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 구글 I/O 2013 (2) 구글 글라스
키워드 : ambient
초등학교때였을까. 자동차에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카폰을 보고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그 때 자동차는 대체로 검고 큰 차였고 카폰도 무전기 수준이었다. 사실 충격이라기 보다는 경외심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카폰은 권위주의 시대 ‘사장님’ 또는 ‘권력자’의 전유물이었다.어린 초등학생뿐만 아니었다. 한 집에 한대 전화기를 놓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아 등장한 카폰을 어른들도 경이롭게 지켜봤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동하면서 통화할 수 있는 ‘카폰‘의 매력에 빠졌고 언젠가는 자신의 손에 들어올 것을 ‘꿈’꿨을 것이다. 이 것이 ‘모토롤라(Motorola)’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했다. 모토롤라는 자동차(모토)+셀룰라(롤라)의 약자였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 하는 것,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지게 돼 있고 대중화된다. 시간 문제다. 휴대폰이 대중화될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느낌을 구글이 선보인 ‘구글 글라스(Google Glass)’에서 받고 있다면 어떨까. 말도 안된다고?
하지만 ‘카폰’을 만들고 휴대폰을 창조한 모토롤라를 인수해버린 구글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구글은 현재 원형(프토로타입) 수준인 ‘구글 글라스’가 휴대폰의 원형인 카폰의 위치에 오를 것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카폰이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오늘날 ‘모바일폰’의 원형이었다면 구글 글라스는 앞으로 나올 수많은 ‘웨어러블 컴퓨터’의 원형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가 휴대폰 수준으로 보급될때까지 창조자는 물론 마중물 역할까지 기꺼이 하고 있다. 훗날 역사가들은 구글 글라스를 ‘컴퓨팅이 가능한 안경’이 아니라 ‘입는 컴퓨팅(Wearable Computing)’의 원형이었다고 평가할 것이다.
2013년 구글 연례개발자컨퍼런스(I/O)의 주인공은 안드로이드도 구글TV도 구글맵도 아니었다. 바로 ‘구글 글라스’였다. 구글글라스를 착용한 수백명의 개발자들이 행사장인 모스콘 센터를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2층에 위치한 구글글라스 쇼룸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개발자들이 몰려 인터뷰를 했다. 구글글라스를 착용한 개발자(GoogleGlass haves)들은 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GG Havenots)에게 “나도 한번 써보면 안될까요?”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어야 했다.
하지만 구글은 올해 I/O에서 구글글라스 관련 어떤 발표도 하지 않았다. I/O가 개막하기 전에는 ‘구글글라스 2.O’ 버전이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공개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지만 그야말로 ‘소문’에 불과했다. 다만 구글글라스 관련 개발자 세션을 진행했는데 이 세션에 사람이 많이 몰려서 다 들어가지도 못했다.
구글글라스는 이미 존재만으로 개발자들의 이목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앱 개발이 러시를 이루는 등 생태계 선순환 구조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글라스에 대한 열기만 놓고 보면 지난 2007년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내놨을때와 비슷할 정도다.
하지만 구글글라스를 실제 써보면 어떨까?
구글글라스 첫 느낌
이번 I/O에서 구글글라스를 ‘빌려’ 써봤다. 애초 구글글라스는 착용 계약을 할때 타인에게 양도나 대여가 불가능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번 I/O에서는 테스트 제품이 대거 나와서 착용해볼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제품을 5~10분정도 빌려 써본 것으로는 구글 글라스의 장단점을 알 수 없을 듯했다. 도로에 나가서 구글 맵과 연동하거나 핸즈프리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거나 뉴스 속보를 받아보거나 하는 등 실제 앱이 구동되는 것을 실생활에서 느껴봐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략 5분 정도 착용해보니 어떤 것인지 느낌은 알 수 있었다.
구글 글라스를 실제 착용해보면 이 제품이 아이폰을 처음 만졌을 때와 같은 놀라움과 확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오른쪽 눈앞에 조그만 화면이 떠 있는 것은 신기했다. 의식을 하지 않고 길을 걷거나 집안 일을 하다가 구글 글라스 애플리케이션(구글은 이를 글라스웨어 Glassware라고 부른다)을 보면 조그만 영상이 보인다.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눈을 좀 치켜 떠야 했다. I/O에서 처음 글라스를 착용한 사람들은 눈을 모두 치켜서 보고 있었다. 구글글라스를 착용하고 정상적으로 걸을 수 없었는데 금방 익숙해지는 스마트폰과 달리 구글글라스는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오케이 글라스. 집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OK Glass, find the way home)”이라고 말했는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왜냐면 개인 정보가 설정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구글 계정에 저장 돼 있는 ‘집(Home)’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집이 설정 돼 있었다면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타클라라까지 가는 길을 알려줬을 것이다.
