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벤처 스타, 그들은 어디 있을까?

양준철 대표에게 듣는 고등학생 창업 스토리

벤처스퀘어에서 온오프믹스 탐방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잘 나가는 벤처기업을 소개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양준철 대표님은 회사 이야기를 넘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그 얘기를 그냥 버리기엔 너무나 귀중한 정보들이라 다시 묶었습니다.

2000년 대 초반, 정확히 말하면 2001년 8월 23일 IMF의 지원자금을 전액 상환한 직후인 2002년을 전후해 대한민국에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창업 붐이 인다. 국가적인 지원은 물론 따로 홍보비가 필요없을 정도로 언론에서도 연일 창업 벤처 소식을 메인으로 다뤘다. 이러한 흐름은 10대의 중고등학생에게도 예외 없었다. 점포가 아닌 인터넷 회선과 아이템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기성세대에 비해 인터넷과 IT에 익숙한 10대의 창업은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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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여전히 벤처기업이긴 하지만 온오프믹스에서 탄탄하게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는 양준철 대표. 고등학교 때 이미 스타 CEO로 고등학생 창업 붐을 견인했던 양준철 대표가 사업에 뜻을 둔 건 중학교 때였다.

“내 꿈은 30대에 세계적인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그러자면 적어도 20대엔 국내적(?)인 회사를 차려야 맞겠다고 생각했다. (웃음)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안 망해보고서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한 번 망하면 재기하는 데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리 계산해 봐도 방법은 10대 때 창업하는 것밖에 없었다.”

망할 생각을 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말이 재밌다. 젊은 창업자들의 장점일까? 그들은 자신의 청춘을 담보삼아 과감히 경험과 실패를 맞바꿀 배짱이 있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하시는 사업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너무 착하게만 운영하신 게 원인이었다. 그러면서 가세가 많이 기울었는데,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 꿈을 포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EBS에서 실리콘밸리 창업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그걸 보니 스티브 잡스도 어렸을 때 너무나 불우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기서 희망을 갖게 되고 과감히 사업 한 번 해 보자고 다짐했다.”

양준철 대표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다짜고짜 특목고에 전화를 걸어 “고등학교 때 창업하려고 하는데 학교에서 지원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다들 귓등으로도 안 듣고 비웃기만 했는데, 평택의 한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교장 선생님이 ‘뭐 해주면 되냐’고 물으시기에 ‘일단 학교에 사무실 하나 내 주고, PC와 인터넷을 지원해달라. 그리고 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나중에 요청했을 때 들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흔쾌히 입학허가가 났다. 그렇게 첫 번째 사업을 시작했다. 운 좋게 붐이 일어나고 언론에 소개되면서 많은 후원자도 나타났다. 그 중에 고양시에서 사무실을 내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 시험때만 학교에 가고 수업 받은 것으로 인정을 받게 됐다. 그 이후 채용된 모든 직원들은 그 학교로 전학을 시켜서 학적을 두고 외부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형태를 갖춰나갔다.”

파격에 가까운 지원이다. 그렇다면 양준철 대표의 모교는 그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아직도 계속 진행하고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였다. 지금 고등학생들은 창업하려는 꿈을 꾸지 않는단다. 고등학생이 창업을 포기하게 된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우문(愚問)에 양준철 대표는 현답(賢答)을 내놨다.

“내가 고등학교 때도 벤처스퀘어 같은 언론사들이 있었다. 그런 곳에서는 고등학생 벤처를 수면위로 올려 ‘붕’ 띄운다. 그런데 그러고나면 관심을 끈다. 인터뷰가 끝난 이후, 최근 근황은 어떤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고, 케어하면서 자체 PR이 어려운 작은 기업들의 PR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단발성 기사거리로 끝내버리는 것이다. 결국 옆에서 쭉 지켜본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회사가 현재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고등학교 때 창업해서 이슈가 됐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20대 중반을 넘어섰는데, 그 때 그들이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려진 사람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이들도 어디에선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그 얘기가 안 되다 보니 문제인 것이다. 결국 현재 고등학생들은 선배들의 창업 성공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냥 ‘반짝’하고 떴다가 그대로 망해버렸다고 생각하고, 자신들은 창업할 엄두조차 내지 않는 게 아닐까.”

당시 창업만 장려했을 뿐, 지속적인 지원이나 케어가 없었기 때문에 실제로 수많은 고등학생 벤처들이 사라진 건 사실이다. 특히 남학생의 경우, 병역문제로 인해 회사를 접은 경우도 다반사였다. 허울뿐인 지원이었다.

“당시 고등학생 벤처로 방송에 이슈화되고 나왔던 사람 중에 아직까지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나와 위자드웍스의 표철민 대표, 베타스튜디오의 강지호 대표, 그리고 메가브레인의 이강일 대표 정도라고 알고 있다.”

양준철 대표는 벤처스퀘어가 나아갈 바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IT업계 스타트업은 많다고 해도 100~200개 정도다. 적어도 이 100~200개 스타트업에 대해서만큼은 벤처스퀘어에서 지속적으로 케어해 줬으면 한다. 벤처기업에게는 계속 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 분야를 계속적으로 다뤄줄 미디어가 필요한데, 기존에는 조중동 같은 메이저 미디어에서 반짝 관심을 가지고 한 게 전부였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창업장려하는 붐이 일면서 많은 학생들을 벤처 창업의 길로 이끌었다. 그러면서 사업에 전념해야 할 친구들을 방송에만 쫓아다니게 만들어놨다. 그러고 나서는 다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마치 버려진다는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 그때 당시는 인터뷰를 해도 이렇게 내 말을 들어주는 식이 아니었다. 어떤 콘셉트를 정하고 와서는 “이 콘셉트로 찍자”하고 요구한다. 그럼 그게 아닌데도 그렇게 찍게 되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이 창업에 겁을 먹는 것도 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때 그 잘나가던 선배들 중에 지금도 잘 나가는 사람이 누가 있냐는 생각이 드니까 다들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벤처스퀘어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수많은 벤처를 발굴해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지속적인 PR과 케어,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갖춰야한다는 사명감이 불끈 솟는다.

2000년 대 초반, 벤처 창업 붐을 이끌었던 당돌한 스타 고등학생들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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