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는 우리 회사를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우리회사는 맥킨지를 경쟁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가끔 맥킨지의 시스템을 보고 있으면, 참 누가 만들었는지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Obligation to dissent’ 라는 value에 대해서 들었을 때도 그랬다. 한 마디로 반대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다고 그냥 ‘꾹 참고’하지 말고, ‘이건 아니다 싶으면 꼭 소리 높여서 말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얼만큼 지켜지는지,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얼만큼 지켜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웃사이더로서 알 수는 없으나, 이런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장려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놀랍고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P&G에서는 미팅에서 junior 가 먼저 입을 열 때가 많다. 그 미팅에서 가장 junior 레벨이 미팅의 오프닝을 하거나, 광고 기획사가 가져온 광고에 대한 코멘트를 하거나,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도록 장려한다. 가장 Junior가 가장 먼저 입을 여는 이유는, 더 높은 사람이 의견을 먼저 이야기했는데 혹시 의견이 다르면 Junior는 미팅이 끝날 때까지 입도 뻥긋 못하고 끝날 수가 있기 때문이다. Junior가 먼저 입을 열었다가 나중에 높은 사람들이 그 의견에 반대하면 얼마든지 ‘나는 의견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주니어는 그 반대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의견이 어땠는지조차 알 수 없는채로 미팅이 끝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올해 제일 재미있게 본 영화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World War Z’를 꼽겠다. 그 영화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은 국가로 이스라엘이 나오는데, 그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즉, 이스라엘에서는 10명의 사람이 있으면, 9번째 사람까지 모두 Yes를 한 경우에는 10번째 사람은 무조건 No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0명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안건은 무언가 이상한 것이라는 생각이 이 제도의 전제이다. 9명의 모든 사람이 좀비가 없다고 했다면, 마지막 10번째 사람은 미친척하고 무조건 있다고 가정하고, 실제로 있다고 믿고 조사를 다시 해 봐야 할 의무가 생긴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이스라엘은 좀비에 대한 대비를 미리 할 수 있었고, 지구상에 살아남은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국가로 나오는 곳이 한 군데 더 있다. 그곳은 바로 북한이다. 좀 황당한 스토리지만, 이 영화에서는 북한에서는 정부가 사람들의 치아를 모두 뽑아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나온다. 즉, 모든 사람들을 통제해 버리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반대하는 의무’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과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문화이다. 가만히 있지 말고 너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전체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일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하지만 반대로 통제를 할꺼라면 제대로 통제를 하는 것도 살아남는 방법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쏠림’이다. 무엇 하나가 뜬다고 하면 우루루 그 곳으로 몰려 버린다. 좋은 점은 그만큼 몰려 있는 사람들 안에서 내부 경쟁이나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가 쉽다는 것이다. 단점은 그렇게 쏠렸다가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면서 너무 낭비가 크고, 한 곳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 리스크가 높다는 점이다. 비행기 안에서 모든 승객들이 한 편으로 쏠린다면 비행기가 기울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그런 사회일수록 ‘반대하기’를 장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문화가 쏠리는 경향이 있다면, 사람들에게 일부러라도 반대하는 의무를 지워야 한다. 그래야 리스크가 분산되고, 흔히 말하는 ‘Group Thinking’에서 벗어날 수 있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goo.gl/vIoo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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