“오케이 글라스. 사진 찍어줘(OK Glass, take a picture)”라고 말했다. 역시 작동이 잘 되지 않았다. 억양을 못알아 듣는 듯했다. 하지만 원래 주인이 “사진 찍어줘”라고 하니 잘 찍혔다.
500만 화소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만 캡쳐된 사진의 품질이 좋아보이진 않았다. 500만화소라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진 선명도가 좋지 않았고 마치 과거 카메라폰 사진을 보는 듯했다. 핸즈프리로 사진이 찍힌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CNN와 패스(Path)의 구글 글라스 앱 개발자가 있어서 찾아가 물었다. CNN은 구글 글라스에서 뉴스 속보를 볼 수 있도록 앱을 만들었다. 뉴스 속보가 나오면 안경에서 잠깐 보여주는 식이다.
샌디 카운드 CNN 앱 개발자는 “지금은 안경에서 속보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만 앞으로는 사용자들이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CNN의 아이리포트(iReport)에 올릴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패스 앱은 사용자들이 구글 글라스에서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패스는 음식 사진이나 애완동물 들의 사진이 공유되는 모습을 시연해서 보여줬다.
이 앱들을 시연해보니 왜 구글글라스가 ‘초기 시험 제품’인지 알 수 있었다.
현존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앱을 구글 글라스에 맞춰 적용해본 것일 뿐이다. 화면은 투박했고 사용자 환경은 세련되지 못했다. “한번 해보고 있다”는 것에 불과했다.
구글 글라스를 쓰고 있더라도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거나(전화가 오면 핸즈프리로 전화를 받을 수 있다) 시계를 쳐다보고 있는(구글 글라스에 자동으로 시간이 뜬다) 이용자도 적지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구글 글라스가 많은 기능을 한다고 하더라도 ‘습관’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됐다.
처음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올만하다. 개발자들은 열광하고 있지만 첨단 디바이스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대다수 일반 대중들은 “관심없다”고 할만한 제품일 일수 있다.
구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개발자용으로 1년째 ‘개발’ 중인 셈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구글 글라스에 맞춘 새로운 앱과 소프트웨어, 이용 환경이 나오면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두번째는 스탠포드에서 듣는 수업(Digital Media Entrepreneurship)에서 착용해봤다. 초청 강사가 구글 글라스를 들고와서 많은 학생들이 착용해 봤는데 그는 뉴욕타임즈 앱과 동영상 촬영 및 업로드 등을 실험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즈 속보 기사가 한줄로 나왔고 ‘일어줘(Read Aloud)’ 기능을 오른손으로 휘저으니 기사가 오른쪽 안경 받침쪽에서 들렸다. 이는 문자를 음성 언어로 말해주는 Text to Voice 기능인데 생각보다는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찍어줘(Take a picture)’를 다시 말하니 사진이 잘 찍혔다.
구글 I/O에서 첫번째 써본 것과 수업시간에 두번째 써본 느낌이 달랐다. 아마 한달쯤 써보면 완전히 익숙해져서 편하게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한번 ‘카폰’을 떠올리게 된다. 카폰이 지금의 스마트폰이 되기 까지 40년의 시간이 걸렸다. 구글글라스의 40년후 미래는 어떻게 변해있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SF영화에서 보던 익숙한 장면들이 재연될 것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생활의 변화를 가져오는 구글 글라스
“구글 글라스를 쓴 이후에 생활에 가장 달라진 부분이 무엇인가요?”
구글I/O 2013에서 구글 글라스를 쓴 개발자에게 물었다. 그 개발자는 주저없이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내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기능이 동기화된다. 전화오면 대화하면 되고 사진 촬영도 구글 글라스로 할 수 있다. 동기화하지 않으면 아에 작동이 안된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글 글라스를 한달이상 착용해보고 경험해본 사람들은 이 제품(서비스)이 ‘제품’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분명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구글 글라스를 쓴 개발자들은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면서 구글 안경의 마우스를 만졌고 말로 안경에게 검색을 하면서 동작을 하고 있었다. 또 다른 개발자는 “정말 큰 변화다. 처음엔 그냥 기기라고 생각했는데 써보니 달랐다. 안경을 착용하기 전과 후는 분명 다르다”라고 까지 했다.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서도 “아이폰으로 사진을 촬영하거나 기록을 할때도 언제든지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 구글 안경도 착용한 모습이 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도드라져 보인다. 구글 안경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프라이버시 침해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구글 안경을 한달 이상 착용해본 사람들이 느끼는 변화는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인식을 넘어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만한 기기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2013년 4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양대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즈와 클라이너 퍼킨스 그리고 구글벤처스가 함께 ‘글라스콜렉티브‘라는 조합을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안드레센 호로위즈와 클라이너 퍼킨스가 연대했다는 것 자체로 큰 뉴스가 됐다.
