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자부활전이 없다
“창업하여 실패할 경우 부채부담으로 인해 인생에서 재기하지 못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인식해야 합니다.”
창업 10년차인 Y 주식회사 대표의 말이다. 실패는 성공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지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현실은 실패를 후자로 정의 내리고 있다. 그러나 벤처의 본질적 특성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다. 즉,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승패병가상사(勝敗兵家常事; 싸움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처럼 일에도 성공과 실패가 공존한다)라고 하였다. ‘실패’를 드러내어 이야기해보자. 청년들에게 창업 경험 자체가 중요한 자산임을 인식하여 사업의 건전한 실패에 대한 재도전의 기회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 ‘연대보증 및 재기지원제도 개선방안’, 그 후
작년 초 금융위원회는 ‘창업·중소기업 금융환경 혁신대책’의 일환으로 ‘연대보증 및 재기지원제도 개선방안(2012.02.14)’을 발표하였다.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대보증을 폐지하고 법인의 경우에는 실제경영자만 연대 보증을 서도록 하는 것이 골자이다. 이 개선방안은 신규대출·보증에 대해서는 같은 해 5월부터 전면 적용하였고, 기존대출·보증에 대해서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많은 중소기업들이 연대보증제도의 폐해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한 바 있어 정부의 조치는 늦게나마 이를 반영한 셈이다.
그러나 민간금융기관의 경우 기업 회생을 위한 법인 채무 감면 시에 연대보증 채무가 같이 감면되지 않는 문제가 남아있다. 또한 기존 제도로 신용 회복을 거쳐 재기에 성공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며 회생절차 및 체납세금 등으로 인해 재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더욱이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한 창업의 경우 연대보증을 완전히 폐지하기 위한 기술가치보험제도의 도입과 같은 기술금융제도의 고려가 미흡하다.
따라서 현 연대보증제도의 보완 뿐만 아니라 신용회복제도, 기술가치보험제도, 기술 인프라 구축 방안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 기술창업기업의 회생 및 연대보증제도의 개선 과제
1. 회생추진기업(법정관리기업)의 연대보증 채무 경감을 위한 부종성 확립
중소기업청 정책자금의 경우 회생추진기업의 채무가 감면될 경우 연대보증 채무도 감면되는 이른바 ‘부종성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를 민간금융기관에도 확산하기 위해서는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50조 2항 삭제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부종성 원칙 전면 적용 시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있고, 채권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법무부의 의견을 참조하여 도입 여부와 적용 범위를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경우에는 스톡옵션 등을 통해 기업 대표자가 이익을 공유하면서도 기업이 실패한 경우에는 기업 대표자에게 그로 인한 위험을 면제해 주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기술가치보험제도를 가입하는 경우 연대보증인 완전 폐지
기술가치보험제도란 기술가치가 우수한 기업을 선별하여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사업 실패 시 보험금 지급을 통해 금융기관이 손실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기술가치보험제도에 가입한 기업에게는 연대보증을 완전히 면제하여 대출 또는 정책금융(보증, 정책융자)을 담보, 보증, 연대보증 없이 신용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가치보험제도를 조속히 도입하고, 향후 최소한 3년간 매년 기술가치보험기금으로 500억원씩 출연하여 기술창업기업에게 회생기회를 제고한다. 보험료는 기술창업기업의 신용위험에 따라 결정하되 정부와 벤처기업이 약 50%씩 분담한다. 또한 기술가치보험제도 외에 보험개념으로 운용되고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가산금리(보험료)제도를 활성화하여 연대보증 면제를 확대하도록 한다.
3. 창업 실패자의 신용회복 및 재기 지원 강화
회생 이슈에 있어서는 단순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 대출, 이자 감면, 기초생계비 보장, 신용상담 기능 확대 등의 방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세금체납 신용불량자들은 밀린 세금을 모두 납부하기 전에는 신용회복이 불가능하며 특히 통장과 급여 등을 압류조치 당해 실질적 취업 활동을 재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의 각종 지원과 구제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신용을 회복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재기 지원이 승인된 개인 및 사업자에 대해 체납세액 징수유예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습체납자 요건 기준인 체납액 및 결손처분액 기준 상향조정(500만원→1,000만원)과 징수 유예기간을 최대 24개월까지 연장하도록 한다.
■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사전적 조치 또한 중요
지금까지 살펴본 사업 실패에 대한 재도전 및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방안들은 모두 사후적 조치에 관한 것이다. 기술창업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전적으로는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또한 놓치지 않아야 한다. 기술인력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 확대 및 기술환경 조성, 기술정보 인프라 구축(기술정보회사 설립)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다음 주에는 ‘벤처성장을 위한 코스닥 제도 혁신방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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