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관련한 좋은 TED 강연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자렛 크로소작(Jarrett Krosoczka)의 강의로 예술가로 성장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부모로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한 강의었다.
그는 자신의 천직을 “상상력”이라고 표현하고, “상상력”이 자신의 인을 구했다고 표현한다. 현재는 예술가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현재 가장 필요로 하는 창조인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유년시절은 우리의 일상적인 통념으로는 매우 불운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어머니는 마약중독으로 언제나 감금되어 있고, 아버지가 없었지만 그에게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있었다. 그 분들은 5명의 자식이 있음에도 그를 입양해서 길러주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6살 무렵부터 얼음과 과일이 곁들여진 칵테일을 주문해서 마실 수 있도록 허락을 하고, 사랑을 나누어 주면서 자신의 창의적인 노력을 언제나 지지하는 그런 분이었다는 점이다.
그의 인생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있었다. 아동문학 작가인 잭 간토스(Jack Gantos)가 그의 학교를 방문해서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작가의 대표작의 주인공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는데, 작가가 교실에 와서 아이들이 그린 그림들을 보면서 돌아다니다가 크로소작의 책상 앞에 멈춰서서 책상을 두드리며 “고양이 잘 그리네” 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이 사건이 그에게 작가라는 직업과 그림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폈고, 그해 그는 “가장 잘 날 수 있다고 생각한 올빼미 (The Owl Who Thought He Was The Best Flyer)”라는 책을 썼다. 그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르메스와 경주를 하는 올빼미에 대한 것으로, 올빼미가 반칙을 해서 헤르메스는 화가 났고, 올빼미를 달로 바꿔 버렸다. 그래서 올빼미는 남은 여생을 가족과 친구들이 저녁에 노는 것을 보면 살아가야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표지도 만들었고, 결국 그 직업을 평생동안 가지게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가지 귀기울일 만한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단어와 그림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내버려 두어라”는 것이 어쩌면 창의력을 기르는데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사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상상을 종이와 같은 여백에 펼치는 행위이다. 남에게 평가를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것을 그냥 끄적이고, 그것을 자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창작의 능력이 생긴다. 최근 서울에서 성황리에 자신의 전시회를 열었던 상상력이 풍부한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팀 버튼의 경우에도 눈에 띄는 냅킨이나 연습장 등에 끊임없이 스케치를 하고,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떤 것이 되기 위해 정규교육을 받아서 무엇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았고, 이를 꾸준히 하였다. 여기에는 어떠한 규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렛 크로소작의 경우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몇 장의 종이를 꺼내 스테플러로 찍어서 연습장을 만들고, 빈 페이지에 상상하고 싶은 단어와 그림으로 채웠다고 한다. 어떤 멋진 그림이나 문장, 이야기를 바로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채운 그림에서 자신들의 캐릭터들이 탄생하였고, 이들과 다시 친구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그린 달걀, 토마토, 호박 등의 캐릭터와 친구가 되었는데, 이들은 모두 냉장고라는 도시에 살고 있었고, 이 친구들을 갈아버리고, 잘라버릴 악마와 같은 믹서기나 빵 친구 등을 납치해서 구워버릴 나쁜 토스터기, 그리고 버터 친구들을 녹여버릴 전자렌지가 있는 유령같은 집에서 모험을 하는 이야기가 탄생하였다.
그의 재능은 가능성을 알아본 외할아버지에 의해 더욱 빛이 나게 된다. 그의 할아버지가 하루는 밤중에 침대 머리 맡에서 “자렛, 네가 원한다면 지역 예술박물관의 예술수업에 보내주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런 공부와 활동을 좋아했던 그는 당연히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많게는 세 번씩 참석을 한 박물관 예술수업을 통해 비슷한 열정을 가지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다른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수업시간에도 예술수업이 그에게는 가장 큰 위안이 되었는데, 특히 학교 선생님들의 캐릭터를 잡아서 그린 재미있는 그림이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루는 한 선생님의 우스꽝스러운 캐릭터를 그린 그림때문에 친구가 폭소를 터뜨리자, 해당 당사자 선생님이 이를 발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찬찬히 쳐다본 선생님은 더 이상 야단을 치지 않고 재능이 있다면서 학교 신문사에서 새로운 만화가를 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 계기가 되어 학교신문사에서 3년 반 동안 만화가로 일하는 기회를 얻었다.