특히 안드레센 호로위즈의 대표 벤처 캐피털리스트 마크 엔드레센과 클라이너 퍼킨스의 존 도어가 글라스 콜렉티브에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것은 이 프로젝트가 사실상 ‘성공’을 담보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크 엔드레센은 넷스케이프를 창업하고 매각한 이후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실리콘밸리 가치 사슬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물이며 존 도어는 ‘구글’ 그 하나 만으로 얘기가 끝나는 사람이다.
존 도어는 스탠포드 석박사 과정 학생이었던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검색 비전을 알아보고 과감히 투자, 오늘의 구글을 만들어 낸 인물이며 구글을 성공시키기 위해 에릭 슈미트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하도록 다리를 놔줬다. 포브스가 2013년 5월 선정한 100대 벤처 캐피털리스트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마크 엔드레센과 존 도어는 필(Feel)받으면 어떻게 하든 성공하게끔 만들어 놓는 사람들이다. 기대만큼 주목을 받지 않는다고 하면 언론에 직접 나설 것이고 생태계가 부족하다고 판단이 들면 돈을 투자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두 사람이 ‘구글’과 함께 ‘구글 글라스’의 성공을 위해 연대했다는 것은 “개발자들이여 구글 글라스 프로젝트에 뛰어들어라”고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존 도어는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는가하는 물음에 “우리는 모두 플랫폼의 힘을 잘 알고 있다. 훌륭한 제품과 함께 기업가들의 상상과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것을 해체하는 API가 가진 힘을 알고 있다. 우리는 웹(the Web)에서 이 것을 보았고 앱스토어에서도 보았다”고 말하자 마크 엔드레센은 “당신은 구글 글라스 그 선상에 올려 놓았다. 이 것이 미래다”고 화답했다.
몸, 뉴 모바일
그동안 적지않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나왔다. 아이디어 수준의 제품도 있고 ‘스마트폰 시계’ 등의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품들과 구글 글라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특히 ‘스마트 와치’를 수년전부터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본적도 있다.
하지만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대중들은 앱을 시계에 내려받아서 기존 아날로그 또는 디지털 시계를 대체할 만한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비싸기까지 했다. 이렇게 기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독립적인 제품으로는 소비자의 필요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구글 글라스는 반응이 다르다. 왜 인가?
구글 글라스도 독립적인 제품으로서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상한 제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결합됐을때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스마트폰과 결합됐을 때 의미있게 작동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스마트폰으로 오는 전화나 텍스트 메시지를 구글 글라스의 안경에서 볼 수 있으며 음성 언어로 구글 글라스에 명령하는 것들은 스마트폰에서 작동을 하면서 위력을 발휘한다.
더구나 단순 스마트폰이 아니라 ‘구글 생태계’와 결합이 됐기 때문에 비로소 웨어러블 컴퓨터로서의 의미가 생겼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은 ‘서버’가 되는 것이며 구글 글라스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되는 것이다.
이 처럼 구글 글라스를 시작으로 시계, 팔찌(나이키 퓨얼밴드 및 FitBit, Jawbone UP 등) 등의 디바이스가 보편화되면 스마트폰은 점차 ‘홈서버’가 되고 모바일 디바이스는 ‘몸’으로 확장하게 된다.
즉 몸이 곧 모바일 디바이스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바일’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지칭하는 용어였지만 앞으로는 구글글라스 및 시계 등 웨어러블 컴퓨팅 디바이스로 확장될 것이다.구글 글라스는 몸이 모바일 디바이스가 될 수 있음을 ‘가시적’이자 ‘시장에 의한 혁신’이 가능한 첫 모델이다.
구글 글라스의 가장 큰 의미는 컴퓨터와 인간이 대화하는 방식을 ‘손’에서 ‘말’로 완전히 바꾸는 첫 디바이스(기기)라는 점이다. 구글 글라스의 영향으로 2013년은 ‘음성 명령의 해‘라는 분석도 나왔을 정도다.
구글 글라스의 입출력(I/O : Input/Output) 신호는 ‘말(Voice)’이다. 말로 구글글라스에 명령을 하면 말로 대답을 한다.
