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를 통해 블로깅을 하기로 결심하고 어제부터 적당한 스킨을 고르기 위해 설정을 뒤적거리던 와중, 문득 방문자 통계와 관련한 기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설마 싶었는데 찾아도 정말 안 보였다. 검색을 통해 텀블러는 각종 방문자 통계 기능은 물론, 기본적인 카운터도 제공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물론 스킨을 통해 설치는 가능하다). 직접 Help를 통해 Google Analysis 를 텀블러에 설치하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제공할 용의는 없는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 짧은 고민을 해보았는데, 익히 알려진 바대로 텀블러의 뿌리가 트위터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판단한다.
트위터 역시 직접 통계와 관련한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트위터는 콘텐츠의 소비가 주로 트위터 내부 타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흐름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실 방문자수니 페이지뷰니 등의 통계를 보는 것에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이런 트위터의 소비패턴의 근간에는 follow 기능이 있다. 블로거에게, 자신의 포스트를 소비하는 방문자는 중요한 동기이다. 그러나 그들을 용이하게 끌어 모으려면, 검색엔진 또는 메타블로그 사이트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불특정하고 광범위한 방문자를 만족시킬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속된 말로 관심 받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반면 짧은 콘텐츠(트윗)와 인적 관계만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 가능한 트위터는 훨씬 편안한 환경을 제공했다. 결국 트위터는 상당수의 유저들에게서 블로깅의 자리를 대체했다.
텀블러 역시 그러한 모습을 잘 벤치마킹하였고, 그것은 성공한 것 같다. 트위터가 지닌 한계(140자, 멀티미디어 비친화적, 스킨 등)를 긁어주면서도, 트위터와 같은 소셜성을 잘 도입했다. 트위터 타임라인의 매력이, 텀블러의 대시보드에도 있다. 텀블러의 콘텐츠는 외부 유입보다도 팔로워를 통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통계기능 또한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미 1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 그리고 블로그 서비스로 분류되는 서비스에 방문자 통계 기능이 없다는 것은 놀랍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방문자 통계나 카운터 기능에 대한 유저들의 수많은 건의가 없었을리 없으며, 기능이 필요하지는 않을지언정 추가 된다고 욕먹거나 반발을 샀을리도 없다. 하물며 기능의 개발이 어려워 못했을리 또한 없다.
그럼에도 방문자 통계기능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내 추측대로 “필요 없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이유였다면, 그 철저한 집중과 흔들림 없는 철학은 존경스럽다고 밖에 말할 수 없겠다.
글 : 이충엽
출처 : http://goo.gl/DEzd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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