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기업가적인 사고방식 수업을 들을 때 과제로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란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와튼 스쿨의 두 창업가가 자신들이 사업을 하게된 계기와 사업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가감없이 쓴 책이었는데, 나 또한 사업 하게 되면 이런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만 했던 일을 창업을 한지 2년 반만에 실천에 옮기고자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경영학 개론 수업에서 시작해서, 실리콘벨리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 스틱톡을 거쳐 모글루가 탄생하고 겪은 이야기들로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성공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내가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창업에 대해서 경험하고 창업자들의 고뇌에 대해서 경험했던 것 처럼, 이 시리즈를 통해서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준비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첫 이야기는 내가 사업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경영학 개론 수업에 관한 이야기로 2부에 나눠서 연재될 예정이다.
이제 아이템은 확정 되었다. 제품명은 고민 끝에 영화표가 5,000원이라는 사실과 예전 인기 TV프로그램인 “만원의 행복”을 패러디해서 “5,000원의 행복”이라고 짓기로 했다. 그 다음에 고민한 문제는 제품을 어떻게 알릴까 였지만, 기숙사 학교 특성상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든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내 온라인 게시판과 자보라고 불리는 게시물을 각종 오프라인 게시판에 붙이면 대부분의 학생들한테 제품을 알릴 수 있었다.
문제는 주문을 받는 방식이었다. 전화나 문자로 주문을 받을 수도 있지만, 수업 중에 문자나 전화가 오면 누락될 수도 있고 관리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 좀 더 많은 구매가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온라인 게시판을 만드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팀원 중에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팀원은 없었고, 결국 우리는 프로그래밍을 잘 하는 친구한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간단한 개발이라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산은 고작 3만원. 그래서 뭔가 돈 보다 다른 것으로 보상을 줄 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영화표를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고비로 8천원 받을래?” 와 “영화표 2장 줄께” 어떤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가?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비록 우리한테 드는 비용은 똑같지만. 그렇게 우리는 온라인 게시판을 만드는 친구한테 추후에 영화표 2장을 주기로 하고 온라인 게시판을 만들었다. 아웃소싱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지만 운 좋게도 저렴하게 아웃소싱으로 주문에 대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게다가 지불 시기까지 늦췄으니 1석 2조였다.
그 다음에 문제는 처음 100장의 영화표를 어떻게 사오는 것인가 였다. 당장 현금이 없다보니, 영화표를 사올 돈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첫날, 영화표 없이 선 주문을 받기로 했다. 판매 기간이 1주일 정도 밖에 안되고, 영화표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교내에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다행히도 상당히 많은 선주문이 들어왔고 우리는 무려 300장을 처음에 사올정도의 매출을 확보하였다. 공식적으로 영화표는 매일 같은 시간에 학교 매점에서 배포하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친구들이 비공식적으로 구입을 실시간으로 요청해와서 그 때 그 때 현금을 받고 영화표를 판매했었는데, 4명이 이렇게 각각 영화표를 판매하다보니, 결국 최종적으로 누락되는 금액이 좀 나왔었다.
누락되는 금액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매출은 계속 상승했고, 둘째날 판매한 매출로 또 200장 정도를 구입해서 판매하는 방식을 반복하자, 5일 동안 총 900장 정도를 판매했다. 무려 매출 90만원을 올린 것이다. 그 때, 매출순위 2등인 팀은 그때까지 약 35만원정도 판매(그 팀은 학교에서 먹기 힘든 크리스피크림을 구입해와서 재 판매했고, 나도 조모임할 때 종종시켜먹었다.)를 하고 있었다.
우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영화표를 팔아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들때 쯤 마침 영화관에서 이제 그만 팔아도 되지 않겠냐고 연락이왔다. 영화관에서도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영화표가 팔릴지 예상을 못했던 것이고, 5일 동안 900장이나 팔리니까, 실제로 이익이 날지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우리도 더 이상 매출을 내는건 크게 의미가 없을 듯 해서, 다른팀들보다 조금 빨리 사업을 정리하게 되었다.
5일간 90만원이라니! 뿌듯한 마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그 때 불만에 가득찬 고객의 문의를 받게 된다.
