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처세술 책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세상에서 소위 성공하는 비결을 ‘족집게 과외’하는 책이다.
책의 논지는 대부분 기업에서 출세하려면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상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일을 많이 하면 반드시 잘못된 일이 발생한다. 결국 책임을 지고 불이익을 받는다. 상사의 생각에 반대하면 결국은 눈 밖에 난다. 상사들은 인간인 이상 자신의 생각을 지지하고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실제 조사 결과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결국 기업은 어떤 사람들이 남겠는가? ‘껄끄러운 괴짜’들은 사라지고 ‘사랑스런 바보’들이 넘치는 회사가 된다.
바로 이것을 조직의 보수화와 기업의 노후화 원인이라고 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혁신은 스트레스다. 누구나 스트레스는 기피한다. 따라서 문제를 지적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조직에서 경원(敬遠)당하게 된다.
처세술 책은 국가, 기업과 같은 조직 전체의 관점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인의 관점에서 족집게 정답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차원의 처세술이 국가나 기업 전체의 발전과 방향을 같이 한다면 문제가 없다. 슬픈 사실은 많은 경우 두 개의 방향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세술에 능한 사람들이 번창하는 조직은 정치 집단화돼 결국은 조직 전체가 몰락하게 된다. 대외경쟁력을 이끌 내부 단합과 혁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리더가 조직을 대외경쟁력의 차원이 아니라 내부 정치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바로 조직을 죽음으로 이끄는 길이다.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속 가능한 혁신이 기업전체를 살려 나가는 길이다. 갈등이 사업의 기회요 대외경쟁력 강화의 수단이나, 불행히도 대규모 조직에서는 미래의 조직 전체의 경쟁력보다는 당장 눈앞의 스트레스를 회피하는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심지어는 한 개인을 놓고 보아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운동하면 좋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한다. 술 담배가 과도하면 해롭다는 걸 누구나 알지만 그만두기는 어렵다.
위대한 고전은 극히 적은 부수가 판매되나, 통속적인 소설들은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한다. 결국 인간은 장기적인 유익함보다는 단기적인 편안함과 쾌락을 추구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속성이다.
여기서부터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한가지는 인간 속성에 맞추어 개인의 영달(榮達)을 추구하는 길이다. 그렇지만 이 시나리오는 결국 조직의 대외경쟁력 약화로 기업은 몰락하고 국가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갈등과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혁신을 해 나가는 것이다. 역사를 보아도 주변의 쓴 소리를 계속 듣는 시스템을 갖춘 조직은 오래 지속된 반면 일사분란하게 용비어천가를 부르짖는 조직은 결국 몰락했다.
여기서 리더의 역할이 확실해진다. 조직의 리더는 한마디로 ‘괴짜 혁신가’를 중용하고 ‘사랑스런 바보’를 멀리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처세술책에 써 있는 얘기와 반대로 리더가 실천한다면 조직은 발전한다.
도대체 리더에게 간 쓸개를 빼주는 충성심이란 인간의 본성이 될 수 없지 않은가. 대내정치가 난무하는 조직 풍토에서는 열심히 일을 하고 갈등을 극복하고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도태되거나 스스로 떠나간다.
독점기업의 경쟁력과 독재국가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가장 큰 사유다. 개방 사회가 지속적 발전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쟁은 합리성을 유지해 나가는 원동력이다. 자율 속 경쟁을 통해 혁신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회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매개로 한 대외 경쟁력을 유지해나가는 선순환 고리로 들어가도록 리더가 이끌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이유가 의문시된다. 일부 처세술에서 얘기하는 것과 같이 개인을 위해 사회 전체 가치를 깎아 먹는 독버섯과 같은 악순환적 고리는 리더가 반드시 지양해야 될 사항이다. 처세술 책, 참으로 유감이다.
글 : 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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