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에 이어 ‘정부3.0’도 한국이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창조적 도전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미지의 땅을 개척하는 데 과정 상의 혼란과 실패는 당연하다는 전제 하에 이제 창조경제 구현의 한 축인 정부3.0에 도전할 때이다.
정부3.0의 의미는 정부1.0과 2.0을 거쳐 이해할 수 있다. 정부1.0, 2.0, 3.0은 각각 웹1.0, 2.0, 3.0과 동일한 진화 과정을 밟고 있다. 웹1.0이 연결의 웹이라면 웹2.0은 공유의 웹이고 웹3.0은 의미의 웹이다.
정부1.0이 전자정부를 지칭하는 ‘연결의 정부’라면 정부2.0은 ‘개방과 공유의 정부’라는 의미로, 2008년부터 영미 계통의 국가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2.0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것’이라 선언하고 ‘개인의 비밀과 국가안보’가 아닌 한 data.gov를 통해 정부 자료의 개방과 공유를 추진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8개조 정부2.0 선언에서 기존 관습의 저항을 돌파할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하여 강조한 바 있다. 정부2.0은 한마디로 정부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닫힌 공급구조에서 정부의 개방 데이터를 바탕으로 민간이 매쉬업(mash-up)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마치 스마트 폰의 앱스토어와 같은 플랫폼 정부로 변모하는 것이다.
2013년 6월 정부3.0 비전 발표식에서 정부3.0을 국민 맞춤형 서비스로 정의한 바 있다. 이는 웹3.0이 개방과 공유를 넘어 개인화된 맞춤 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웹2.0이 추구한 공유의 결과는 정보의 홍수였다. 이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는 쓰레기가 된다. 각 개인에게 의미 있는 정보의 구조화가 웹3.0의 배경이다. 개인화된 웹은 필연적으로 개인에 최적화된 의미 추출을 위한 빅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시맨틱(semantic) 웹이 된다.
정부3.0은 정부2.0의 문제인 정보의 홍수를 극복하고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정부로서 한국이 세계 최초로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철학적 혼란과 운영의 난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종 서비스는 매쉬업을 담당하는 민간의 영역인데, 정부는 정부 주도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정부3.0 웹사이트는 민간의 참여가 너무나 빈약하다. 다른 나라의 정부2.0 수준조차 안 되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기본 원칙이 제대로 설정되지 못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이는 정부2.0 단계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정부3.0에 도전하는 과감성의 대가일 것이다. 그래서 우선 정부2.0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노력이 현실적인 필요조건이다.
정부2.0의 기본인 데이터 개방을 촉진하기 위하여 부실 자료에 대한 면책 시한이 일년 정도 필요하다. 국가 전체는 개방을 원하더라도 공무원 개개인에게 불이익이 있다면 개방을 회피하게 된다. 혁신은 참여하는 이익집단의 이해관계가 고려될 때 비로소 성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인미답의 정부3.0 추진 전략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3.0은 개인과 정부가 스마트 월드에서 융합되는 홀론(HOLON)의 구조다. 홀론은 부분이면서 전체다. 도시의 정보는 개인의 스마트폰에 들어가고, 개인은 스마트폰을 통하여 도시와 융합된다. 공간, 시간(데이터), 인간의 천지인(天地人)이 융합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거대한 창조적 도전이다.
정부3.0은 정보, 조직, 예산, 전략의 네 요소가 개방 융합되어야 한다. 정보의 개방은 다양한 매쉬업 서비스를 통한 일자리 창출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조직의 개방은 정부의 전문성을 한 단계 높일 것이다. 예산의 개방은 불필요한 통제의 필요성을 줄이고 이익단체의 발호를 억제할 것이다. 전략의 개방은 직접 민주주의로 가는 길을 열게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야기한 간접 민주주의의 발전을 넘어 새로운 직접 민주주의의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정부3.0 프로젝트는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에 못지않은 거대한 도전이 될 것이다. 불과 5년 앞으로 다가온 노령화 시대를 앞두고 한국의 성장동력을 끌어올리는 대역사에 모두가 동참하기 바란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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