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을 통해 베트남 최대 게임 회사로 성장한 ‘VTC온라인’의 이용득 이사. 혈혈단신으로 베트남에 가서 1,00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기업을 일궈낸 그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그는 대학에서 베트남어학과를 전공하고 프로그래밍을 독학했다고 한다. 2000년 초에 베트남에 가서 PC방 사업을 하기도 했지만 2003년에 사업을 접고 한국에 들어왔다. 그런데 2005년, 베트남에 첫 게임 회사가 설립되는 걸 보고서 자극을 받아 다시 베트남으로 향했다.
그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게 맞다”며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베트남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는 걸 먼저 구축해주고 신뢰를 쌓았다”며 “2005년 말에 디지털 온라인 콘텐츠에 관심이 많던 베트남 국영방송국(VTC) 회장 덕분에 투자를 받고서 2006년 초에 국영방송국의 자회사인 ‘VTC인테콤(현 VTC온라인)’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1년에 매출이 300%씩 증가할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 매출이 5분 단위로 업데이트 되는 것을 F5 키보드 키를 눌러 확인하는데, 밥 생각도 안 나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무형의 한국산 게임을 수입하여 베트남 온라인 게임 시장을 활짝 연 셈이었다. 베트남 정부에서는 투자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언급할 만큼 VTC온라인의 성공을 반겼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베트남 온라인게임 시장이 어떤 잠재력을 가진 시장인지 궁금했다.
■ 베트남 IT 수준은 어떠한가? 시장 규모는?
베트남 정부가 기관 인프라를 잘 구축하였다. 태국, 인도네시아보다 인프라 면에서 훨씬 좋다. 인터넷 속도도 주변 국가에 비해 빠르다. 시장은 2,000억 규모를 갖고 있다. 작은 시장이 아니다. 유치원생부터 초·중·고등학생을 합친 인구 수만 2천만명이다. 워낙 젊은 사람들이 많은데다가 경제 성장율도 한국보다 높은 6% 대를 기록하고 있다.
■ VTC온라인 사업영역은?
게임 자체 개발, 플랫폼 개발, 온라인교육 운영 등 종합 IT 회사로 성장하였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도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구글이 99%를 차지하고 있는 서치 엔진 분야는 진출 계획이 없다.
■ 베트남의 온라인 환경은 어떠한가?
9천만명의 국민이라면 전세계 랭킹 12위의 인구 수이다. 그러면 로컬 언어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 왜냐하면 알파벳을 그대로 활용하여 쓰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어로 쓰여진 콘텐츠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도메인도 ‘.com’ 아니면 ‘co.uk’를 사용하더라. 로컬 서비스가 고전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사용하는 건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이다.
■ 영어에 대한 부담이 없는 인력이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들 영어 원서 책으로 공부하더라. 자격증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를 잘 소화한다. 인건비가 비싸지 않으면서 생산해내는 품질도 ‘not bad’이니까 주로 일본에서 베트남 인력 아웃소싱을 많이 하는 편이다.
■ 국내 업체가 베트남에 진출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1. 베트남에는 ‘선불’이라는 개념이 없다
베트남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이 잘 안되더라. 선불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상품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돈을 먼저 지불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다. 반품을 하더라도 위약금이라는 게 없다.
2. 외국 기업/사람은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사람들은 외국계 기업을 ‘봉’이라고 생각한다. 외국 업체니까 돈을 더 지불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외국인이면 택시를 타도 2~3배 더 많은 택시비를 요구하거나 거스름돈을 주지 않을 때가 있다.
3. 폐쇄성, 베트남의 역사를 고려해야 한다
사업 영역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베트남에 진출할 때에는 직접 해당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본다. 베트남 업체와 협력할 경우 ‘오픈을 잘 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공을 좀 들여야 한다.
한국과는 92년에 국교 정상화를 했고 폐쇄적인 나라에서 개방적인 나라가 된 지 30여년이 지났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의 심리는 마치 서독과 동독을 통일할 때의 동독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한 것이 남아있다. 폐쇄적인 사회에서 갑자기 많은 선택거리들이 생기니까 사람들이 혼란을 느껴한다. 휴대폰만 보아도 예전에는 노키아 제품만 사면 되는 거였지만 지금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너무 많은 초이스를 주면 포기해버린다. 아니면 옛날 것을 쓰든가 한다.
■ 베트남 진출 시 유리한 사업 영역이 있다면?
베트남에서 청년 창업을 할 경우 모바일 분야가 좋은 것 같다. 그러나 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하는 사업이라면 베트남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그럴수록(고난이도 기술을 요구할수록) 브랜드를 많이 보는 편이기 때문이다. 회사 브랜드가 없다면 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힘들다. 기술력을 갖고 있다면 차라리 로컬 회사에 들어가는 게 낫다.
■ 현지인을 경영인으로 채용해야 하나?
현지인을 경영인으로 채용하는 게 맞고, 그 사람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항상 심리적인 문제이다. 어차피 오래 갈 사이라면 그 사람이 원하는 만큼 줄 것은 주고 인정하면서 고용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나는 베트남에서 ‘손님’이고 그 현지인은 ‘주인’이다. ‘주인과 친한 손님’, 그 이상은 아닌 것 같다.
■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너무 획일화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여유가 없고 건조하다. 자신을 위해 ‘스펙’을 쌓기 보다는 회사를 위해 ‘스펙’을 쌓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
나이가 어리다는 건 일종의 큰 자산이다. 젊을 때에는 시간이 많고 돈이 없을 때이다. 시간이 많으므로 자신을 낯선 환경에 ‘빠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빨리 찾을 수 있다. 낯선 환경에 날 집어넣지 않았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 채 죽을 수도 있다. 낯선 환경에서 안 해본 것들을 해봐야 나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
한편으로, 후진국에 가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다. 생각만 하면 도와줄 수 있는 게 진짜 많다. 그런 걸 즐길 수 있다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세계로 나가는 게 좋다. 사실 한국 사람 능력 정도이면 조금 고생하더라도 밖에서 기회를 찾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안경은 brightu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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