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게임 회사 수퍼셀(Supercell)의 준비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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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5억원을 버는 직원 100명의 핀란드 게임회사 Supercell

수퍼셀(Supercell)이라는 핀란드 게임 회사가 지난 4월 18일에 인덱스 벤처 등으로부터 $130MM (약 1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밸류에이션이 무려 $770MM (8000억원)에 달하는데, 투자 결정을 내린 인덱스 벤처의 닐 라이머(Neil Rimer)는 수퍼셀이 곧 수조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놀라운 건 이 회사가 출시한 게임이 딱 두 개 뿐이라는 것이다. 종족의 충돌(Clash of Clans)헤이 데이(Hay Day). 전체 직원이 10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지난 쿼터에만 매출 $179MM (1900억원)을 냈으며, 애플에 30%를 떼어주고 난 후의 순이익이 $100MM (10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숫자를 유지한 채로 연 매출 6000억원을 달성한다고 가정하면 직원 일인당 연 60억원을 버는 셈이다. 이 정도로 일인당 매출이 높은 회사가 전 세계에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한 애널리스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1인당 매출이 가장 높은 인터넷 회사는 페이스북으로 평균 연 10억원 정도 된다고 하니, 페이스북의 무려 6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편, 현재 매출은 하루에 $2.4MM(26억원)이라고 한다. 즉, 직원 일인당 하루 2600만원의 매출이다. 얼마 전에 포브스 지에는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는 게임 회사’라는 제목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내가 중독될 만큼 즐겼던 게임이다. 사실 나에게 이런 경우는 이례적이다. 지난번 ‘게임 중독에 빠졌던 내 어린 시절‘에서 썼듯, 게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서 게임을 어떻게 만드는지 훤히 알게 되고 나니 게임이 만든 세계에 빠질 수가 없게 됐고, 어떤 게임이든 좀 해보고 나면 시시해져 곧 흥미를 잃곤 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다양한 게임을 받아서 해봤는데 대부분 너무 단순하거나 이전에 해봤던 게임과 너무 비슷해서 더 이상 게임을 즐길 수는 없겠거니 했다. 하지만 Clash of Clans와 Hay Day를 하면서는 게임에 중독된 게 아닌가 걱정을 할 만큼 시간을 많이 썼다.

Clash of Clans와 Hay Day 모두 자원을 채취하고, 자원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더 큰 일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두 게임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Clash of Clans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무기와 병사를 만들고 고블린 나라를 침략하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만든 제국을 침략한다. 스타크래프트랑 약간 비슷한 형식인데, 이 게임이 중독성이 강한 이유는 내가 게임을 하지 않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일이 일어난다는 점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클랜(Clan)이라는 요소가 있어, 클랜에 가입하면 클랜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자기도 다른 멤버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 우승하는 클랜에게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기다린다. 클랜들끼리 서로 친해져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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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sh of Clans

Hay Day에서는 자원을 이용해서 곡식을 만들고, 곡식을 이용해서 닭, 소, 돼지, 양 등을 키우고, 여기에서 나오는 유제품을 가공해서 빵, 버터, 피자 등 3차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팔아서 돈을 번다. 발전할수록 재배할 수 있는 곡식의 종류와 키울 수 있는 동물의 종류가 증가한다. 나중에는 낚시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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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 Day. 돼지들이 너무 귀엽다.

지금까지 말한 요소는 징가(Zynga)의 게임들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되지만, 그 게임들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이유는,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서이다. 캐릭터 디자인이 좋고, 건물 디자인도 매우 정교하다. 아이패드에서 최대한 확대하면 그 정교한 그래픽과 움직임,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는데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 게임에 한참 빠져 있을 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걸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조사를 해본 적이 있다. 그랬다가 아주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창업자인 일카 파나넨(Ilkka Paananen)의 이야기였다. 그는 2000년에 핀란드에서 수미아(Sumea)라는 모바일 게임 회사를 만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기억이 난다. 마침 게임빌도 2000년에 창업한 회사였고, 2002년에 모바일 게임 전시회에 갔을 때 Sumea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게임을 구경하며 정교함에 감탄했었다. ‘유럽 사람들은 우리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일까?’했는데 지금 알고 보니 당시 CEO였던 일카의 꼼꼼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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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아(Sumea)가 2003년에 출시한 게임, 산타의 러시 아워 (Santa’s Rush H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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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셀(Supercell)의 창업자
일카 파나넨 (IlkkaPaananen)

