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다시 주목을 받는 3년 전의 네이버(NAVER) 글

어제 오늘 좀 어리둥절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블로그에 새로 글을 올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블로그 방문자 수가 늘기 시작하더니, 통계를 보니 3일이 채 지나지 않아 3만명 이상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렇게 갑자기 큰 조회수가 늘어난 이유는 ‘한국 인터넷에서 잘못 끼워진 첫 단추, 그 이름은 네이버‘라는, 만 3년 전에 썼던 글 때문이다.

naver

처음 이 글을 썼을 때는 주로 트위터를 통해 트래픽이 많이 유입되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의 유입 경로가 페이스북인 것을 보니, 한국에서 그 사이에 페이스북의 영향력이 정말 커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카카오톡을 통해 유입되는 경우도 꽤 있을 것 같은데 워드프레스에서 따로 집계를 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누군가 영향력 있는 사람 한 명이 글을 올린 때문인가 싶어서 댓글 올린 분들에게 따로 여쭤봤는데 글을 접하게 된 경로가 다들 다른 것으로 봐서 누구 한 사람의 영향력이라기보다는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가 되면서 일파만파 퍼진 것 같다.

이 글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시작한 이후 얼마 안되어 썼던 것인데, 당시에 하루만에 만 명 이상이 다녀가고, 일주일 누적 방문 수가 5만을 넘은데다 NHN 김상헌 대표가 미투데이를 통해 반응하기까지 해서 깜짝 놀랐었다. 그 이후로 네이버과 관련된 글을 몇 개 더 썼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싶어 네이버에 들어갔다가 엉뚱한 가십 기사에 낚여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가 계산한 것과, 블로거 ‘깜신’님이 ‘네이버의 폐쇄성’이라는 주제로 썼던 글을 리트윗했다가 큰 반응을 얻었던 경험, 그리고 작년 여름에 썼던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문제점‘이라는 글이었다. 구글은 어떤 알고리즘으로 검색 엔진을 만들었길래 훨씬 좋은 품질의 결과를 제공하는지 알리기 위해 구글의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을 설명한 글을 쓴 적도 있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네이버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고 싶었던 말은 ‘잘못 끼워진 첫 단추’글에 올라온 200여개의 댓글에 대해 답글을 달면서 대부분 다 한 상태인데다, 그 이후 계속 지켜봐도 변화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당시에 비해 네이버 첫 화면이 많이 간소화되고 깔끔해지기는 했다.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바뀐 것도 정말 의미 있는 변화이다. 적어도 네이버를 처음 방문했을 때 화면 정가운데 뜨는 “…충격!”, “… 무슨 일이?”, “… 깜짝”, “… 경악”, “…아찔” 과 같은 저급스러운 뉴스 기사 제목에 낚이는 일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유저 인터페이스도 좋아지고 깔끔해졌고, 트위터 실시간 검색 결과도 추가되었고, 폰트도 예뻐졌다.

하지만, 웹 문서 검색 수준은 여전히 현저히 떨어진다. 몇 가지 단어로 검색해보고 구글과 비교해보면 누구나 쉽게 차이를 볼 수 있다. 요즘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위협으로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시끌시끌한데, ‘김정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결과는 정말 어이가 없다. 직접 한 번 보시기를 권한다. 첫 검색 결과로 인물 검색이 나온 것은 좋다고 치자. 그 바로 아래는 뉴스와 트위터 검색 결과가 나온다. 여기까지도 괜찮다. 그러나 아래로 더 스크롤해보면 가관이다. 아래는 ‘이미지’ 섹션 검색 결과이다. 첫 번째 이미지는 김정은카톡이라고 되어 있는데, 클릭해보면 별로 의미도 없는 유머이다. 두 번째 이미지는 뭔지 모르겠는데 클릭해보니 김정은이 여군 가슴을 만지는 장면이라고 한다. 근데 사진을 보면 그냥 남자 군인의 얼굴을 여자로 조악하게 합성해놓은 것일 뿐이다. 그 다음 사진들도 다 의미가 없다.

네이버에서 ‘김정은’으로 검색 결과. 이미지 섹션.
네이버에서 ‘김정은’으로 검색 결과. 이미지 섹션.

