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은 창조적 경제 구현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척추에 박힌 대못이다. 지금 10만명의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하도록 하는 창조경제 정책이 성공을 거둔다면 5년 뒤 대략 50만명의 고급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는 국가적 대재앙이 올 것이다.
이제 청년 창업 없이는 국가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전 세계적으로 주지하는 바다. 미국의 경우에도 4%의 고성장 벤처가 60%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기업은 성장에는 기여하되 일자리는 만들지 못한다. 벤처창업만이 성장과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하는 유일한 대안인 것이다.
2000년 한국은 세계 최고의 기업가 정신 국가라는 평가를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 교수로부터 받은 바 있다. 그 대한민국이 지금 OECD 기업가형 창업 최하위 그룹에 속하고 있다. 그것은 2000년까지 벤처 1차 붐의 결과를 청년들이 학습한 결과인 것이다. 바로 연대보증으로 인한 신용불량으로 사회로부터 축출된 선배들의 슬픈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벤처들이 삼성전자의 1.5배에 달하는 매출을 만들어 낸 성공 이야기는 뒷전이 된다.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정보력은 단연 세계 최고다. 창업을 한다면 제일 먼저 말리는 것이 왜 어머니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사회적 평판은 둘째로 하고 장가 보내기가 어렵다. 내 소중한 자식이 평생 신용불량의 멍에를 안고 살아야 한다. 이러한 제도하에서 창업을 용인하는 부모는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연대보증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연대보증 제도란 모든 창업자를 잠재적 모럴 해저드로 간주한 것이다. 만약 회사가 부도 날 경우에는 법률적 재판을 거치지 않고 무조건 개인 재산 몰수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선진 시스템이란 KTX 승차권 제도와 같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한 승객일 것이라 믿고 일부 부정한 승객들은 사후검사로 골라내 징벌적 배상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모든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이라는 규제의 멍에를 씌우고 출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주식회사란 유한회사라는 상법상의 원칙은 한국에서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이런 연대보증 문제는 과거 기업의 불투명성으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기업은 망해도 기업가는 잘 산다’는 것은 과거 얘기다. 지금은 ‘기업은 살아도 기업가는 망한다’가 됐다.
그런데 지금도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기업의 불투명성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재고 조사에서 장부와 맞지 않으면 대표이사가 가져간 것으로 간주하고 증여세를 내게 된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다. 이러니 기업이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창업자가 연대해서 갚는 연대보증제가 등장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연대보증제가 만든 국가적 손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학생들에게 창업 의지를 물어보면 3% 정도가 창업을 희망한다. 그런데 질문을 바꿔 ‘연대보증 신용불량 공포 없이 3번을 창업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어보면 5배 이상 창업의지가 증가한다. 연간 2000개의 벤처창업이 1만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8000개의 창업 증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살펴보자.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10년 생존율이 25% 수준이고, 평균 매출액은 70억원이며, 30명을 고용한다. 이는 연간 14조원의 신규 매출과 6만명의 고용 창출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연대보증으로 인해 얻는 금융기관의 이득을 살펴보자.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을 합쳐 60조원의 보증잔액 중 연대보증을 통해 회수하는 금액은 0.5% 정도인 3000억원 수준이다. 창조경제를 위해서 4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국가 정책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인 3000억원 때문에 창업의 길이 꽉 막혀 있는 것이다.
국가 전체는 14조원의 신규 매출을 올린다. 10년 누적을 놓고 보면 140조원 매출이 되고, 대략 40%가 부가가치라고 놓고 봤을 때는 50조원 규모가 된다. 불과 3000억원 때문에 50조원의 국가 편익을 날리고 있는 것이 한국의 창업자 연대보증 제도인 것이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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