이 회사를 2004년에 EA출신 중역인 트립 호킨스(Trip Hawkins)가 만든 디지털 초콜렛(Digital Chocolate)이라는 미국 회사에 $18MM(약 200억원)에 매각한 후에 거기서 한동안 일했다. 거기서 President 자리까지 올라갔으나 게임보다는 사업에 치중하는 회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회사를 나와 2011년에 수퍼셀을 창업했다. 그런 그가 회사를 새로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팀이였다. 팀 멤버들 모두 업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었고, 5명의 창업자는 지금까지 165개의 게임을 12개의 다른 플랫폼에 출시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런 인상적인 창업 멤버 덕분이었는지 첫 제품을 내놓기도 전에 앵그리버드를 만든 로비오에 투자한 경력이 있던 엑셀 파트너스(Accel Partners)로부터 $12MM(13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훌륭한 회사의 조사를 하다 보면 이런 사례가 참 많다. 창업자가 회사를 만들고, 회사에 매각한 후, 좋은 경험을 쌓고 탄탄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회사를 만든다. 이런 면에서 나는 기업 인수가 경제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믿는다.) 이런 배경이 있으니, 게임의 품질이 놀랍도록 뛰어난 것이 우연이 아니다.

이 회사의 성공 방정식은 포브스 지의 기사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다. 여기에 한 단락만 인용한다.

Most game studios have an autocratic executive producer green-lighting the work of designers and programmers. Supercell’s developers work in autonomous groups of five to seven people. Each cell comes up with its own game ideas. They run their ideas by Paananen (he can’t remember ever nixing a proposal), then develop those into a game. If the team likes it, the rest of the employees get to play. If they like it, the game gets tested in Canada‘s iTunes App store. If it’s a hit there it will be deemed ready for global release. This staged approach has killed off four games so far, with each dead project a cause for celebration. Employees crack open champagne to toast their failure. “We really want to celebrate maybe not the failure itself but the learning that comes out of the failure,” says Paananen.

대부분의 게임 스튜디오들은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이 만들면 프로듀서가 승인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수퍼셀의 개발자들은 5명에서 7명의 셀(cell,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셀들이 자신의 게임 아이디어를 내고 게임을 만든다. 게임이 재미있으면 팀 전체가 게임을 같이 해본다. 팀 전체가 좋아하면, 캐나다의 앱 스토에 올려본다. 여기서 성공하면 전 세계 앱스토에 올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네 개의 게임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없앴는데, 그럴 때면 직원들은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뜨린다. “실패 자쳬를 축하한다기 보다는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을 축하하는 것이지요”라고 일카 파나넨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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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셀(Supercell)의 직원들 (출처: http://www.supercell.net)

그래서 회사의 이름이 수퍼셀이다. ‘수퍼’ 파워를 지닌 각각의 세포들이 모여 만들어진 회사라는 뜻이다. 지금의 철학을 잃지 않는다면 몇년 내에 수조원짜리 회사가 되는 것은 결코 달성하기 어려운 꿈으로 보이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사례도 그렇고, 코스트코의 사례도 그렇고, 이렇게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사람들은 해당 업계에서 어느 정도 경력을 쌓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 특히 창업자에게 엑싯(exit)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김창원씨도 블로그에서 간략히 언급한 적이 있다. 한국의 다양한 기관에서 ‘제 2의 마크 저커버그’를 만든다고 청년 창업을 비롯하여 대학생 창업에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고, 중기청에서는 ‘아이돌 창업 스타 발굴‘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돈을 지원하고 있는데, 취지와 의도는 좋지만 사실 좀 우려스려운 면이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사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사례이다. 한국에서 정부가 지원 정책을 쏟아붇는다고 한국에서 멀쩡한 명문대생이 학교를 중퇴하고 제 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확률은 낮다. 특히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명문대 진학만을 꿈꾸며 영어 수학 과학 지리 역사 공부하느라 사회 생활을 접해볼 기회가 없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실, 그 동안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에 방문하는 창업가들을 만날 기회가 참 많았는데, 대학생/대학원생, 또는 인더스트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만든 제품들을 보면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1) 너무 사소한(trivial) 문제를 해결하고 있거나, 2) 아이디어는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었거나, 또는 3) 기술의 난이도가 너무 낮아서 사업적 가치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가끔 ‘진짜 문제’를 ‘좋은 팀’과 ‘확실한 기술’로 해결하려는 회사를 보면 눈이 반짝인다. 오픈서베이(OpenSurvey)를 만든 아이디인큐(ID Incu)는 그런 회사 중 하나였고, 그래서 쉽게 투자를 결정했다. 그런 진지한 회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업데이트 (4/24): 이 글을 쓰고 나서 나서 바이킹 워즈라는 카카오 게임에 대해 알게 됐는데 캐릭터 느낌, 로고, 게임 방식, 그래픽, UI까지 클래쉬 오브 클랜을 너무 그대로 베꼈네요. 수퍼셀이 이 게임을 보면 뭐라 생각할까요. 이런 표절 게임을 카카오에서 선정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바이킹 워즈 제작사 이름은 스케인 글로브. 이슬기 대표를 비롯해 넥슨 출신의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라고 하는데 어떻게 남의 게임을 적나라하게 베끼는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3/04/23/super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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