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창업 가이드라고 하면 ‘찬란한 성공 사례’로 가득합니다. 성공 신화만을 얘기하죠. 하지만 이 책은 조금 남다르게
보였습니다. “실패로 가득한 창업 가이드”라니? 부제도 겁나게 ‘아무도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되어 있더군요.
재미있죠? 바로 <리틀블랙북>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창업을 실패로 이끄는 요인 14가지를 독자에게 묻습니다. ‘블랙 포인트’라고 되어 있는데요. 내용을 요약 정리해봤습니다.
블랙 포인트 1 : 동기는 있으나 동기부여 없이 창업한다
리프트가 늘 고장이라면 스키장 꼭대기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을 여는 건 무의미합니다. 아무리 멋진 성공이라는 레스토랑이 있어도 거기까지 가는 리프트(실패)가 뻔하다면 잘못된 창업이 되겠죠.
이런 점에서 도망치기 위한 창업은 가장 유감스러운 창업 동기라고 말합니다. 책의 표현을 빌자면 구명조끼형 창업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동기부여 없는 동기는 무의미한 것이죠. “동기는 있지만 동기부여가 없다면 (동기는) 창업으로 이끄는 원인은 될 수 있지만 충분한 꿈이 없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죠.
블랙 포인트2 : 창업가 기질이 없다
뒤에서도 나오지만 진정한 창업가는 불확실성에서 특별한 기쁨을 찾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책에 나온 표현을 빌면 “기업가는 직원이 안정된 세계라고 느낄 수 있도록 불안정한 세계에서 헤엄치는 존재”여야 하는 것이죠. 이름 잘 모르는 과학자가 한 “행복하려면 미래가 불확실해야 한다”는 말도 창업가에게 중요한 격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창업은 지식보다는 의지의 문제입니다.
블랙 포인트3 : 투지가 없다
좋든 나쁘든 결과가 예상과 일치하는 법은 별로 없습니다. 창업가 기질이 없더라도 이를 뛰어 넘는 방법은 바로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역경에 맞설 능력,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블랙 포인트 4 : 동업자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데도 동업을 한다
이제부터 몇 가지 블랙 포인트는 동업에 대해 얘기합니다. 책에 따르면 동업자는 가장 값비싼 자원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훌륭한 동행보다는 고독이 낫다”는 표현을 썼군요.
초짜 창업가가 동업을 하는 주요 동기는 두려움 때문인데 동업자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데도 동업을 하는 건 문제라는 것입니다. 뭔가 필요할 때에만 동업하고 이럴 경우라도 되도록 자본 동업으로 국한하는 게 좋고 일을 공유하는 동업을 피하라고 조언합니다.
블랙 포인트 5 : 중요한 선정 기준 없이 동업자를 선택한다
하지만 책은 이런 조언에도 불구하고 창업가 대부분은 동업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왕 동업을 하기로 했다면 동업자의 조건으로 3가지를 따지라고 말합니다. 첫째는 정직성, 둘째는 성격과 역량의 상호보완성, 셋째는 진정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인가가 그것입니다.
블랙 포인트 6 : 기여도가 다른데 지분을 동일하게 나눈다
동 업을 했다면 가장 먼저 합의하는 건 동업자가 발을 빼려 할 때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입니다. “공정한 결별 방법을 모색하는 건 올바른 동업 방법을 찾는 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지분을 나눌 때에도 희한한 방법은 피하고 노동에 대해서도 시장 가격으로 급여를 책정하는 등 원칙을 지키라고 말합니다.
블랙 포인트 7 : 동업자 사이에 신뢰와 대화가 없다
동업자 사이에선 불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최악의 불화라면 역시 상호 불신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신뢰입니다. 어떤 말이라도 동업자와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블랙 포인트 8 : 성공이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많이 실수하는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모든 희망을 아이디어에 걸지 말라고 합니다. “실패자만이 아이디어를 믿는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쓰는군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디어를 담는 형식입니다. 진정한 창업가는 대박 아이디어보다 기회에 집중해야 하고 사람들이 뭘 살 것인가에 집중하지 말고 왜 (내 제품을) 살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책에 좋은 표현이 있군요. “사업이란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이라.