“5,000원의 행복 팀이시죠?”
“네 그런데요, 무슨일이시죠?”
“영화표 포인트 적립이 된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는 포인트 적립이 안되던데, 이건 사기아닌가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확인해보고 바로 조취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헉 등골이 서늘한 전화였다. 분명히 우리가 파는 영화표는 포인트 적립이 되는 것이라고 알고있었고, 그래서 고객문의에 포인트 적립이 된다고 공지를 해 놨었다. 사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유저는 그 사실에 상당히 기분이 상했었던 것 같다. 자초지정을 알아보니 우리가 파는 영화표는 두 종류가 있었는데, 당연히 우리는 그 두 종류가 색깔만 다르고 똑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판매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게 한 종류는 포인트 적립이 되고 하나는 포인트 적립이 안되는 표였던 것이다. 아뿔사.. 우리가 좀 더 정확히 확인을 했어야했는데, 나머지 하나가 되니 당연히 다른 하나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순간 많은 생각이 밀려왔다. 이 고객은 이미 영화도 봤고, 우리팀은 이미 사업도 접었는데 어떻게 보상한단 말인가? 매출의 일부로 환불을 해줄 수 도 있었는데, 문뜩 우리가 영화표를 비용으로 아웃소싱을 통해서 온라인 게시판을 만든 일화가 생각나서, 이번에도 환불대신 공짜티켓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 고객한테 공짜티켓을 드리겠다고 했더니, 고객이 언제 화가 났었냐는 듯이, 너무도 상냥하게 바로 처리해줘서 고맙고 친절한 고객서비스에 감동했다고 했다. 처음으로 성난 고객을 마주했던 것인데, 운 좋게도 성난 고객을 다시 행복한 고객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경영학 개론은 끝이 났고, 모든 팀들이 번 돈으로 우리는 와인파티를 하면서 서로 자축했다. 그리고 우리팀은 “베스트 비지니스 상”에 뽑혀서 뮤지컬 티켓을 손에 얻었다. 지난 1달 동안의 과정이 꿈처럼 지나갔다. 비록 실수도 많았지만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경영학 개론이 끝나고 나니, 몇가지 아쉬운 점이 보였다.
첫째, 영화관이랑 처음부터 수량을 정해서 계약을 했으면, 좀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최대 1,000장까지 판매한다고했으면 100만원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둘째, 만약 우리가 수량과 기간을 처음부터 한정해서 팔았다면 5일이 아니라 훨씬 단 기간에 판매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 소셜커머스 모델을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난 실행에 옮기지 않았으므로 티켓몬스터 같은 회사를 만들 수는 없었다. 결국 아이디어보다는 실행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셋째, 매출관리를 좀더 시스템적으로 했다면, 누락되는 매출은 나오지 않지 않았을까?(예를들어 전용 계좌 및 카드를 만들어 놓고, 현금으로 매출을 받으면 바로 그 계좌로 돈을 넣고, 택시비와 같은 모든 비용은 카드로만 결제하는 것) 결과적으로 사업이 끝나고 5만원 정도(무려 영화표 50장)에 해당되는 매출액을 찾을 수 없었고, 우리의 실제 매출은 80만원대로 보고 되었다.
넷째, 교내 대상으로만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실시하고 근처 인근에서는 마케팅에 실패했는데, 마케팅 리소스를 교내에 좀더 집중하거나, 아니면 아예 특정 외부지역을 공략했다면 더 성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실제로 충남대에 아주 간단히 홍보글을 올리고 판매를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참패했다. 같은 제품이지만 학교에서는 이미 입소문 마케팅이 충분히 되어있었고, 학생들에게 친숙한 영화관이었어서 더욱 더 쉽게 판매가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 하나 둘씩 아쉬운 점을 생각해보니 꽤 여러가지가 있었다. 물론, 이 사실들에 대해서 안타깝긴 했지만, 하지만 나에게 “다음”이란 없었다. 경영학 개론은 이미 끝났으니까. 그러면서 한편으로 내 마음 속에는 만약 내가 다시 사업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글 : 김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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