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수학교육 솔루션을 제공하는 노리(KnowRe)의 김서준 부대표를 만났다.
KnowRe는 2011년 말까지는 원래 한국형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장조사를 해보니 한국은 사교육의 범위가 너무 크고 무엇보다 공부는 학원에서 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인식이 강해서 무리라고 판단하였다. 아이들 스스로 집에서 태블릿으로 수학을 공부하는 모습이 향후 몇 년 간은 도저히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의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할 시장이 미국이었다
그러던 중에 미국에서 적합한 니즈를 발견하였다. 미국의 경우 65% 정도의 학생들이 컴퓨터로 수학과 과학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은 학원이나 과외가 없다 보니 학교의 학습 진도에서 낙오되는 학생들이 의지할 수 있는 게 온라인 교육 솔루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낙오되는 학생들은 학교를 그만둬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학습 포기를 막기 위해 온라인 솔루션을 활용하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살만 칸(Salman Khan): 영상을 통한 교육 혁신>
살만 칸(Salman Khan)이 만든 ‘칸아카데미(Khan Academy)’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것도 바로 이러한 니즈 때문이었다.
‘미국에 있는 기존 솔루션보다 월등히 좋은 솔루션을 제공하여 혁신을 이뤄낸다면 충분히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겠다’
칸아카데미가 문제은행 방식의 영상을 통한 교육 혁신을 이뤄냈다면, KnowRe는 맞춤형 교육 기능과 소셜 게임 요소를 통해 혁신의 차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셈이었다. 기존 솔루션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자 KnowRe는 작년 1월, 미국 진출을 결정하였다. 그리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David Joo와 Gloria Lee를 영입한다.
전미 수학교사협회 컨퍼런스(NCTM) 참가를 통해서 보다 또렷해진 글로벌 진출
미국 진출을 결정할 당시만 하더라도, 주변에서 조언을 주시던 스타트업 관계자 분들 뿐 아니라 KnowRe 팀 스스로도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규모 컨퍼런스 참가를 통해 그 걱정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한다. 작년 4월에 열렸던 전미 수학교사협회 컨퍼런스(NCTM; 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Mathematics)에서 KnowRe의 솔루션이 ‘뜨거운 감자’였던 것. 수학 교육 관계자만 6~7만명이 모이고 수학교육업체 400여 곳이 참가하는 이 행사에 KnowRe는 데모버전만 나온 상태였음에도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는 관계자들로 홍보 부스가 북적였다고 한다.
미국 진출을 위한 시장조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였나?
크게 3가지 채널을 활용하였다.
1. 인터넷 검색 : 언론과 교육자들의 블로그를 유심히 읽었다.
2. 설문조사 : ‘서베이몽키’ 서비스를 활용하여 직접 미국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온라인 교육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3. 현지 분들과의 인터뷰와 네트워킹 : 이 부분은 미국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David Joo 공동대표와 Gloria Lee 마케팅 디렉터가 큰 역할을 해주었다.
미국 진출 전략은 무엇이었으며 가장 중점을 둔 서비스의 가치는?
‘학교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초석을 놓는 작업이 바로 전미 수학교사협회 컨퍼런스(NCTM) 참가였다. 작년에는 데모버전이라 서비스 컨셉 정도만 설명했는데 올해 4월에는 1년 기간의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한 학교 단위 신청을 받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마케팅을 진행하여 현재까지 40개 학교가 서비스 신청을 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컨퍼런스 참가가 큰 도움이 되었다. 만약 컨퍼런스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발품을 팔아가면서 미국 학교를 한 곳씩 찾아다녔어야 했다.
KnowRe가 가장 중점을 둔 가치는 ‘모르는 게 있을 때 맞춤형 분석을 통해 자가학습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온라인 서비스라고 할지라도 문제은행 같은 형식이라면 결국 누군가가 옆에 앉아 설명해주어야 할 것이다. KnowRe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을 탑재하여 문제와 답만 있는 플랫폼이 아니라 수학의 콘텐츠를 학생들의 반응도에 따라 추천하고 도움을 준다.
지난 2월에 미국에서 베타서비스를 런칭하였고 올해 8월 미국에서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동시에 본격적인 런칭을 할 계획이다.
미국 진출에 있어 장애물이 있었다면?
3가지 장애물이 있었다.
1. 언어 문제 : 한국에서 성장한 KnowRe의 공동창업자들은 전문적인 비즈니스 회화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창업자 중에서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거나, 아니면 미국인을 영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 문화적 차이 : KnowRe의 공동창업자들은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미국 문화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부족한 점이 있었다.
3. 현지 네트워크 : 미국 현지 교육기관이나 학교, 투자자 등과의 네트워크가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러한 장애물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을 영입하고, 서울 오피스에서도 외국인들을 채용하여 서비스 개발 과정에 참여시킴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다. 또한 현재 SparkLabs로부터 네트워크와 관련된 도움을 받고 있다.
KnowRe는 작년 3월 엔젤투자자로부터 4억, 작년 12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5억을 각각 투자받았다. 투자 파트너로부터 받은 도움은 무엇인가?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를 알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 SparkLabs 이한주 대표
엔젤투자자로부터는 David Joo(현 공동대표)를 소개받은 게 가장 큰 도움이 아닐까 싶다. 엔젤투자자 분들은 다들 네트워크가 강력하신 분들이라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기관 소개를 시켜주셨다. 결국 비즈니스라는 건 좋은 상품이 있어도 그걸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투자 파트너로부터 우리가 받은 도움은 크게 3가지이다.
1. 금전적인 도움
2. 필요한 사람/회사를 소개받는 것 (네트워크)
3. 결정적인 순간마다의 조언 : 고민이 되는 순간 순간마다 마음 편히 상담을 할 수 있는 파트너가 있다는 점이 든든하였다. 비즈니스 경험이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고민해주시니까.
향후 계획 및 목표
미국 진출 도약기에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든 솔루션을 미국에 도입시키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와 인증 모두 이번 대회(NYC Schools Gap App Challenge)를 통해 얻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서비스 되면서 받는 피드백을 얼마나 신속히 반영해나가면서 교육 현장에서 녹아들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한편 한국도 2015년부터 디지털교과서 이야기가 나오면서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무르익고 있다. KnowRe는 올해 겨울방학 기간을 목표로 한국 버전의 개발을 시작한 상태이다.
KnowRe의 비전
KnowRe는 진짜 디지털 교육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수학 교육계의 구글이 되자’는 것이다. 단순히 교육 콘텐츠를 디지털로 옮기는 게 아닌 학습 엔진을 통해 컴퓨터가 수학 문제를 이해하여 진정한 맞춤형 교육을 가능케 할 것이다. 수학 공부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개인 과외를 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수학 공부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꿈이다.
끝으로 하고픈 말
수학 교육 분야를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신념을 갖고서 5년 이상 고민을 계속 해온 셈이다. KnowRe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에 3년이 걸렸는데 최근에서야 2개의 커리큘럼 제작을 완성하였다. 교육 콘텐츠이기 때문에 복잡한 이해관계와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혁신적인 이상을 갖고 있어도 이를 현실화 시키는 데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게 답답하고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5년동안 수학 교육에 대해서만 고민한 팀으로서 그 과정에서 우리만의 교육 철학과 믿음이 생겼다. 어떤 식으로 바꿔나가야겠다는 신념도 확고해진 것 같다. 이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하고 시작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확실한 신념을 갖고 있어야 운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사업 아이템 이면에 있는 신념, 그 고민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