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스스로의 영어가 부족함을 탓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만 자란 토종 ‘된장’인지라 종종 나의 영어실력이 부족함을 한탄해본 적이 있다. 특히 책을 읽을 때는 그런 어려움을 덜 느끼는데, 막상 사람들 앞에서 스피킹을 해야 할 때면 더 긴장이 많이 된다. 아마도 책은 그냥 내가 혼자 차분히 읽으면 되는 보다 내적인 활동인 것이고, 스피킹은 나의 의사를 표현하거나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보다 외적인 활동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MBA를 가서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영어를 잘 못하는게 아니라, 한국말도 잘 못한다는 점이었다. 특히 말하기 능력은 국어/영어를 떠나서 모두 그 능력이 현저하게 읽기/쓰기에 비해서 뒤떨어짐을 깨달은 것이다.
미국의 친구들은 일단 남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는 교육을 엄청 어렸을 때부터 받는다. 그들의 문화는 남들 앞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것이 중요한 문화이다. 그에 반해서 우리들 문화는 남들 앞에서 말을 잘 하는 것 보다는 혼자 생각을 하는 것, 책을 읽는 것 등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다.
나만해도 초중고를 거치는 동안에 남들 앞에서 스피치를 해 보는 교육 기회를 많이 갖지 못했다. 웅변처럼 폼잡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남들에게 나의 주장을 말하고, 의사를 전달하고, 프리젠테이션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일례로 미국의 뉴스와 한국의 뉴스에서 행인의 인터뷰를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낀다. 미국의 일반인들이 비교적 ‘인터뷰’라는 형식에도 자연스럽게 대하는 것에 반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겸연쩍다.
더 확연한 차이는 운동선수들의 인터뷰이다.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은 주술구조도 맞지 않는 횡설수설을 늘어놓는 선수들이 꽤 있지만, 미국의 NBA나 MLB의 선수들은 인터뷰에도 조리있게 잘 대답한다. 기본적으로 인터뷰, 스피치, 말하기 교육의 양의 차이에서 이러한 현상들이 기인하는 것 같다.
결국 ‘영어’라는 언어를 사용하는 영미 문화의 특징은 ‘스피치’, ‘프리젠테이션’, ‘자기 의견 조리있게 말하기’, ‘주술구조를 명확하게 표현하여, 짧고 간결하게 말하기’ 등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화인데, 우리는 그런 형식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교육을 잘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영어로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두가지 측면에서 도전(challenge)이나 장벽(barrier) 인데, 첫번째는 스피치 혹은 프리젠테이션이라는 초중고 시절 교육받지 못했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잘 해내야 하는 것고, 두번째,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장벽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꽤나 우울할 것 같지만, 실은 그 반대이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점이 뭔지 잘 알고, 한계를 인정하면 의외로 쿨하게 그러한 단점을 받아들이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가끔 나는 미국 친구들 앞에서 나 자신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영어가 서투르니까 너희들이 이해해라.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내 한국어도 그렇게 훌륭한 편은 아니니까… 너희들이 놓치는 것은 그닥 많지 않다” (My English is not so great. But don’t worry, my Korean is not that good either. You guys are not missing much.)
이 농담을 하면 미국 친구들도 많이 웃는다.
하지만 조금 친해지고 나면 나는 그 이유를 좀 진자하게 설명해준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의 문화가 얼마나 speaking 에 취약한지 말이다…..
즉, 말하기 연습도 꾸준히 해야한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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