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에 접어들어서 컨설팅을 다시 배우고 있는 나에게, 불현듯 10대 중반에 만났던 어떤 한의사 선생님이 떠올랐다.
나에게는 묘기증이라는 알러지성 피부질환이 있다. 이 증상은 피부에 글이나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고 해서 문화증 혹은 더모그래피즘 불린다. 피부위에 손가락이나 다른 무엇으로 자극을 주면 그 부위가 몇십초에서 길게는 몇 분간 부어 올랐다가 가라앉는 증사이다. 살아가는데 큰 불편은없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얼굴이라도 살짝 긁으면 그 주변이 부풀어 올라서, 가끔 주변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원래는 없다가 고등학교 때 즈음에 갑자기 나타났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겪었던 결핵의 후유증이 아닌가 추측만 할 뿐이다. 고등학교 때 묘기증이 처음 나타났을 때 피부과를 한 두군데 가봤는데 모두 치료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봐야 한다고 하거나, 혹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에 한번 데인 적이 있어서, 조금 복용하다가 그만 두었다.
그러다가 한의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한의원에서는 딱 한마디로 이야기했다.
‘성격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10대 후반의 나이의 나에게 이 말은 황당할 뿐이었다. 즉, 나의 피부에 나타나는 알레르기 증상은 나의 성격이 나의 체질을 변화시켜서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는 말이었다. 당시에는 그냥 황당하고 무능력한 한의사라가 생각했던 정도였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고 나서 그 한의사의 말에 대해서 많이 곱씹어 보게 된다.
당시에 그 의사의 진단(?)이 황당했던 가장 큰 이유는 환자에게 치유에 대한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했기 때문인것 같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이냐? 라고 물어볼 수 밖에 없었는데, ‘성격이니까 그냥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10대 청소년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답변이었다. 게다가 10대 사춘기 소년에게 너의 성격 때문에 너는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그 한의사가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분명 다른 좋은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설명을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분석이 앞서야 한다. 때로는 그 분석이 매우 날카롭고, 독창적이며, 분명 ‘맞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입 밖에 낼 때에는 듣고 있는 상대방에 대해서 고려해 봐야 한다. 그 말을 할 때 상대방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상대방은 어떤 다른 행동을 할 것인가? 내가 지금 내 뱉고 있는 말에 따라서 상대방의 문제해결에는 도대체 도움이 되는 것인가? 이런 점을 생각해야 진정 문제를 해결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30대 중반에 접어들어서 컨설팅을 다시 배우고 있는 나에게, 불현듯 10대 중반에 만났던 어떤 한의사 선생님이 떠오른다.
글 : MBA Blogger출처 : http://mbablogger.net/?p=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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