그 아래 카페 검색와 블로그 검색 결과에도 수준 낮은 내용들만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그 중 하이라이트는 지난번에도 지적했듯이 “초등학생들의 놀이터로 알려져 있는” 지식인이다. “나이는 몇 살인가요?”, “김정은 사령관님과 결혼하고 싶어요”, “군대 가서 김정은 목을 따온다면 휴가 받을까요?”등의 유치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

‘김정은’ 검색 결과: 지식인 섹션
‘김정은’ 검색 결과: 지식인 섹션

그러나 내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웹 검색 결과이다. 웹 문서 검색 결과가 너무 아래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것만 해도 문제인데, 검색된 결과는 더 큰 문제다. ‘일베저장소’, ‘구리의 중국 여행 오지 여행’, ‘해금강유람선 포토갤러리’ 등이 검색된 문서의 출처이다. 과연 김정은에 대한 이야기는 일베 저장소같은 유머 사이트에밖에 없는 것인가? 김정은이 어디에서 어떻게 태어나서,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그의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권력 승계 과정에서 마찰은 없었는지, 그가 핵심적으로 기용하는 인재들은 누구인지 등에 대한 정보는 대한민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김정은’ 검색 결과: 웹 문서
‘김정은’ 검색 결과: 웹 문서

이번에는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을 해봤다. 품질의 차이가 확연하다. 오른쪽에 김정은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박스 안에 나오고, 검색 결과의 첫 번째로는 김정은의 위키백과 사전 결과가 나온다. 클릭해서 보면 김정은의 출생과 성장 과정, 가족 관계에서 권력 승계에 이르기까지 궁금해했던 내용이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배우 김정은의 위키백과 정보, 그리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이미지와 뉴스가 나온다. 김정은이 여군 가슴을 만진다든지 하는 우스운 내용은 두 번째, 세 번째 페이지에 가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한 결과
구글에서 ‘김정은’으로 검색한 결과

결국은 한국에 정보가 없는 게 아니라 네이버가 못 찾아주는 것이다. 위키백과와 같은 중요한 페이지는 찾아주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만 보여주니, 정보를 정성껏 가공해서 정리한 웹사이트들은 여전히 빛을 받지 못한 채 초라하게 자리잡고 있다.

바로 이 점이, 3년 전에 내가 글을 쓸 때 지적했던 핵심적인 문제인데, 3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나아진 게 없다. 이렇게 품질이 떨어지는데 한국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편, 갑자기 블로그 조회수가 늘면서 댓글도 많이 달렸다. 내가 글을 쓰며 배운 것보다 댓글을 통해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더 많이 배우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답변을 일일이 하는 편인데, 오늘 답변을 달다가 보다 널리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몇 가지를 여기에 옮겨 본다.

딱 한가지만 저의 의견을 덧붙여 본다면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핵심은 Openness와 건강한 경쟁입니다. 네이버가 국내에 대단히 의미있는 포털사이트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점적 정책과 대항할 수 없을 만큼 확고한 아성 속에서 국내 검색 또는 포털시장에서 다른 형태의 발전 가능성, 또는 disruptive innovation, 고객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검색가치를 향유할 가능성 자체가 근본적으로 막혀 있다는 점 말입니다. ^^ – 박준완

박준완님, 정말 좋은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좀 더 파고들어가보면 가능성이 막혀있다기보다는 시장의 크기가 작고 취향의 다양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댓글 남겨주시는 많은 분들은 문제점을 알고 있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할 의향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의 수가 전체의 5%라고 하면, 총 200만명입니다. 200만명을 대상으로 어떤 검색 엔진을 만들어서는 회사 운영이 어렵습니다. 구글 코리아도 투자한 것에 비해서는 한국 광고 시장에서 가져가는 액수가 너무 작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면, 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검색 엔진을 만들면, 미국 인구 3억명에 더해서, 기타 영어권 국가 10억명이 더 붙습니다. 13억명의 5%는 6천 5백만명이지요. 남한 시장 전체보다 큽니다. 게다가 영어권 국가 사람들의 구매력이 한국의 두 배 정도 된다고 하면 (단순히 GDP 차이를 넘어, 그들의 소비문화가 구매력 향상에 한 몫 합니다) 1억 3천만명짜리 시장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렇다보니 전체의 1%, 0.5%, 심지어 0.1%의 사람들만 쓸만한 서비스라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회사가 유지될 수 있고, 투자를 받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 구글처럼 성장해서 야후를 무너뜨릴 기회가 생기지요.

