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바람 피울까,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이런 생각 때문에 애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것 저것 간섭한다. 이런 간섭 때문에 애인은 다른 사람을 찾아서 정말로 떠난다. 결국 이 사람은 자신의 생각대로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걸 경험하게 된다.* 만약 운이 좋아서 헤어진 애인을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면 이 사람은 새로운 애인을 이전 애인과는 다르게 대할까?
사람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나누자면, 유전자(혹은 환경)와 후천적 노력이다.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물려 받는 것이고 자라나는 환경도 결국 어떤 부모를 만나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와 환경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후천적인 노력은,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후천적인 노력도 유전자와 자라난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둘과 후천적인 노력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
결정론을 떠나서 인간에게 뭔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지라는 게 있다라면, 우리는 후천적인 노력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결국 후천적인 노력 가운데, 그나마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생각이 행동으로 전환되는 걸 제어하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은 내 의지대로 안 될 때가 많다. 여기까지는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어떤 결론을 얻는다고 외부 세계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생각의 흐름이 행동으로 바뀔 때는 문제가 된다.
즉 애인이 나에게 하는 행동, 말투. 이런 것들을 통해서 애인의 바람을 예측하고 그것에 대해서 애인에게 토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애인에게 자신의 기우?를 말하지 않는 것이다. 생각의 거침 없는 흐름이 허파와 성대를 자극하여 일련의 공기 떨림을 만들고, 이 떨림이 상대의 귀를 통해서 뇌에 전달되는 순간, 당신의 생각이 상대의 머릿속에서 싹을 틔우고 당신의 바람이 결과를 맺는 것이다.
인생은, 생각한대로 된다고 한다. 물론 일정 부분 맞는 말이지만, 더 근본적으로 보자면 인생은 말한대로 되는 것이다.
* 성격의 탄생,에서 인용
** 사실이 아니라 당위라서 많이 꺼림직하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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