그에게 중요한 교훈을 알려준 미술박물관의 선생님의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만화를 계속 그리면서, 조금 더 정교하고 세밀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엑스맨이나 스파이더맨과 같은 인물들의 근육 등의 팁을 알려주고 만화를 잘 그리는 법에 대한 책을 얻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그에게 선생님은 “네가 배운 것은 모두 잊어버려라. 너는 좋은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너의 기술을 잘 활용해야지. 남에게서 배운데로 그리지 말아라 너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방법을 지켜내라. 너는 충분히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는 중요한 가르침을 남겼다.
그는 이런 재능을 바탕으로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작가로서의 길을 가기 위해 여러 가지 책과 수백 장의 엽서 등을 만들어서 여러 출판사들의 편집장들과 디자이너 등에게 보냈지만 매번 거절을 당했다.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자선운동 캠프에 참여해서 캠프의 아이들에게 자신의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그 책을 좋아하고 읽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외할아버지는 대학에 졸업한 손자가 직업을 구했는지 묻는 전화를 자주 했는데, 그에 대한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할아버지, 저는 아동 도서를 출판하고 있어요.” 외할아버지가 “그런데, 그 책을 누가 구입하냐?” 라고 물으면 “아직은 아무도 안 사네요. 하지만 언젠가 팔릴 겁니다.” 라고 답을 했다. 이렇게 꾸준히 노력을 하면서 만든 책과 엽서 등을 계속해서 여러 출판사 등에 보냈는데, 그의 이런 끈질긴 노력은 결국 보상을 받게 된다. 세계적인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에서 그가 작업한 것들을 꼼꼼히 검토해서 결국 책을 계약한 것이다. 그의 첫 작품은 2001년 6월 12일에 출간된 “잘자, 몽키보이 (Good Night, Monkey Boy)”였는데, 자신이 참여했던 자원봉사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한 아이에게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작품이었다. 이 책은 매진이 되고, 그는 단숨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많은 아동용 동화책과 그림 소설로 세계적인 작가에 반열에 오른 그의 이야기에서 최고의 예술가가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필요했는지 잘 알 수가 있다.
그의 어린 시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무엇인가 그 일에 매진하도록 만든 계기를 롤 모델이 되는 사람의 한 마디가 만들어 내었고, 그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도록 관찰하고 연결해준 외할아버지와 고등학교 선생님, 그의 독창적인 창작능력을 알아보고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 미술박물관의 선생님, 그리고 많은 노력과 작품을 보냈음에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을 한탄하지 않고 꾸준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경험을 더해서 도전을 한 끈기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모두 하나로 합쳐져서 멋진 예술가가 나온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지금, 답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이제는 교육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롤모델로 생각하여 나의 이야기를 실천하는 젊은 친구들을 간혹 만난다. 그냥 이야기만 듣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 실행하는 친구들에게는 뭔가 다른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물을 주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가치가 정말 빛이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는 있어야 하며, 사회에서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정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자신이 사랑하고, 잘 하는 것을 발견한 뒤에 사회와 소통하면서 꾸준히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심성과 태도이다.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고, 열심히 그 일에 매진을 해도 실제로 목표로 하는 것에 도전하는 실행력이 없거나, 생각하는 만큼 성과가 없다고 중도에 너무 쉽게 포기해서는 성취를 하기 힘들다. 어렸을 때 길러줘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들이다. 그리고, 언제나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부모와 교육이 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정진해 나가는 그런 태도와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언제나 주변사회와 소통하고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가려는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글 : 하이컨셉
출처 : http://health20.kr/3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