이 있다. 근육을 성장시키 위해서는 중량과 세트수를 늘려가야 한다는 것인데, 근육은 일정한 중량(저항)에 익숙해지면 자극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혁신 과정에서 초기에는 조직이 변화에 충격을 받고 반응을 하지만 익숙해지면 유사한 변화 프로그램으로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한 단계 높은 다른 프랙티스를 도입하여 자극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려워해도 쉬운 프로그램만으로 성과를 높일 수 없다.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다양한 운동 방법들과 기구를 스스로 고안해보는 과정에서 조직변화의 아이디어와 영감을 많이 얻기도 한다. 다른 예로, 가슴 근육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깨와 삼두 근육이 강해져야 하고, 등이나 다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코어(core)라는 배를 포함한 몸 중심이 잡혀 있어야 한다. 몸이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넘어가는 성장은 연결된 다른 부문이 받쳐줘야 하는 것이다. 이는 댐(Dam) 이론과 같이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혁신의 수준은 해당 조직에서 가장 낮은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개발과 관련해서 다른 예들도 많은데, 바디빌딩과 개발자라는 블로그를 참조하기 바란다.
효과적인 운동방법
어떻게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운동에도 공부가 필수적이다. 운동방법뿐만 아니라 올바른 영양과 신체구조, 생리이론도 요구된다. 물론 이렇게까지 공부하면서 운동하기란 쉽지 않다. 운동 효과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몇 가지만이라도 알아두자. 이왕 운동을 한다면 단순관절 운전보다는 다관절 운동을 하자. 단순관절 운동은 1개 관절 부위만 움직이는 것으로 주로 기구를 이용한 고립 운동이다. 초보자일수록 불필요한 운동이다. 이보다는 여러 부위를 단련시키는 복합 운동(Squat, Dead-Lift, Bench-Press, Burpee 등)이나 기능성 운동(Crossfit, pushup, pull-up 등)이 칼로리 소모나 근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둘째, 사람 몸 속 근육의 80%는 다리와 등, 엉덩이 부위에 있다. 80/20 법칙의 파레토 원리처럼 빠른 근육 성장을 위해서 이 부문에 좀더 집중하자. 세째, 운동과 더불어 휴식도 중요하다. 근육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극 받아 손상된 근육과 세포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근육이 더욱 커지고 강해지는 것이다. 2~3일 근육 운동을 했다면 하루 쉬거나 간단한 유산소 운동으로 몸에 쌓인 젖산을 제거해주면 좋다. 넷째, 운동을 하면 잘 먹어야 한다. 잘 먹으라는 것이 많이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영양과 단백질을 갖춘 저염도, 저탄수화물 음식으로 나눠 먹는 것이 좋다. 다이어트에 칼로리도 중요하지만 당지수(GI)에도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달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지방으로 잘 축적되지 않는다. 다섯째, 운동은 나눠서 해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짐(Gym)에 등록하고 몇 시간씩 운동을 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움직이거나 맨몸 운동을 해도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즉, 5분씩 나눠서 10번을 해도 50분 운동을 한 것과 같이 효과적이다. 일상생활에서 왼손을 잘 쓰기 위해서 왼손 칫솔질이나 왼손으로 진공청소기를 돌려보는 것과 같이 의식적으로 새로운 변화를 적용해 보는 것이다.
퇴출위기 개발자에서 의욕 넘치는 개발자로의 변화
마지막으로 팀원 중에서 운동을 통해 체중과 건강을 되찾은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팀에 30대 후반의 고참 개발자 과장이 있었다. 그 친구가 회사에 입사할 당시였던 30대 초반에는 178cm키에 67kg의 날씬한 몸매였는데, 잦은 회식 술자리와 운동부족으로 100kg에 가까운 체중으로 불어나 버린 것이다. 담배와 술을 꽤 좋아해서 위장염, 고혈압, 기관지염으로 약을 달고 살고 팬더처럼 커다란 다크서클이 항상 껴있고 회의 중에도 코피를 자주 흘렀다. 만성 피곤으로 업무성과도 떨어지고 만사를 귀찮아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안되겠다싶어 팀원들과 한가지 제안을 하였다. 후원자를 모아서 3개월만에 그 친구가 운동으로 10kg 감량에 성공하면 후원자들이 10만원을 그 친구에게 주고, 실패하면 나와 그 친구가 10만원을 후원자들에게주는 것이다. (3개월에 10kg정도는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적당한 감량 수준이다.) 후원자를 모아 서명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 코치로써 3가지 룰을 만들었다. 첫째, 주 3회 같이 운동을 한다. 둘째, 식사는 지정해준 것으로 먹는다. 셋째, 술자리에서 3잔 이상 마시지 않는다. 운동 프로그램은 근력과 유산소를 합한 서킷(순환운동)을 1시간 정도로 수행하고, 식사는 밀가루 음식을 가급적 피하고 단백질과 야채가 풍부한 것으로 먹었다. 회식에서 술잔은 권하지 않고 안주는 줄였다. 그리고 매주 체중과 체지방을 측정하여 성과를 피드백해 주었다. 3개월 뒤, 13kg 감량으로 체지방은 줄고 근육은 증가했다. 다크서클은 거의 사라졌고 만성피로감을 느끼지 않으며 무엇보다 업무 의욕이 되살아났다. 운동부족으로 비만과 무기력증에 빠져 퇴출위기에 있던 상황에서의 반전이었다. 얼마전에 그 친구는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꿈을 찾아 도전하고 있다.
개발자에게 운동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유명한 철학자인 니체도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서 보지 않았다. 운동이 신체뿐만 아니라 지능개발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와있다. 운동을 통해서 업그레이드된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은가?
글 : 황순삼
출처 : http://swprocess.egloos.com/292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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