블랙 포인트 9 : 좋아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업종에 발을 들여놓는다
여기서도 좋은 표현이 있습니다. “초보가 노벨상을 타는 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창업을 그저 아이디어에 따라 우연하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잘 아는 업종에서 창업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블랙 포인트 10 : 수익성이 적거나 침체된 업종을 선택한다
훌 륭한 창업가는 유리한 상황을 찾아다닌다고 말합니다. 가장 중요한 상황은 업종입니다. 따라서 업종이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또 제 아무리 훌륭한 사업가라도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맥을 못 출 수밖에 없습니다. 성장 업종 또는 경쟁이 적거나 수익성이 높은 혹은 초기 투자비용이 적은 업종이 좋다는 얘기입니다.
블랙 포인트 11 : 사업이 개인의 경제적 필요와 물질적인 야심에 좌우되도록 한다
창 업가는 생활을 꾸려가야 할 어려움 탓에 사업체가 본 궤도에 올라가기 전에 사업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창업한 사업에 의존하지 않고도 최대한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게 소득을 다변화하고 창업 후 사업 예산을 짤 때에도 자신의 월급까지 비용으로 포함하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두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또 창업하고 얼마 안 지나 변화가 보인다고 해서 부자처럼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회사 운영자금에 여유를 두라고 조언합니다.
블랙 포인트 12 : 삶의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깨닫지 못하고 창업한다
이 런 생각 하는 사람은 창업하지 말라는 얘기죠. “직장에서 일만 하고 살았더니 너무 힘들다. 사생활과 일 모두 지키고 싶다” 뭐 이런. “창업이라는 건 1년 365일 24시간 동안 끝없이 일해야 하는 악덕 근로계약”이라는 표현을 썼군요. 창업하는 사람을 보면 사생활과 일의 조화를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데 창업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입니다.
블랙 포인트 13 : 가장 짧은 시일 안에 지속 가능한 이익을 내지 않는 사업 모델을 채택한다
아이디어 형식에 맞는 가장 좋은 사업모델은 가장 빨리,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이익’을 내는 모델입니다. 규모나 매출이 아니라는 것이죠. 지속 가능성이 성장(외형 매출이라든지)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책에선 계획이 무의미하다는 점도 밝히고 있습니다(물론 아예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계획은 달성하기 위해 세우는 게 아니라 달성되지 않았을 때 조치를 취하기 위해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 근무 중인 회사에서도 혹시 이런 일이 있나요?
아무튼 계획의 용도에 대해 저자는 ‘변화가 필요한 사업 규모상의 임계점’을 계산하는데 쓰라고 말합니다. 창업하고 첫 사업모델 혹은 규모를 언제 수정해야 할지 파악하는데 유용하다는 얘깁니다.
블랙 포인트 14 : 창업가이나 사업가의 기질은 없으면서 떠나야 할 때를 알지 못한다
마 지막이군요. 이 질문까지 모두 통과한다면 창업을 해도 좋다는 뭐 그런 얘깁니다. 아무튼 마지막은 떠날 때를 아는 것이라고 할까요? 창업가와 사업가는 다릅니다. 창업가는 창조를 즐기지만 사업가는 관리와 성장을 즐깁니다. 만일 창업가지만 사업가가 아니라면 떠나야 할 순간을 준비하는 게 좋다는 뭐 그런 얘깁니다.
아무튼 저자가 말하는 이 새로운 타입의 창업가이드는 꽤나 흥미롭습니다. 블랙 포인트를 보니 참 세상에 쉬운 일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지막에 나온 한 창업가의 말을 인용한 구절을 보니 참 부럽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패란 지는 것이 아니라. 실패란 시도해보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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