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기업가적인 사고방식 수업을 들을 때 과제로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란 책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와튼 스쿨의 두 창업가가 자신들이 사업을 하게된 계기와 사업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가감없이 쓴 책이었는데, 나 또한 사업을 하게 되면 이런 내용의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만 했던 일을 창업을 한지 2년 반만에 실천에 옮기고자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시리즈는 경영학 개론 수업에서 시작해서, 실리콘벨리 벤처캐피탈에서 인턴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 스틱톡을 거쳐 모글루가 탄생하고 겪은 이야기들로 이뤄질 예정이다. 아직 성공의 문턱에도 가지 못했지만, 내가 “마우스 드라이버 크로니클”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창업에 대해서 경험하고 창업자들의 고뇌에 대해서 경험했던 것 처럼, 이 시리즈를 통해서 예비창업자들이 창업을 준비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경영학개론이 끝나고 나니 3학년이 끝나고 어느덧 겨울방학이 되었다. 다른학교들과는 달리 겨울방학이 1달밖에 안 되었던터라, 겨울방학은 재충전을 하면서 4학년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기로 했다. 옵션은 아래와 같이 몇 가지가 있었다.
1) 봄학기 때 수업을 적게 듣고, 가을학기도 적게 들으면서 적당하게 마무리한 후 졸업
2) 봄학기 때 수업을 좀 많이 듣고, 세계여행을 다닌 후에 졸업
3) 봄학기 때 수업을 좀 많이 듣고, 가을학기에 해외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에 졸업
여러가지 고민을 하던 중에 벌써 학기가 시작이 다가왔고, 가을학기에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봄학기 때 수업을 많이 듣고 가을학기에는 학교를 떠나있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학기가 시작되었고, 가을학기에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던 중에 기업가정신 사고방식의 교수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교수님 가을학기에 세계여행을 다닐지 교환학생을 갈지 고민이 되는데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 세계를 경험하겠다는 건 좋은 자세지만, 막연하게 세계여행을 하기보다는 한 곳에 적을 두고 경험을 하는게 더 많이 배울 수 있을꺼에요”
이 면담으로 간단히, 교환학생을 가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교환학생 갈 후보 학교는 호주에 있는 학교였는데 이유는 영어공부도 할 수 있고, 사촌누나도 호주에 있어서 여러가지로 편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평소에 덤벙거리던 나는 큰 실수를 깨닫고 만다. 알고 보니, 대학원 면접 날짜가 교환학생 학기 시작 이후였던 것이다. 즉, 호주로 교환학생을 가면 한국에 다시 들어왔다가 가야하는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좌절한 나는 다시 가을학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는 동안 은연중에 내 마음 속에는 창업에 대한 욕구가 계속 커졌다. 그러던 중,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많은 경험을 했지만, 유독 회사 경험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가을학기에 회사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나중에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하고 싶었다.
여러 종류의 회사를 생각해보았지만 대기업은 왠지 가기 싫었고, 컨설팅은 이미 동아리를 통해서 간접경험을 했어서 싫었고, 벤처기업은 내가 어짜피 창업을 할 것인데 굳이 벤처기업에 가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우연히 지난학기에 들었던 벤처캐피탈 과목이 생각났고,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면 나중에 창업을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슨 용기였는지, 이왕 벤처캐피탈에서 일할 것이라면 본고장인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에서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IT쪽 인맥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해외인턴을 알아보고, 만나는 사람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에 가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맥이 없으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한번 기업가정신 사고방식의 교수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다.
“교수님 교환학생보다는, 제가 나중에 창업을 할 때 도움이 되도록 벤처캐피탈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그래요? 마침 제가 아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우리 학교에서 인턴을 받아보고 싶다고 했는데, 관심있어요? 무급이긴 할텐데.”
그 순간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로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교수님은 그래도 비용도 꽤 많이 들어갈텐데 다시한번 잘 생각해보고 연락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사실 이미 내 마음은 정해져있었다. 비록, 반년정도 무급인턴을 하면, 숙소, 자동차, 식비 등 약 1,500~2,000만원정도의 비용이 들테지만, 미래를 위해 충분히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장학금을 모아 놓은 돈이 조금 있었고,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나머지 비용을 지원해주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교수님한테 말씀을 드렸고, 교수님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K Telecom Ventures에서 근무하고있는 Patrick을 이메일로 소개해주셨다. 이메일로 우선 Patrick한테 인사를 하고, Patrick이 전화통화를 한번 하고 싶다고 해서 내 번호를 알려줬는데, 구체적으로 언제 전화를 할지는 안 정했던 것 같다.
만약을 대비해서 꾸준히 영어공부를 해오긴 했지만, 영어로 전화해본적은 없어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오전에 자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Patrick과 Patrick의 보스인 Rob과 함께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반 정도만 알아 듣고 나머지 반은 Pardon? 을 연발했다. 전화가 끝나고 망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교수님의 추천으로 인해서 인턴으로 일하는 게 확정되었다.
일하는 게 확정되는 이메일을 받았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실 실리콘밸리가 어떤 곳인지, IT 업계가 어떤 곳인지 전혀 알지 못했지만 감정이 벅차 올랐다. 대학원 면접이 8월말이 었긴 했지만 교환학생 때와는 달리 되도록 빨리 일을 시작하고 싶었고, 결국 비자 프로세스를 마친 7월 중순에 미국에 가는 것이 확정 되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누구나 인생에는 행운이 찾아오지만, 준비된 자만이 그 행운을 잡을 수 있다고. 돌이켜 보면 인턴쉽은 결국 아래와 같은 요인들 때문에 하게 되었는데, 운도 정말 좋았다.
1) 원하는 인턴쉽을 찾기 위해서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요청을 했고, 그 중에서 교수님의 인맥을 통해서 인턴쉽을 찾게 됨
2) 무급으로라도 경험을 위해서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
3) 실제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자본 및 부모님의 지원
4) 만약을 대비했던 꾸준한 영어공부
만약 위의 4가지 중 한가지라도 없었다면 실리콘밸리에서 인턴을 하는 행운은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이 인턴쉽이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글 : 김태우
출처 : http://goo.gl/ogK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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