한편, 지리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보통 말하는 ‘한국 시장 크기’는 사실 ‘서울 경기권 시장 크기’에 가깝습니다. 인구는 2천만으로 전체의 반이 안되지만, 구매력으로 따지면 80%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서울 경기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서로 가깝기 때문에, 같은 광고를 보며, 같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에 더해서, 조중동 3사와 KBS/MBC/SBS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전체의 80%가 넘지요. 그렇다보니 임창정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임창정 파경’ 소식을 접하게 되고, 그 소식을 모르는 사람은 ‘뒤떨어진’ 사람이지요. 반면, 미국에 살아 보니 각 주마다 사람들이 정말 다릅니다. 관심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르고, 소비하는 문화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릅니다.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지요. 뉴욕은 금융과 패션 중심의 도시이므로 사람들이 소비하는 뉴스와 영화, 잡지, 그리고 서비스가 그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한편,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의 경우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서비스가 더 많이 소비됩니다. 그러다가 정치와 법률의 도시인 워싱턴 DC에 가면 또 다른 나라에 왔다고 느낄 겁니다.

단시간 내에 시장 크기를 늘리거나 시장의 특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가정한다면, 해결책은 다른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9년 경력 중 대부분 영어자료 검색을 주로 했지만, 국문자료 검색 시에도 네이버는 사용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네이버를 멀리한지 10년이 되어 가네요. 구글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국내뉴스 컨텐츠는 다음에서, 간혹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네이버 검색결과 목록만 넘겨봅니다. 실생활에서 네이버가 없다고 불편할 일이 없습니다. 네이버에 길들여지면 1) 정보간의 구조와 관계 파악, 2) 다각도로 사고/추론/결론 도출하는 능력을 기르기 어려워지고, 3) ‘검색결과 노출=돈’ 이라는 쉬운 구조때문에 단순 검색광고 모델을 매력적이라고 받아들여 창의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전 경력 초기에 영어 중심으로 정보를 검색해야 했던 업무환경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색 시 구글부터 쓰는 습관을 들이라’는 말은 ‘정보검색/사고/결론 도출의 조기교육’과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 임정현

임정현님, 얼마 전에 또 다른 사람도 저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하며 네이버라는 한 가지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한 탓에 ‘다각도로 사고하는 능력’이 제한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표하더군요.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은 네이버만이 아니기 때문에 네이버 때문에 창의력이 제한된다고 하면 지나친 논리 비약이겠지만, 그런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요.

한국어 위키피디어가 발전이 더딘 것도 네이버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위키피디어라는 집단지성을 발휘할 기회를 네이버가 막고 있지요. 사람들은 네이버 지식인에서 그때그때에 필요한 단편적인 정보를 얻고 그에 만족할 수 있지만, 정작 위키피디아와 같은 거대한 지식의 城은 쌓을 기회는 얻을 수가 없지요. – 권무혁

한국어 위키피디아를 생각할 때마다 참 아쉽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 지식을 제공하는 소스로 위키피디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마어마하게 크거든요. 네이버가 위키피디아를 일부러 배척했다기보다는, 카페나 지식인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져있고, 네이버도 그 취향에 맞추어 카페와 지식인의 정보를 우선적으로 보여주다보니 위키피디아까지 트래픽이 갈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찬가지로 구글이 일부러 위키피디아를 상위에 노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검색 엔진’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하다보니 위키피디아와 같은 웹사이트가 자연스럽게 트래픽을 얻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지금처럼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는데 200% 공감하는 글 입니다. 한때는 네이버로도 검색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2000년 이후 10여년이 지나니 결국 검색 가능한 것은 연애/정치 잡담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검색 엔진 외 저는 버지니아 택 총기사건 이나 북한 뉴스등을 볼 때 첫 사건 부터 항상 두 나라의 1,2,3위 미디어를 동시에 경청하는데, 네이버등 인터넷에 뜨는 기사는 아주 가관 입니다. 한국에선 speculation = the truth 인듯 합니다. 제가 여러 fact들을 중심으로 비교해본 결과,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아쉬운 점 들은, 그 이유가 단순히 인구가 부족해서 시장 형태가 needs base 로 형성될 기회가 적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 Sean

Sean님, 말씀하신 부분은 사실 네이버의 문제라기보다 영세한 한국 언론사들의 문제에 더 가깝고, 궁극적으로는 그런 가십성 기사를 소비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소비자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물론, 기업이 앞장서서 단기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가치에 초점을 두고, 고통스럽더라도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면 가장 좋겠지요. 그런데 만약 네이버가 그런 정책을 택했다가는 기업 가치가 50%로 깎이면서 다음/네이트가 확 치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주주들이 가만 놔두지 않겠지요.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3/04/03/naver-sequ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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