구글 글라스에게 “오케이 글라스. 고맙다는 말을 일본어로 어떻게 하지?”라고 물으면 “아리가토”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애플 아이폰이 혁명적 도구로 인식됐던 이유 중의 하나는 인간과 컴퓨터의 입출력 신호를 ‘마우스’에서 ‘손가락(터치)’로 바꿔놨다는데 있다. 이에 앞서 스티브 잡스가 1984년 발표한 ‘매킨토시’가 혁명적 컴퓨터로 인식됐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인간이 컴퓨터에 하는 명령을 ‘코드(Code)’에서 ‘아이콘’으로 바꿔놨다는데 있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있는 아이콘을 누르면 실행한다는 아이디어는 인간이 컴퓨터를 접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
여기에 개발자들이 애플의 맥킨토시에 열광했던 이유는 ‘마우스’를 대중화시킨 첫 기기였기 때문이었다. 마우스를 움직여서 아이콘을 누르면 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자판을 움직여 클릭하는 것에 비할 수 없게 편했다. 구글 글라스는 아예 손을 때고 ‘말’로 명령하고 컴퓨터는 말로 명령어를 수행해 인간에게 보여준다.
구글 글라스는 인간과 컴퓨터가 ‘말’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말’이 주 명령어이고 ‘손’은 보조 도구다. 더구나 구글은 음성인식 기술을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지난 세기 인간과 컴퓨터의 대화 방식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선도하고 바꿔놓았다면 이제는 구글이다. 구글 글라스는 그 첫 제품이 될 것이다.
구글이 구글글라스를 세상에 선보이는 방법
구글은 서두르지 않았다. 구글 글라스는 기존 산업을 근본적으로 흔들만한 ‘디스럽터’이며 게임의 법칙을 바꿀만한 ‘게임체인저’의 위치에 오를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만약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제품’으로 인식했다면 서둘러 내놓고 판매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구글 글라스를 소프트웨어의 일부 인식했다. 소프트웨어는 베타 버전을 내놓고 개발자들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발전시킨다. 해당 시점에서 완벽한 제품을 내놓고 대중들에게 고도의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하는 하드웨어와는 다르다. 소프트웨어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는 얼마나 많은 개발자들이 달려드느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고수들이 수정을 해주느냐에 딸렸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라는 하드웨어를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내놓고 있다. 성공과 실패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구글은 알고 있다.
그래서 구글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구글 글라스를 세상에 내놓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관심깊게 지켜봐야할 것은 ‘구글글라스’ 자체뿐만 아니라 구글이 어떻게 ‘구글 글라스’란 난데없는 제품을 세상에 내놓고 이를 사람들에게 적응시키도록 하는가 하는 ‘방법’이다.
커뮤니케이션 전공자들은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어떻게 세상과 커뮤니케이션 하는가에 대해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구글은 구글 글라스와 같이 세상에 없던 제품을 내놓고 사람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구글글라스의 카메라가 500만 화소고 CPU는 몇 메가이며 배터리는 몇시간을 갈 수 있는지 등의 스팩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언제든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기술’과 ‘스팩’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좋다고, 화소가 뛰어나다고 사람들은 디지털 안경을 1500불에 달하는 비싼 가격에 사서 쓰지 않는다.
구글글라스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2년 6월 샌프란스시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I/O 행사였다. 기조연설 마지막 순간 구글 글라스를 쓴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나와 샌프란시시코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버와 행아웃을 하는 장면은 개발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스티브 잡스의 ‘하나 더(One more thing)’이후 디바이스 역사상 가장 드라마같은 등장이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후 1년간 구글은 하나둘씩 구글글라스를 세상에 내놓을 준비를 했다. 기술이 아닌 ‘패션’의 일부분이라고 판단,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하기도 했으며 구글 글라스 체험단을 모집하고 약 8000명의 체험단에게 1500달러에 공급할 예정이다.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선보이고 기자들에게 체험기를 쓰게 하며 I/O에서 사용담이 올라오면서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구글 글라스’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기대’를 하게 됐다.
구글 글라스 대중화에 따른 역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규제하려는 시도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구글 CEO 래리 페이지는 I/O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재미있고 중요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다. 왜냐면 수많은 규제와 법들이 이런 실험들을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자들이 안전하게 실험하고 세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일반 세상에 적용할 수 있는 안전항 장소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 글라스에 대해 규제를 언급하는 여론에 대한 반응이지만 구글이 규제 없이 사업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중이 이미 ‘구글 글라스’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한번도 본적 없고 써본적도 없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디바이스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디바이스가 시장에서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으며 여전히 ‘실험중’인 기기일 뿐이다.
하지만 구글이 구글 글라스를 세상에 내놓은 방식은 아직까지 분명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손재권
출처 : http://bit.ly/13aZ5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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