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참 열심히 보는 사람”
그가 어렸을 적부터 주변에서 들은 말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장대석 대표는 책 이야기로 말을 꺼냈다.
“‘고 포인트’라는 책이 있다. 결정적 순간에서 어떻게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그 책에서 말하는 핵심은, ‘직관’이다. 다년 간의 경험과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내리는 아주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16년 간 광고·홍보 분야 업무를 소화하던 베테랑 ‘PR맨’으로서 그가 내린 ‘창업’이라는 의사결정의 목적이 궁금했다. 그는 높은 연봉과 빠른 승진을 뒤로 한 채 “더 늦기 전에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사업계획서를 프리젠테이션 파일로 만들어 페이지를 넘겨가면서 아내를 설득하였다”는 그를 인터뷰하였다.
■ 16년 간을 한 분야에 몸 담았는데, 그 곳에서 어떤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나?
‘파리는 10리를 날지 못하나 천리마 등에 엎여 1,000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난 일을 하면서 천리마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몇 분 만났다. 코리아나화장품에서 홍보 팀장을 할 때에는 회장님 비서 역할도 많이 했었는데, 55세에 창업을 했던 회장님을 모시면서 많은 점을 배웠다. 또한 홍보회사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의 사업계획서를 많이 보았던 것이 사업에 대한 공부도 되었다.
길거리에 붙어있던 광고 하나를 보아도 그냥 못 지나치고 확인하며 찾아보는 성격이다. 그런 관심과 호기심이 지금 사업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었다.
■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사람은 사람을 알아보는 ‘촉’이 발달한다고 하던데..
팀 구성에 대해 물어보면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지금 매장에서 매거진TV 사이니지(디지털 영상장치)를 설치하는 담당자가 사실 우리 집에 인터넷 설치를 하러 왔던 분이다. 어느 날 인터넷 회사 직원이 인터넷 설치를 위해 우리 집에 방문하였다. 그런데 그 태도가 상당히 좋더라. 1시간을 넘게 이야기한 후 떠날 때 내 명함을 건네면서 “명함에 있는 홈페이지에 가서 사업 아이템을 한 번 보고 관심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3일 후에 연락을 받았고, 그렇게 같은 팀이 되었다. 그런 게 좋다. 사람을 오래 재거나, 오래 보지 않는다. 나는 직원들 이력서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는 중요치 않다. 첫인상, 첫느낌을 제일 중요하게 여긴다.
16년을 일해 오면서 내 팀원들은 거의 내가 직접 채용했다. 그 때도 첫인상에 근거하여 채용했다. ‘첫인상’이라는 것이 예를 들어, 인성 70점·능력 90점짜리 사람과 인성 90점·능력 70점짜리 사람이 있다고 하자. 나 같은 경우 후자를 채용한다. 왜냐하면 능력은 키워줄 수 있지만 인성은 안 바뀌기 때문이다. 물론 능력도 좋고 인성도 좋으면 최고지만 말이다.
■ 사업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어떻게 시작했나?
매거진TV 창업 전, 전자제품 제조업체로부터 홍보 의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첫 미팅이 끝나고 그 회사의 제품들을 모두 진열해놓은 쇼룸을 구경시켜 주었는데 제품들 중에서 한 종류의 디바이스를 보고 ‘헤어샵에서는 잡지를 많이 소비하는데, 잡지를 이 디바이스에 넣고 헤어샵에 설치하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업 제안을 하였다. 원래 이 디바이스는 ‘주방용 텔레비전’으로 사용되는 디지털 사이니지였다. 나는 여기에 TV전송 기능을 빼고 무선인터넷 기능과 하드저장 기능을 추가하였다. 또한 벽면에 부착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하여 지금의 매거진TV 제품을 만들었다. 작년 6월 법인을 설립하였다.
■ 제품의 주요 기능과 특징이 무엇인가?
매거진TV는 헤어샵에서 고객이 머리를 하는 동안 다양하고 재미있는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경대에 부착한 ‘디지털 동영상 매거진’이다.
매거진TV는 헤어샵을 찾은 고객들에게 동영상 콘텐츠들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광고들을 보여준다. 현재 565개 매장에 5,360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무선네트워크를 통해 콘텐츠 업데이트가 된다. 처음에 한 번 1시간 분량의 콘텐츠를 다운로딩 한 후에는 업데이트되는 콘텐츠 부분만 다운로드하도록 되어있다. 1시간 분량의 콘텐츠 중 50분은 다른 매장과 똑같은 콘텐츠를 상영하고, 10분은 매장별로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개별 콘텐츠를 상영할 수 있다.
대개 디지털 사이니지의 경우 어디에다가 붙일 것인지 장소에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상황에 주목하였다.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나 ‘바쁜 공간’이다. 하지만 헤어샵은 정말 ‘따분한 공간’이다. 머리를 하는 동안 움직일 수도, 손으로 휴대폰을 만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회를 보았다. ‘마케팅의 성공은 결국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시간점유율’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작년 9월 첫 시범 설치 후 지난 4월부터 유료 광고를 영업한 결과, 다음 달에는 광고 매출이 1억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구매력 있는 고객들이 드나드는 헤어샵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 어떻게 고객을 확보했나?
고객은 두 분류로 나뉜다. 하나는 기기를 설치해야 하는 헤어샵의 점주이고, 또다른 하나는 광고주이다. 광고주는 작년 말부터 찾아다니며 홍보를 해왔었고,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대답을 많이 받았다. 둘 중 더 어려운 쪽은 헤어샵이다.
헤어샵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사업과 다르다. 본사가 정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해도 100% 그대로 따르지 않고 매장별로 개성껏 운영을 한다. 따라서 우선은 헤어샵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본사와 접촉한 후 매장은 별도로 방문하여 추가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 때 헤어샵 설득을 위해 두 곳의 채널을 확보해야 하는데, 헤어샵에 미용재료를 납품하는 미용재료상(유통상) 분들과 인테리어 분들이 바로 그 채널들이다. 이 쪽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이 분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가며 개별 매장의 문을 두드렸다.
■ 향후 계획/목표
올해 안에 서울·경기 지역 1,300개 헤어샵 매장에 매거진TV 12,000대를 설치하는 게 목표이다. 그리고 나서 내년에는 전국 광역시에 위치한 헤어샵으로 진출할 것이고 아까 말한 추가 비즈니스를 시작할 것이다. 매체 사업으로 시작했지만 헤어샵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이 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중국, 일본, 대만 진출 계획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있다. 그 나라들은 한류(韓流)가 있고, 여성들이 그 한류의 중심에 있다. 게다가 현재 영업 네트워크가 구축된 분들 중에 일본 등지를 오가며 활발히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 끝으로 하고픈 말
성공은 절박한 사람, 그 절박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절박함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즐겁게 사업하다가 안 되면 말고’라는 건 내 기준에 없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에 실패하면 월세방에서 새로 시작한다’라는 각오를 했다. 하지만 난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지와 확신 정도는 갖고 시작했다.
또한 나 같이 작은 회사를 운영하거나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텐데, 서로 도울 수 있는 접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안경은 기자 elva@venturesqua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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